로버트 두자릭(Robert Dujarric)/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북한·이란·이라크가 ‘악의 축’을 구성하고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논쟁의 축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 발언으로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엔 종지부가 찍힌 것이라는 우려가 크고,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남북 관계를 저해할 것이라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한국인들이 부시의 ‘악의 축’ 발언으로 혼란을 겪게 된 것은 이해할 만하다. 부시의 발언은 어떤 유용한 목적에도 쓸모가 없다.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은 대부분의 동맹
북한주민들의 참담한 인권문제만큼 남북관계에서 화급히 다뤄야 할 사안은 없다. 식량위기로 100만명 이상의 주민이 아사하고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보장되지 않는 것은 북한식 전체주의적 억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화해를 해친다' '북한정권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외면해 왔다. 정부뿐 아니라 권위주의 정부시절 인권투쟁에 앞장서온 수많은 인권운동가들 마저 북한 인권문제만 나오면 이상스럽게도 입을 다물어 버렸던 것이 그간의 풍토였다.그런 풍토에서 그간 외롭게 활동해 온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이 국제
보편적인 한국사람이 현 단계에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남북한 관계는 평화와 공존일 것이다. 서로의 체제에 대한 물리적 간섭 없이 전쟁하지 않고 각기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협력하다가 언젠가 이념문제가 민족을 갈라놓을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인식에 공동으로 도달할 때 자연스럽게 통일하는 것―이것이 많은 한국인들의 소박하고 현실적인 인식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경제적 길일 것이다.그렇다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이런 보편적 인식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많은 한국인들은 햇볕정책의 동기와 명분
기독교인들은 대개 666이란 숫자에서 불길함을 느낀다. 성경 요한계시록에 언급된 이 숫자는 말세에 나타날 악마를 상징하는 것으로 돼있다. 히브리어나 영어의 알파벳에 순서대로 1, 2, 3… 등의 수치를 부여해 이름을 숫자로 풀어보는 것을 게마트리아라고 하는데 이 산법에 따르면 로마황제 네로가 666이 되고, 최근에는 컴퓨터와 빌 게이츠까지 이 숫자에 해당된다고 해서 논란이 됐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666이라는 숫자를 대단한 길수(吉數)로 여기는 모양이다. 김정일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추대된 곳이 666호 선거구다. 또 6을 세
박동순4년 동안에 장관이 다섯 번, 차관이 네 번 바뀌고 그밖에 간부들도 1년이 넘기가 무섭게 바뀌는 조직에서 효율적인 업무의 수행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외교통상부가 바로 그런 조직이다. 국민의 정부 초대 외교부장관이었던 박정수 장관이 1998년 여름 한·러시아 외무장관회담 직후 경질된 이후 1년을 넘긴 장관이 거의 없다. 심지어 외무장관이 한·미 외무장관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속에서 해임된 ‘참사’까지 빚어졌다. 이제는 어느 나라도 한국 외무장관의 권위를 인정하려 하지 않음은 말할 것도 없고 중요한 협상도
한·미 관계의 이상 기류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부시 미국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을 「악의 축」의 하나로 규정한 이후 미국의 외교·국방 수뇌부가 연일 북한에 대해 후속 공세를 펴왔다. 미국의 공세와 북한의 되받아치기에 동원된 수사만으로 보면 전쟁 일보전의 상황을 방불케 한다.애당초 이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민을 불안케 한 것은 우리 정부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침묵이었다. 침묵은 당혹감의 다른 표현이다. 매일 쏟아지는 대결의 언사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국민에게 방향과 해석을 예시해야 마땅한 정부가 스스로 놀라고
작금의 한반도 위기조짐이 어느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지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변수들 중 하나는 북한정권의 상황인식과 대처방식임은 부연설명을 필요치 않는다. 그 대처방식에 있어 핵과 생화학 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문제에 대한 투명성을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1차적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북한이 테러세력과의 직·간접적인 연계의혹을 완전히 떨치기 어려울 것이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할 수도 없을 것이다.이런 점에서 북한이 작년 한해동안 장거리 미사일의 분사시험을 비롯해 최
현 정권 인사들의 입에 ‘전쟁’이란 말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5일 “7000만 민족을 전쟁의 위협 앞에 놓이게 해선 안 된다. 최소한 전쟁분위기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상황이 일어날 때의 엄청난 피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이 언급은 한·미 정부 간에 햇볕정책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햇볕정책 아니면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그의 인식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었다. ‘햇볕 아니면 전쟁 위기’라는 이 인식은 김 대통령뿐 아니라 현 정권 인사들에게서 공통적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국회 대표연설은 최근 부시 행정부의 대북공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집권측의 반발로 이해된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측의 합의된 공식견해로 성격규정된 이 연설에서 김 고문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이 발언이… 햇볕정책을 흔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어서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지난 권위주의 시대??(미국이) 독재세력의 손을 들어주었던 아픈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일반적으로 김 고문 연설 정도의 대미인식과 한반도 정세관은 충분히 나올 법한 많은 시각들 중 하나라는 점
한승주/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한 순간에 수천 명의 생명을 빼앗아간 작년 9월 11일의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는 미국 으로서는 사상 최대의 비극이었고 동시에 치욕이기도 했다. 이 사건은 또한 미국인들을 불안과 분노 속으로 몰아넣었다. 미국 경제의 상징인 WTC의 쌍둥이 건물들이 잿더미로 변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외국인들도 큰 충격을 받았으나 피해 당사자인 미국인들의 강한 보복심과 응징 결의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9·11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이 미국은 테러집단뿐만 아니라 테러를 지원, 또는 비호하는 세력도 적으로
얼마 전 내 사무실에 한 지식인이 찾아왔다. 큰 키에 멋지게 생긴 사나이로 한국의 한 대학에서 무역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또한 그가 속한 세계교회평의회의) 가장 큰 관심은 어떻게 하면 북한을 자유주의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였다. 그도 지금 북한이 처해 있는 어려움을 알고 있긴 하지만, 더 나쁜 상황은 북한이 서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치 동독이 서독에 흡수된 것과 같이 말이다. 동독에 대해서라면 나도 조금 알고 있다. 그곳 사람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들 가운데에서 오해와 비탄, 심
래리 닉쉬/ 미국 의회 조사국 아시아문제 전문위원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의 국정연설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생산·확산한다는 이유로 북한을 이라크·이란과 함께 ‘악(惡)의 축(軸)’으로 묘사했다. 그의 대북 비난은 간단하지만 강력했다. “북한은 국민들을 굶주리게 하면서 미사일과 WMD로 무장된 정권”이라는 것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며 신속한 행동 의지를 표명한 것도 인상적이다.으레 그렇듯 미 행정부는 부시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관해 ‘어떠한 정책 변화도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행정부 관리들은 군사 행동이
안병준/ 학술원 회원·전 연세대 교수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테러에 대한 전쟁수행을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주창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하여 그가 직설적으로 표시한 경고이다. 이는 화해협력을 최우선시하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큰 부담이 된다. 이러한 미국의 세계관과 우리의 대북시각간에 전략적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한국외교가 당면한 최대 과제이다.부시는 반테러 전쟁과 동시에 대량살상무기 방지를 세계전략의 초점으로 부각시켰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을 군사적으로 전복시킨 것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해 연두교서에서 우리가 각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가 북한의 핵 및 생화학무기 위협을 직접 거론하며 이것을 저지하기 위해 확고하고 일관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란·이라크와 함께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 위협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미국 국민과 세계 앞에 올해 미국 정책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이것을 언급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부시는 올해 3대 국정목표 가운데 두 가지를 테러리즘 퇴치에 둘 정도로 강한 집념을 나타냈다. 그는 과거 레이건 대통령이
지난 주말 주한 미군의 젊은 장교 한 사람이 신문사로 기자를 찾아왔다. 미국에서 발간된 기자의 북한 강제수용소 체험기인 '평양의 어항'을 단숨에 읽고 근무지인 경북 왜관에서 서울까지 기자를 만나기 위해 달려왔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 9·11 미국테러로 가족 중 두 사람을 잃고 장례식에 참석하기를 원했지만 미군 당국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주말마다 부대앞에서 '미군철수'를 외치는 한국 젊은이들을 보면서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가"하는 심각한 정체성 갈등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부대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요즘 김대중 대통령의 처지를 살펴보면 주변세력과 친인척의 비리의혹으로 시시각각 몰리면서 그 압박감을 「대북한(對北韓)」이라는 돌출구로 피해가려는 형국이다. 그러나 국민신뢰와 정책 두 가지는 결코 별개의 것일 수 없다. 어느 정책이든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또 국민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바탕 위에서는 어떤 그럴싸한 정책도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지금 김 대통령과 이 정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그의 대통령임기는 물론 일생의 정치적 역정에서 최하일 것이다. 그는 당 총재직을 떠났다지만 당이 그를 버린 것이나 다름
정부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국민세금을 투입해 여러가지 지원 대책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지금까지 정부 스스로 밝혀 온 대북 교류협력 사업의 원칙을 허물어버린 것으로서, 앞으로 이 분야의 혼란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정경분리’니 ‘시장경제 원칙’이니 ‘정부와 민간의 구분’이니 하는 말을 사용할 수 없게 됐으며, 그렇게 하더라도 더이상 믿을 국민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대북사업이 ‘정치사업’이고 어떤 사업이 ‘경제사업’인지를 무슨 기준으로 정할 것이며, 다른 기업들도 대북사업을 하다가 거덜날 만하면 정부에 손을 내밀 경
정부가 국민 세금을 투입해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가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정부 스스로 그토록 다짐해온 시장경제 원칙을 완전히 포기하고 이 사업의 성격과 목적을 단순한 「김정일정권 돕기」로 바꾸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미 누누이 강조돼온 대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살리는 길은 사업주체인 북한당국과 현대가 육로개방과 특구지정 등을 통해 이 사업을 좀더 흡인력 있는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길뿐이다. 이를 외면한 채 정부가 나서 적자를 메워준다고 해서 관광객이 늘어날 리가 없고, 남북교류나 화해에 기여하게 될 근거란 더더욱 없다. 북한정권만이
김정원납북된 어부의 가족들이 최근, 국가와 대통령, 전직 통일부 장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또한 6·25 전쟁 당시 납북자 가족들은 사비를 들여 입수한 ‘6·25 피납치자 명부’를 공개하여 피랍 규모가 8만6000여명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이는 국제법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기간의 연쇄 납치사건에 대한 피해자 가족들의 항의다. 즉 자국민이 불법 납치, 불법 감금, 불법 억류되었을 때 국가는 모든 합당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구출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생사조차 알려주지 않는데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
국민들이 남북관계가 진전될 것으로 잔뜩 희망을 가졌다가 현실이 그러하지 못한 것에 실망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이 정부의 대북정책 지지기반이 심각하게 약화된 데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앞서가는 말이 상당한 이유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공개 오찬석상에서 북한이 경의선 복원공사를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그의 대북 조급증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증이라고 할 만하다. 그동안 남북문제와 관련한 김 대통령의 말의 성찬은 화려했다. 「철의 실크로드」가 열리고 「북한 특수」가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