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라 랩-후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과 정박 국무부 대북 고위 관리가 연이어 언급한 대북 핵 협상에서의 ‘중간 조치’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다. 실현 전망이 요원한 궁극적 비핵화 실현에 앞서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중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이는 미국 정부, 특히 민주당 정부가 1990년대 이래 대북 핵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종종 제기하곤 했던 ‘단계적 비핵화’ 논리의 부활을 의미할 수도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핵 협상 대표가 수년 내지 수십 년간 변하지 않는 북한과
지난 한 달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유세장을 빠지지 않고 찾았다. 연설에서 그가 잊지 않고 매번 꺼내 드는 주제 중 하나는 북한 김정은이었다. ‘스트롱맨(철권 독재자)’ 친구들인 푸틴과 시진핑을 호명하지 않는 날에도 “똑똑하고 터프한 친구(김정은)가 나를 좋아해 4년간 북한이 잠잠했다”고 자랑했다. 유세 현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엔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와 김정은이 악수하는 모습이 한참 동안 재생됐다.트럼프 지지 유세에 나선 측근들도 그를 호출했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를 방문했더니 김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 기사 제목이다. 한반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properly assess the crisis situation) 못하고 경각심 흐트러뜨리는 무책임한 진단(irresponsible diagnosis)으로 들린다. 그런데 그런 단언을 하는 나름의 이유와 논리(rationale and logic for daring to make such an assertion)가 있다.“김정은이 한국·미국·일본을 계속 불안하게 하고 있다(continue to put the wind up them). 핵 위협과
새해 들어 김정은의 광기(狂氣)에 찬 발언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대중 강연 때마다 혹시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심심찮게 나온다. 여기에 더해 미국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교수는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 국무부 북핵 특사로 활동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도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전문가들의 공통점은 과거 북
“요즘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는 수산물이 많이 줄었네요.”지난달 중국 단둥의 소식통에게 북·중 경제 교류 현황을 물어봤더니 이러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최근 4~5개월 동안 중국이 북한에서 들여오는 수산물의 양이 줄어 단둥의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가동률을 낮췄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도 “가발 등 소수 품목의 북·중 교역만 살아났을 뿐, 전반적인 교역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코로나로 폐쇄했던 국경을 3년 7개월 만에 개방했고, 북·중 항공 노선도 재개했다. 그런데도 양측의 경제 교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와 통일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했다. 대한민국의 정식 국호를 사용하면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 기구의 폐지를 결정하고 북한의 영토 범위를 헌법에 명기하기 위한 개헌 의지도 밝혔다. 이는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규정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전면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연초 한반도 앞날에 관해 중요한 발언을 했다. 그는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북한 “헌법에 명기된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며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할 것”을 지시했다. 발언은 이중 구조로 돼 있다. 하나는 한국을 집어삼키려는 허세를 더 이상 부리지 않겠다는 ‘뜻밖의’ 전환이고 다른 하나는 하지만 한국이 그것을 북한의 열세로 보고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 단호히 대처해 한국을 초토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북한 지도부의 답변은 결단코 ‘노’이다. 지난 12월 30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관계가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임을 분명히 했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민족, 동족이라는 개념’이 북에서 이미 삭제됐다고 천명했다.놀랍지만 놀랍지 않다. 1990년대 김정일 위원장이 강조한 ‘우리 민족 제일주의’의 민족이 남한을 배제하고 북한만을 가리킨다는 것은 이미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일이다. 민족주의적 미련 때문에 그저 모르는 척했을 뿐이다.지난 연말 김정은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기원전 218년 2만6000명의 소수 병력으로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침공했다. 당시 유럽 최강국이던 로마는 매년 9만 명의 대병력을 동원해 총력 항전했으나 한니발의 신출귀몰한 전략으로 연전연패를 면치 못했다. 한니발은 그 후 16년간이나 이탈리아반도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10여 개 도시국가로 구성된 로마연합 구성국들이 로마를 배신하고 카르타고에 자진 복속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한니발 군대의 압도적 위세에도 불구하고 한두 개 도시국가만 로마를 배신하는 데 그쳐, 결국 한니발의 로마 정복은 실패했다.6·25
된장·고추장·간장의 기본 재료(essential ingredient for soybean paste, red pepper paste, soy sauce)가 되는 메주를 영어로는 뭐라고 할까. ‘발효된 콩을 으깬 것’이라는 뜻에서 ‘fermented soybean mash’라고도 하고, ‘발효된 콩 덩어리’라고 해서 ‘fermented soybean lump’라고도 한다.북한 경제 상황이 악화 일로를 치달으면서(continue to deteriorate), 주민들이 콩을 살 형편이 되지 못해(cannot afford to buy so
평양도 새해가 시작되었다. 연말에 닷새 동안 당·정·군 간부 1000여 명이 참여한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장장 1만자(字)가 넘는 만연체 결의문이 발표되었지만 상투적인 표현의 연속이다. 북한의 금년도 정책 속내를 파악하는 데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복심과 복안을 추정해 보는 것이 갑진년(甲辰年) 한반도 정세 전망에 더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김정은의 생각을 추정한 ‘김정은의 신년 독백’이다. 가상이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했기에 새해 북한의 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지난해는 위대한 전환의 해였다.
중국 항모 랴오닝함의 해상 기동훈련 모습. 랴오닝함과 산둥함 등 중국 항모 기동전단은 대만 침공 작전 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중국CCTV“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한반도와 주한 미군 임무에 미칠 영향에 대비하고 있다.”지난해 9월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은 워싱턴의 한미연구소(ICAS) 주최 화상 심포지엄에서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대만 침공에 대비해 한국군 지도부와 한국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시다시피 사령관이나 지도자들은 그 어떤 것과 관련해서도 비상 계획을 세운다
일러스트=박상훈외교관 출신 탈북자 K는 재외공관 근무 시절 주업무가 대사관 운영 경비 마련과 주석궁 충성 선물 조달이었다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던 필자에게 고백하였다. 2000년대 중반 전 세계 60국에 북한 외교 공관이 개설되어 있었다. 평양 외무성에서 보내오는 예산은 전체 경비의 절반에 불과하였다. 나머지 경비는 현지에서 조달하였다. 이탈리아 대사관 등은 김씨 일가의 생활용품과 사치품을 매달 컨테이너에 실어 남포항으로 보내는 특수 과업을 수행했다. 경비를 조달하느라 공관원들은 허리가 휘었다. 합법과 불법적인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괴뢰'로 표기한 경기 장면을 2일 보도했다. 2023.10.3/조선중앙TV어떤 국가나 지역에 대해 타자가 부르는 이름을 ‘외부 명칭(exonym)’이라고 한다. 반대로 해당 국가나 지역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을 ‘내부 명칭(endonym)’이라고 한다. 역사와 언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유럽에서는 외부 명칭과 내부 명칭이 꽤 다양하다. 이를테면 독일의 내부 명칭은 도이칠란트(Deutschland)이지만, 영어로
북한 조선우표사는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기념해 오는 24일 5종의 우표를 발행한다며, 우표 도안을 공개했다.2023.10.5 /조선우표사 홈페이지 연합뉴스김정은이 러시안 룰렛에 빠져들고 있다. 핵·미사일로 한껏 허세를 부리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진 러시아에 베팅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내부 사정이 얼마나 곤궁한지 짐작할 수 있다. 핵·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무진 꿈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도박으로 횡재를 노리는 것 같다. 도박 중에서도 목숨을 건 러시안 룰렛(실탄 하나를 장전한 회전식 권총을 자기 머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3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로켓 조립 격납고를 둘러보고 있다./AP 연합뉴스한때 세계 2위 군사력을 자랑하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깊은 수렁에 빠져 존망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사흘이면 끝나리라 예상했던 우크라이나 정복의 꿈을 1년 반이 넘도록 이루지 못한 채 병력과 무기 부족이 심각하다. 러시아가 자랑하던 최첨단 전차, 전폭기, 극초음속 미사일, 대공방어망 등이 대거 소진되고, 20세기 전반에 사용하던 골동품 전차와
9박10일의 러시아 방문을 마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전용열차로 평양역에 도착해 김덕훈 내각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김덕훈은 지난달 간석지 제방 붕괴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김정은의 호된 질타를 받았지만 정상적으로 공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지난 5월 북한 자강도에서 폭탄 투척 사건이 발생했다. 무장 강도 일당이 화물차에 사제 폭탄을 던져 인명 피해가 났다. 비슷한 시기 황해남도에선 강도가 차량을 향해 던진 수류탄이 엉뚱한 곳에 떨어지는 오폭 사고가 났다. 평안북도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 범
일러스트=최정진“북한·러시아·중국·이란이 미국 주도 세계 질서를 뒤엎으려고 작정한(be bent on upending the U.S.-led international order) 위험한 동맹을 조직하고(form an unholy alliance) 있다.” 미국 시사 매체 ‘내셔널 리뷰’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악의 축’이 노골화하고 있다고(become conspicuous) 경고했다.“’악의 축’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2002년 연두교서(State of Union address)에서 북한·이란·이라크를 지칭한 말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8일째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지난 6일 대정부질문 당시 태 의원에게 '쓰레기' 발언을 한 박영순 의원에 대한 출당 및 제명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뉴스1태영호 의원이 국회에서 “쓰레기” 소리를 듣던 날 우연히 탈북민들이 자신들 이야기를 하는 동영상을 보게 됐다. 북한 주민들 어려움은 웬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생생한 목소리로 듣는 실상은 또 달랐다.탈북민들은 한국에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느끼는 듯 했다. 한 분은 “북에서 나
일러스트=최정진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가정보국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관이 정년 퇴임했다(retire from office). 그는 김일성이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을 때 미군 정보 장교로 처음 한국에 파견됐다. 이후 40여 년 동안(over the four decades since) 김일성의 아들과 손자까지 핵 개발에 매달리는(cling to nuclear development) 행태를 관찰·분석하면서 대북 정책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play a decisive role). 그가 AP통신을 통해 북한 담당관으로서 마지막 메시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