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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납북자는 국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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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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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납북된 어부의 가족들이 최근, 국가와 대통령, 전직 통일부 장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또한 6·25 전쟁 당시 납북자 가족들은 사비를 들여 입수한 ‘6·25 피납치자 명부’를 공개하여 피랍 규모가 8만6000여명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는 국제법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기간의 연쇄 납치사건에 대한 피해자 가족들의 항의다. 즉 자국민이 불법 납치, 불법 감금, 불법 억류되었을 때 국가는 모든 합당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구출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생사조차 알려주지 않는데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현정권은 남북정상회담, 각종 장관급회담 등 주요 회의를 수차례 개최했지만 지난 50년간 진행되어온 납북자 문제를 핵심의제로 다루지 않았다. 실제로 1960년대 이후로는 적십자에 의한 피랍자 실태파악 조사조차도 중단되었다. 납북자 문제와 이산가족 문제의 주무부서인 통일부에서도 겨우 1~2명의 직원이 9만여명의 실종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북한은 남북대화에서 지속적으로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을 요구한 결과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63명의 비전향 장기수 귀환을 성사시켰고 나머지 30여명도 전원 북송을 요구하고 있다. 당시 대통령은 특별회견을 통해 “(북한에 있는) 국군 포로는 300~400명, 납북자도 그 정도로 전부 700~800명 정도 되는데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단 1명의 납북자도 돌아오지 못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미군 포로와 전쟁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 시신 수습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국방부, 국무부,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관련기관들은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응한다. 인류학자, 고고학자 등 170여명의 전문가들이 소속된 미육군 신원확인검증연구소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동남아의 밀림에서 사하라 사막까지 미군의 생명과 생명의 흔적을 찾고 있다. 이들은 사상자의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아내면 즉각 DNA검사를 거쳐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보내준다.

미국은 1991년 이후 맥케인법, 대통령 특별 행정명령 등을 통해 베트남전과 관련된 개인·군속·군인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으며 정부 비공식문서까지도 국민들에게 공개했다. 심지어 러시아와 공동위원회를 조직하여 2차 대전, 한국전쟁, 냉전기의 각종 전쟁, 그리고 베트남 전에 관련된 미군 실종자에 관한 자료를 추적하여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하였다. 또한 지난 61년간의 전쟁포로, 실종자, 전사자들의 자료를 그 가족들과 일반 국민들이 의회도서관에서 항상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동·서독의 경우에도 베를린 장벽 설치로 이산가족이 발생하자, 동독에 잔류한 자녀들의 양육비를 서독정부가 지불하고 2000여명의 자녀들을 서독에 있는 부모들의 품에 안겨주었다. 일본은 북한에 의해 납치된 10명의 일본인 귀환을 북·일 수교의 선행조건으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국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 보호를 가장 우선해야 한다. 대북 햇볕정책이나 통일도 결국에는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햇볕정책을 위한 북한 달래기가 국민의 생명보다 중시되는 분위기는 곤란하다.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인권위원회 등 관련부서와 기관들은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납북자 실태를 파악하여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향후 모든 대북 협상에서 납북자 문제는 선결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도리이자 의무이며 생명의 존엄을 실천하는 출발점이다. 정부는 국민이 없으면 국가도 없고 정권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땅에 떨어진 국가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 세종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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