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 세금을 투입해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가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정부 스스로 그토록 다짐해온 시장경제 원칙을 완전히 포기하고 이 사업의 성격과 목적을 단순한 「김정일정권 돕기」로 바꾸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미 누누이 강조돼온 대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살리는 길은 사업주체인 북한당국과 현대가 육로개방과 특구지정 등을 통해 이 사업을 좀더 흡인력 있는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길뿐이다. 이를 외면한 채 정부가 나서 적자를 메워준다고 해서 관광객이 늘어날 리가 없고, 남북교류나 화해에 기여하게 될 근거란 더더욱 없다. 북한정권만이 남쪽 국민의 막연한 북한정서에 편승한 수혜자가 될 뿐이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살리는 것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그나마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북한당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유인책이라면서, 그래서 이것을 「평화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이 사업과 관련해 내세워온 「정경(政經)분리」의 원칙에 배치되는 것으로, 정부 스스로 이 사업을 「정치사업」으로 선언하는 것일 뿐이다. 정부의 이 같은 논리는 남북대화의 운명을 오히려 금강산 관광사업에 종속시키는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다. 이런 사업을 링거 주사로 근근이 살려간다고 해서 남북교류에 어떤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이미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많은 위약을 저질렀다. 이번 일만 해도 정부는 북한이 현대와 합의한 금강산 육로관광 및 특구지정이 실천에 옮겨질 때라야 추가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다짐해왔지만, 그 약속을 스스로 뒤집어버렸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금강산 관광사업의 처리를 다음 정권에 넘기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홍순영 통일부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1~2 주일에 한 차례라도 관광선이 운항하는 상황에서 현정부의 임기를 보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당사자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지속돼야 함을 강조하는 뜻이라고 해명하고 있다지만, 누가 들어봐도 속이 들여다 보이는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정권은 「햇볕」의 공(功)과 양지(陽地)만 차지하고, 그 과(과)와 그늘은 차기정권에 넘기려는 심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현정권이 지난 4년간 취해온 대북정책 전반의 정직성과 도덕성은 앞으로 남은 1년간의 마무리 작업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검증될 것이며, 국민들은 그 시금석으로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처리방향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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