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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의 태도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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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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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두자릭(Robert Dujarric)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이란·이라크가 ‘악의 축’을 구성하고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논쟁의 축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 발언으로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엔 종지부가 찍힌 것이라는 우려가 크고,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남북 관계를 저해할 것이라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부시의 ‘악의 축’ 발언으로 혼란을 겪게 된 것은 이해할 만하다. 부시의 발언은 어떤 유용한 목적에도 쓸모가 없다.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은 대부분의 동맹국들이 반대하고, 이란에서 야당은 이제 ‘미국의 꼭두각시’로 몰릴 위험성에 놓이게 됐으며, 한국에서는 남북 관계에 진전이 없는 것이 미국 때문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부시의 국정연설로 인한 소동이 아니었더라도, 미국의 대북정책 결과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이미 한·미 관계를 저해하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는 미·북 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남북 관계에 진전이 없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을 ‘포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같은 분석은 잘못된 것이다. 다음의 몇 가지 이유들 때문이다.

첫째로 미국과 북한은 대화할 것이 별로 없다. 물론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에 관해 대화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다 해도 관계가 확대될 여지는 별로 없다. 북한은 돈이 없기 때문에, 제재가 없다고 해도 미국 상품을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시장에 팔 것도 없고, 미국 투자가들이 북한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지도 않다. 미국 투자가들이 저렴한 노동력을 원한다면 아시아 다른 지역에 더 좋은 곳이 많으며, 북한에 시장이랄 것도 없다. 더구나 미·북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8000㎞나 떨어져 있다.

반면에 남한과 북한은 대화할 것이 많다. 문제는 북한이 어떠한 양보도 하려 들지 않아왔다는 것이다. 북한은 경원선 철도 연결에도 응하지 않고 있고,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대한 서울 답방도 거절했으며, 경제개혁을 위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김정일은 결국 김대중 대통령에게 굴욕을 안겨주고 남한 사람들이 포용정책을 비판할 원인을 제공했다.

둘째로 미국 행정부 정책에 뭐가 잘못됐든지 간에, 북한이야말로 미·북 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데 열심이었다.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가 (말기에) 제시했던 합의안을 거절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건설 과정에도 협력적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일본 수역에서 도발적 행위를 일으켰다.

셋째로 한국에서 미국의 제일 중요한 책임은 북한의 침략에 대해 한국의 방어를 지원하는 것이며, 가능하다면 남북 긴장 완화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다른 의무도 갖고 있다.

미국은 일본 방위에도 역할을 하며, 따라서 일본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일본도 미군기지를 두고 있고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한국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은 또한 세계적 책임도 갖고 있는데, 그 때문에 미국 행정부는 북한 문제, 특히 미사일과 핵 문제를 더 넓은 시각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이해돼야 할 것은, 부시 대통령이 훌륭하지 못한 보좌로 인해 반생산적인 발언을 했던 것과 상관없이, 미국이 지금까지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남한이 햇볕정책을 실천하도록 했고, 남한이 힘을 갖고 북한과 협상할 수 있도록 군사적으로 뒷받침을 했다.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는 북한이지, 미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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