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對韓)채무 18억달러 중 일부를 북한의 발전부문 현대화 사업에 지원하는 것으로 변제하자는 러시아의 제의는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러시아가 한국 돈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점이다. 형식논리로 보면 한국이 북한에 경협지원을 하는 바에는 러시아가 한국에 갚을 돈을 대신 북한에 제공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추진하는 방식은 현금이 아닌 발전설비 등 현물을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러시아 발전설비로 북한 전력산업을 현대화하면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는 그만큼 높
북한은 김일성 사후 우리 민족을 ‘김일성민족’으로 부르고 있다. 이 말을 처음 언급한 사람은 김정일이며, 그는 74년 2월 주체사상을 ‘김일성주의’로 정의한 적도 있었다. 김정일은 94년 10월 김일성 백일재(百日齋)가 있던 날 당중앙위원회 간부들과 가진 담화에서 “지금 해외동포들은 조선민족을 김일성민족이라고 하고 있다”고 했고, 이후 이 말은 북한 출판물과 매체가 금과옥조로 인용하는 ‘법어’가 됐다. 북한은 이에 그치지 않고 ‘김정일민족’ ‘태양민족’이라는 용어도 내놓았다. 평양방송은 96년 7월 김일성 2주기에 즈음해 내보낸 정
이상우서강대 교수·정치학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우리 대통령이 6·25를 민족통일 전쟁으로 평가했다는 보도는 놀라운 일이다. 김정일이 인민군 창설기념식에 했음직한 이야기를 우리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 담았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 나는 우리 대통령이 이런 역사인식을 가졌다고는 믿지 않는다. 필시 국가관이 투철하지 못한 연설문 작성자가 준비한 원고를 대통령이 깊은 생각 없이 읽었으리라.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할 때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선량한 동포 수백만명을 죽인 반민족적 테러인 6·25를 저질러 놓고도
5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린 지난 9월15일 북한 아태평화위원회는 현대측과 별도회담을 갖고 「5차 장관급 회담은 현대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히고 「금강산 관광대가를 당초 약속대로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북한이 남북당국간 회담이 열리고 있는 같은 시점에 현대측과 별도회담을 가진 것 자체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회담에서 5차 장관급 회담이 「바쁜 가운데서도 장군님의 현대에 대한 배려 때문」이란 것을 3차례나 강조했다니 이쪽 정부의 처지가 말할 수 없이 우습게 됐다. 이것은 북한이 앞으로 남북대화는 돈
김대중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6·25 전쟁을 ‘성공하지 못한 통일 시도’라고 지칭해서 대통령의 ‘6·25’ 인식에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남북간의 평화공존과 교류를 강조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썼다고는 하나 이것은 단지 표현상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김 대통령이 6·25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문제의 연설에서 국군의 조국수호 노력을 치하하고 안보와 화해협력 속에서 한반도 평화와 교류협력을 이끌어 갈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사상 세 번의 통일 시도가 있었는데, 신
수잰 숄티(Suzanne Scholte )디펜스 포럼은 지난 몇달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미국 방문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했다. 디펜스 포럼 재단은 인류 공통의 가치인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교육 재단으로서, 오랜 기간 동안 구 소련, 쿠바, 중국, 북한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망명한 사람들을 초청하여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서도록 주선해 왔다. 우리가 황씨를 초청하는 것은 이 같은 활동의 일환이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황씨를 초청하는 것이 한국의 햇볕정책과 관련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국방부는 북한군 수십명이 연 이틀 군사분계선을 침범한 사실을 1주일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로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공개하면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고, 공개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다는 국방부의 논리는 괴이쩍기 짝이 없다. 우리는 그것을 공개하지 않은 국방당국의 정신상태와 책임감부재를 더욱 불안하게 여긴다. 이번 사건을 국방부는 「종종 있었던 일」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종종 있었던 일」이어서 공개 안했다면 테러가 자주 일어나면 그냥 덮어둘 수도 있다는 논리인가.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는 「종종 있었던 일」도
국방부가 「월간북한」 9월호에서 대북정책을 비판한 글 3건을 삭제토록 압력을 가한 뒤 「국방부용」으로 재편집해서 납품받은 것은 과잉처사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장병들의 「교육용」으로 구입했기 때문에 햇볕정책 등 정부정책을 비판하거나 군 수뇌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그대로 내보낼 수 없어 사전 예방차원에서 취한 조치라는 것이 국방부측 설명이지만, 적어도 「민주군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국방부가 「북한연구소」에서 지난 71년부터 발간해온 이 월간지를 구입해 장병 교육용으로 사용한 데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북한동포의 굶주림을 덜어주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돌연 대북(對北) 쌀지원을 들고 나오는 데는 우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국내 쌀이 600만섬의 적정재고(在庫)를 300여만섬 초과하니, 이 중 200만섬을 북한에 보내자는 주장이다. 얼핏 들으면 남쪽의 쌀 재고 과잉과 북쪽의 식량난을 동시에 해결하는 그럴 듯한 발상 같기도 하다. 문제는 이 제안의 주체가 한나라당이면서도 그 지원절차와 방식이 한나라당이 그토록 비판해오던 이 정부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한 듯한 데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껏 이 정부의 대북지원
우리 대북정책 추진의 제도적 맹점은 정부가 대북지원을 위한 국가예산을 자의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협력기금법에 근거해 국회가 예산심의과정에서 남북협력기금 규모를 결정하면 그 다음은 국회의 제재를 받지 않고 정부가 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연히 국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할 사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가 하면 순수한 남북관계보다 정치적 의도에 따라 사업 우선순위가 정해져도 어쩔 수 없게 된다. 「대북 퍼주기」도 그런 제도적 허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남북협력기금을 금강산 관
경색되었던 남북 당국자간 접촉이 5차 장관급 회담으로 다시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번 회담에서 그동안 합의는 했으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여러가지 사업을 다시 추진키로 했으며 이산가족 상봉과 태권도 시범단도 교환키로 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많은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앞으로 남북 접촉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이번 회담을 먼저 제의하고 남측의 수용요구에 즉각 응하는 등 전과 다른 태도를 보인 의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이번 회담에서 북측은 큰 틀에서는 원칙적 합의를 하고 구체적인 실천은 실무회담으로 넘기는 과거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금년 3월 북측의 일방적 선언으로 중단되었던 남북 장관급회담이 지난 주말 재개되어 3박4일간의 회담 일정을 마치고 18일 오전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면서 폐막되었다. 공동보도문은 전체적으로 지난해 채택된 6·15공동선언을 이행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민족의 화해와 단합, 이산가족문제, 민족경제의 균형발전과 경제협력, 사회문화교류협력, 당국간 회담 개최 등 5개항으로 나누어 각 분야별 사업추진 내역과 일정들을 제시하고 있다. 합의된 사항들은 대부분 지난 4차 장관급회담과 각급 실무회의에서 이미 합의했거나 논의
모처럼 열리는 남북장관급회담이다. 이 정부로서는 기다려왔던 대화의 기회이기도 하며, 이를 계기로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함직하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남북공동으로 반(反)테러 선언을 추진토록 지시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은 북한과 함께 반테러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회담을 방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남쪽으로서는 과거 북한이 저지른 각종 테러 사건에 대한 북측의 태도 표명 내지 사과 없이 북측과 공동으로 반테러를 선언한다는 것을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혹자
인사가 통치의 요체임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집권자는 인사를 통해 자신의 정책과 비전, 통치철학을 구현한다. 때문에 그 인사에는 집권자의 안목과 판단력 지혜 등 현재와 미래의 모든 것이 투영된다. 국무총리와 집권당 대표, 청와대 비서실장 등 「빅3」와 어제 있은 집권당 4역 그리고 청와대 비서실 등 후속인사까지 보면서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선택과 판단력에 이상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김 대통령은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석상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정치 선진화」를 강조했다. 집권당 신임대표도 「야당과의 대화」를 되풀이했
리비아에서 근무 중 탈북한 북한 간호사를 현지 한국대사관이 나서서 북한으로 돌려보낸 사건은 이 정권의 「햇볕정책」의 허상이 얼마나 깊은 것인가를 보여준 것이다. 외교부는 「북한 인도」에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가 보기에 이것은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탈북·망명의 문제다. 게다가 절차상으로도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그 간호사가 남한망명을 희망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 외교부의 주장이라면 그녀가 망명을 희망하지 않았다는 명시적 근거도 없다. 그녀는 작년 8월 12일 자신이 근무하던 리
박승준 / sjpark@chosun.com 장쩌민(江澤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사흘간의 평양방문을 끝내고 5일 귀국했다. 장쩌민의 이번 평양 방문은 세 가지의 관심거리를 우리에게 남겼다. 우선 그가 이번에 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방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서울답방을 촉구했느냐는 것이고, 다음은 김정일이 장쩌민에게 중국식 사회주의에 동조하고 뒤따를 의사를 밝혔느냐는 것이며, 또 한 가지는 장쩌민의 이번 방문으로 두 나라 관계가 어떤 질적인 변화를 하게 됐느냐는 것이다.먼저 장쩌민이 김정일에게 서울답방을 촉구했느냐는
제임스 레이니(James T.Laney)·전 주한미군대사 모턴 에이브러모위츠(Morton Abramowitz)·전 태국주재 미국대사2000년 6월 평양에서 열렸던 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이 가져왔던 희망들은 사라졌다. 김정일 자신이 공공연하게 밝혔던 서울 답방 약속에 대해서도, 1년이 넘도록 답방 시기를 밝히기를 거절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북한과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가 경화됐고, 김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됐다. 이 같은 정체상황에는 부시 행정부 역시 기여를 했다. 부시 행정부는 처음부터 북한과 상대
북한과 중국은 과거 동맹수준에 버금가는 우호관계를 복원한 것인가. 북한 김정일과 중국 장쩌민의 평양 정상회담의 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북한으로서는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복원을 이룩함으로써 이른바 「신 3각 협력체제」 구축을 끝낸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완충지대」로 남겨놓는 것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는데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가져왔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해 쌀을 비롯한 양곡 석유 화학비료 무상지원과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그 규모는 양국 실무자 간 협의가
김영호 /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국회는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햇볕정책의 전략적 발상과 정책 수행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김대중 정부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의안 통과 후 현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대응 방식은 국회 의사를 수용하기는커녕 더욱 오기를 부리고 있는 인상이다. 장관 한 명의 거취 문제로 끝낼 수 있는 일을 스스로 ‘남북문제의 근본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확대 해석한 초반 대응방식에서부터 “직접 국민을 상대하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거나 “역사의 심판을 받을
북한에 피랍돼 공개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던 탈북자 유태준씨의 모습을 MBC가 지난주 방영함으로써 그가 북한에 살아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종 1년3개월, 조선일보의 ‘유태준 공개처형’ 보도 6개월 만이다. 비디오테이프와 관련한 의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평양에서 내보낸 두 번의 기자회견 목소리에 대해 “내 아들이 아니다. 얼굴을 봐야 믿겠다”고 주장했던 유씨의 어머니 안정숙(58)씨가 “얼굴이 너무 상해 알아보기 어려웠으나 점점 아들의 얼굴이 살아나는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생존은 사실로 인정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