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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칼럼] '이제 그만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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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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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대중 대통령의 처지를 살펴보면 주변세력과 친인척의 비리의혹으로 시시각각 몰리면서 그 압박감을 「대북한(對北韓)」이라는 돌출구로 피해가려는 형국이다. 그러나 국민신뢰와 정책 두 가지는 결코 별개의 것일 수 없다. 어느 정책이든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또 국민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바탕 위에서는 어떤 그럴싸한 정책도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

지금 김 대통령과 이 정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그의 대통령임기는 물론 일생의 정치적 역정에서 최하일 것이다. 그는 당 총재직을 떠났다지만 당이 그를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레임덕 현상은 더이상 막을 상황이 아니다. 관료의 추진력은 한계점에 온 느낌이다. 그의 오랜 원군이었던 재야세력의 응집력도 어제같지 않다. 그것은 이 정권의 밑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각종 부정과 비리, 그것을 감싸고 있는 저질의 동류의식 그리고 각종 「개혁적」이라는 사회 경제정책의 실패 등이 한 접점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대북」 라스트 피치는 그의 애절한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안쓰럽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그만 하시지요』라고 만류하고 있는데 그는 움직이지 않는 물체를 열심히 흔들어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80고령의 노(老) 정치인이 연두회견에서 말한 사과에서 변명을 느끼며 그가 보인 대북 집념에서 편집증을 읽으며 그의 목소리와 안면에서 덧없는 피로와 노화를 감지했다. 그런 그이기에 그가 엊그제 새삼 북한돕기, 더 정확히 말해 「김정일정권 돕기」를 위해 그 스스로 다짐해왔던 시장논리와 정경분리논리를 뒤엎고 나서는 것을 보고 그의 안면몰수적 일방통행의 무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퇴장의 문턱에 선 김 대통령으로서 그가 일생의 「업적」으로 삼는 대북문제에 건곤일척(乾坤一擲)하려는 심정을 모르지도 않는다. 문제는 대북문제라는 범 국민적 관심사가 처리되는 과정과 시기가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모를리 없는 김 대통령이 왜 이런 억지를 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혹시나 그가 어떤 취약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든다.

북한정권의 돈(외화)줄은 크게 세 갈래였다. 대종이 일본 내 조총련에서 조달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동에 대한 미사일 등 판매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금강산관광 등 한국으로부터의 송금이었다. 현재 조총련 송금은 일본 사직당국의 조사로 막혀있고 중동 것도 9·11 이후 동결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기에 현재로서는 남쪽의 북한돕기가 북한으로서는 유일한 자금줄일 수밖에 없으며 김 대통령은 그것을 겨냥했음직하다. 그러나 그것은 역설적으로 북한 당국에 의해 우리가 놀아나는 결과일 뿐이다. 돈을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어낼 수 없다면 그것은 돈이 마약이 되어 생을 이어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같은 논리로 돈 주고 얻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며 인질일 뿐이다.

시기도 그렇다. 비록 햇볕정책을 긍정하는 사람이라도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퇴장을 앞둔 김 대통령으로서는 일을 벌이는 쪽보다 마무리해야 하고 미국과의 접선을 앞두고 있는 김정일로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은 뻔하다. 우리를 특히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런 대북정책들이 과연 어떤 논의과정과 의견수렴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것이 정권말기의 투망식 업적주의의 소산이라면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금강산관광객이 격감했다는 것은 그것이 육로가 아니고 교통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다시 말해 금강산 관광사업은 이제 약효가 다 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김 대통령이 진정 남북관계를 위하고 거기에 어떤 점 하나를 찍었다고 자부하려면 더 이상 매달리고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과감하게 이 문제를 다음 정권에 넘겨주어야 한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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