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국민세금을 투입해 여러가지 지원 대책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지금까지 정부 스스로 밝혀 온 대북 교류협력 사업의 원칙을 허물어버린 것으로서, 앞으로 이 분야의 혼란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정경분리’니 ‘시장경제 원칙’이니 ‘정부와 민간의 구분’이니 하는 말을 사용할 수 없게 됐으며, 그렇게 하더라도 더이상 믿을 국민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대북사업이 ‘정치사업’이고 어떤 사업이 ‘경제사업’인지를 무슨 기준으로 정할 것이며, 다른 기업들도 대북사업을 하다가 거덜날 만하면 정부에 손을 내밀 경우 어떤 명분으로 거부할 것인가.

금강산 관광사업이 진정으로 남북화해와 교류에 기여하려면 북한당국의 이 사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사업중단 위기는 오히려 북한당국으로 하여금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깨달아 여기에 적응하게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것을 현정부가 먼저 포기하고 이 사업을 단순한 ‘김정일 정권에 현금 갖다주기’로 변질시켜버렸으니,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왜곡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돈으로 평화를 산다”는 인식을 내보이고 있는 것은 가당찮다. 근본적인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남북 간의 평화란 우리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지켜내는’ 것이지, 물건 사듯이 돈으로 ‘사오는’ 게 아니다. 6·25가 일어난 것이 우리가 북에 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후 반세기 동안 평화가 유지된 것은 돈을 주었기 때문이란 말인가. 돈으로 주고 받는 것이라면 ‘평화’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없을 것이다.

때맞춰 북한당국이 자신들의 ‘합동회의’라는 것을 통해 남북대화에 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마치 현정부의 금강산 관광사업 지원방침의 효과인 것처럼 이해하는 시각도 있으나, 설혹 이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실효성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대북 교류협력사업의 원칙과 방침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진 이상 이제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등을 통해 정부의 기금 사용을 국회가 통제, 감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야당은 무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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