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해 연두교서에서 우리가 각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가 북한의 핵 및 생화학무기 위협을 직접 거론하며 이것을 저지하기 위해 확고하고 일관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란·이라크와 함께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 위협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미국 국민과 세계 앞에 올해 미국 정책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이것을 언급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부시는 올해 3대 국정목표 가운데 두 가지를 테러리즘 퇴치에 둘 정도로 강한 집념을 나타냈다. 그는 과거 레이건 대통령이 구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지칭했던 것처럼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명하며 "백성들은 굶주리고 있는 데도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강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부시의 이러한 강경입장 표명은 지난주 국방비 480억달러를 증액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또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사실상 끝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갖게 한다. 이것은 미국의 다음 테러전쟁 대상이 반드시 북한을 포함하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미·북관계가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북한의 반응여하에 따라서는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문제는 미국의 이러한 대북인식과 한국 현 정부의 인식 사이에 큰 편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한·미 동맹의 성격으로 보나, 지금까지 대북정책의 추진과정에서 보면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였는데도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대량살상 무기 확산방지 정책과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에서 경의선 복원 등 5대과제를 대북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그것을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상대가 있게 마련인 이들 과제수행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문제지만,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 것이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편차를 어떻게 조율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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