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이나 규범은 국제사회의 질서를 규율하는 기본 틀이다. 군사력을 갖춘 주권국가들의 대외적 행태에 대한 최소한의 룰이 무너진다면 국제질서는 야만이 지배하게 된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총영사관)에서 우리는 국제협약과 관행 모두를 무시한 야만적 행태를 목격했다.중국 공안당국이 탈북자를 잡아가기 위해 한국 외교공관에 침입한 것도 모자라 한국 외교관들을 향해 폭력까지 휘두른 것은 한국 주권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다. 외교공관에 대한 ‘불가침(Inviolability)’은 국제사회가 수백년 이상 지켜온 최상위의
宋鍾奐 /한양대 통일정책연구소 객원 연구원ㆍ前유엔 및 미국 주재 공사2년 전에 발표된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북한 최고당국자가 직접 만나 대화를 했다는 점에서 남북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남북 양측이 그 후 이 선언의 이행문제를 열심히 논의하기는 고사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은 물론 남북장관급회담마저 실종된 상태다.기대를 모았던 남북 당국간 대화가 시작 때와는 달리 유명무실하게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1971년 이후 시작과 중단을 반복해 온 30년간의 남북대화에서 북한은 개막―중간―합의―이
뉴욕타임스와 ABC방송 등 미국의 주요 매체들이 탈북자들의 처절한 상황과 생존투쟁 모습을 생생하게 미국민의 안방에까지 전달하고 있는 것에 때맞춰 미국 하원은 중국정부에 탈북자들의 망명을 허용하고 북한송환을 중단하라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베이징(北京) 주재 모든 외국공관에 들어간 탈북자들의 신병인도를 요구키로 해 지금까지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미하원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 여론을 반영하고 있어 앞으로 대북(對北)·대중(對中) 정책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가 테러리스트와 적성국에 대한 ‘선제공격(preemption)’의 개념을 담은 ‘신(新)안보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올 가을쯤 독트린(敎義) 형식으로 발표될 이 내용이 현실에 적용될 경우, 한반도 안보지형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군사·안보 전략의 핵심은 ‘봉쇄와 억지(containment and deterrence)’였다.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은 공격용이라기보다는 ‘억지(抑止)’가 우선적 목표였던 것이다.미국 정부가 새로운 안보 독트린을 마련키로 한 것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전개되고 있는 탈북자들의 끊이지 않는 엑소더스(탈출)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중국과 한국의 현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미봉책에 급급하고 있는 동안 한국과 외국공관을 향한 탈북자들의 목숨을 건 질주(疾走)는 더욱 추세화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북한내의 처참한 인권유린 참상을 폭로하는 외국언론의 보도도 갈수록 구체적이고 생생해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가 10일 보도한 북한 수용소내 인권유린 참상은 우리말로 그대로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수용소의 임신부들은 강제 낙태주사를 맞고, 그래도
중국 베이징(北京) 한국 총영사관에는 지난달 23일부터 탈북자들이 한두 명씩 간헐적으로 들어오다가 9일 다시 3명이 합류함으로써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지금까지 베이징 외국공관으로 들어갔던 탈북자들은 예외없이 목적했던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만은 한국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정부가 한국 공관에만 그간의 관례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이들의 신병인도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중국정부가 탈북자 처리문제와 관련해 한국공관에 배려는 못해줄망정 오히려 외국공관보다 더 불리한 차별대우를 하는 것은 명백히 부당한 처사다. 국제법상으
宋 復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래로 써오는 말에 ‘상(賞) 뒤의 우환’이라는 것이 있다.상은 받았는데 상 받은 사람도 심기가 편치 않고 그것을 보는 사람도 심기가 불편하다. 자연 손가락질이 오가고 욕설이 오가고, 마침내 편싸움이 벌어지고 원수가 된다. 공연히 상 때문에 그 좋은 사이가 상종 못할 사람으로 갈라서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선인(先人)들은 모든 사람에게 축하 받지 못하는 상은 ‘우환거리’라 해서 절대로 받지 못하게 했다. 특히 국가에서 수여하는 훈장이나 포상일수록 그러하다. 훈공을 따지는 것부터가 편향된 시각이기 십상이어서 공
한국의 대학교수들이 오는 7월부터 북한 최고의 공과대학인 김책공대에서 정보기술(IT) 분야 강의를 하기로 남북간에 최종 합의했다. 더불어 지난 5일부터 남한 전문가들이 경수로 건설현장인 함남 금호지구에서 북한 원전(原電) 기술자들에게 경수로 운영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북한당국이 대부분의 대남(對南) 대화와 교류를 동결한 채 정보기술과 경수로 분야에서는 남한의 기술지원을 수용키로 한 데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작용했겠지만, 어쨌든 남북한 교수·학생·기술자들이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지식과 기술을 주고받게 된 것은 남
崔普植“혁명 역사에서 또 한차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던…”. 작년에 조선중앙TV를 통해서 방영된 ‘자강도 사람들’이라는 북한 영화의 내레이션은 비장하다. 피눈물 나는 역경을 뚫고 당(黨)에서 부여받은 발전소 건설의 과업을 완수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영화 주인공들은 눈보라 속으로 ‘니탄’(泥炭)을 캐러 떠난다. ‘니탄’이란 땅속에 묻힌 풀뿌리 등이 완전히 석탄이 되지 않은 상태다. 땔감을 찾는 것일까? 그러나 영화에는 “니탄을 그냥은 먹기 어렵지만 옥수수 가루를 반반씩 섞으면 먹을 만하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또 식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공이 크다는 이유로 회담 2주년을 맞아 전·현직 통일부 장·차관 등 26명에게 각종 훈장과 포장을 수여키로 한 것은 낯간지러운 일이다. 더구나 대상자 중에는 정상회담과 관련 없는 전직 장관 등도 포함돼 있어, 전직 각료들에게 의례적으로 훈장을 주는 일까지 국민의 눈총을 피해 슬쩍 덤으로 해결하는 것 같아 더욱 볼썽 사납다.국가에 공을 세운 공무원에게 훈장을 주는 것 자체야 권장했으면 했지 나무랄 일이 아니다. 6·15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서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이 일로 훈
김현호/논설위원 겸 통한문제연구소장 hhkim@chosun.com 현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현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거나 또는 포용의 강도를 더욱 높일 태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 역시 상호주의와 검증을 강화하되 포용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포용정책의 원칙과 철학은 시대적 당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이
南時旭/언론인·성균관대 겸임교수북한당국이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한 한나라당의 성명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주목거리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조치가 연말 대선정국에 ‘신북풍’이 불어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고 있는 데 반해 민주당측은 한나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이 대선전략을 보혁구도로 몰아가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한반도에서 지금 특이한 정치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회창 낙선 공작 나선 평양당국 지금까지의 여러 징후로 미루어 보면 북한당국이 남한의 대선에 영향을
북한 노동신문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제2항에 대해 “(북과 남이) 서로의 통일방안에 공통점을 인식한 데 기초하여 그것을 적극 살려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했다는 의미”라면서 “이 조항을 쌍방이 통일방안에 대해 합의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같은 소리”라고 30일 주장했다. 이 같은 입장이 북한당국의 최종적인 것이라면, 이 조항의 해석을 둘러싼 남북 간, 그리고 남한 내부의 논쟁을 정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일이다.그러나 노동신문의 이런 주장이 최소한의 설득력이라도 가
지금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 가운데 가장 의미심장한 것은 무엇일까? 뭐니뭐니 해도 갈수록 추세화하고 치열해지고 있는 대규모 탈북(脫北) 사태일 것이다. 하나의 정권, 체제, 국가로부터 수많은 주민들이 떼를 지어 탈출한다는 것은 그 정권, 체제, 국가로서는 그야말로 파천황(破天荒)의 대사변이 아닐 수 없다. 북한 ‘인민’들의 탈출은 더군다나 스스로 ‘인민의 체제’라고 자처하는 곳으로부터의 필사적인 엑소더스다. 따라서 그것이 북한 권력층에 주는 정치적·도덕적 타격은 가히 치명적인 것이며, 문자 그대로 국가적·체제적 정당성의 위기
탈북 김한미(2)양 가족의 미국망명 요청을 처리하는 미국 국무부의 태도를 보면, 탈북자 인권문제에 관한 미국의 기본 입장은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선양(瀋陽) 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하려다 중국공안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오는 등 우여곡절 끝에 한국행에 성공한 김양 가족이 당초 원했던 망명지는 미국이었다.미국 국무부는 이들의 망명요청 서한을 접수하고도 이를 부인하다, 나중에 편지를 전달한 미국 ‘디펜스포럼’이 문제를 제기하자 ‘행정착오’로 주무부서에 접수되지 않았다고 둘러대는 등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였다.국제인권의 수호자
최평길 /연세대 교수·남북한 군사모든 조직은 추구하는 목표가 있고 상대가 있다. 기업은 고객을 매료시키는 주력 상품으로 경쟁사를 제압하고 복싱 도전자는 챔피언인 방어자를 무너뜨리려 하며 한국 축구대표팀은 폴란드 대표팀을 맞아 16강 진출 서전을 장식하려 한다. 외국의 군사침략을 방어하고 승리해야 하는 군대는 적 아니면 아군이라는 군 특유의 심리로 경쟁국 군대를 군사용어로 주적(主敵·main enemy)이라 한다. 주적 군은 한 나라 국방안보에 결정적 위협(major threat)을 주는 상대국의 군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적을 갖지 않
중국 주재 외국공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망명 요청사건은 일정한 방향을 향해 예상외의 속도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그 방향은 탈북자들의 행동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대규모화하며, 그래서 관련국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쪽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지금까지의 사건을 통해 탈북자 문제는 확실한 국제적 이슈로 부상했고, 여기에 중국은 물론 일본·미국 등이 싫든 좋든 직접 당사자로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자 3명이 베이징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한국행을 요청한 것
23일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서 열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연례총회를 기분 좋게 끝낸 찰스 카트만(Kartman) KEDO 사무총장이 KEDO의 잭 프리처드(Pritchard) 미국 대표(대북교섭담당 대사 겸직)와 한국·일본·EU(유럽연합)의 대표들과 함께 점심 약속 장소로 향했다. 점심 장소는 총회가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빌딩에서 한 블록 떨어진 이탈리안 레스토랑 2층. 따뜻한 봄 햇살에 걸음걸이도 가벼워 보였다.일행은 약속시각(12시30분)보다 5분 일찍 도착했다. 15분 뒤 박길연 유엔주
작년 말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연례 국방백서 발간을 격년제로 바꾸기로 했던 국방부가 끝내 백서발간을 무기한 연기했다. 국방부는 또다시 이런저런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이 백서의 「주적(主敵)」 개념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안팎으로 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아야 하는 국방부의 처지도 안쓰럽지만, 이 정부가 언제까지 이렇게 북한 눈치보기와 끌려가기를 계속할 것인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국방백서는 국제 안보정세와 우리 국방정책, 한국군의 무기체계 등을 담은 일종의 종합보고서로, 이를
이윤상/(사)한국이웃사랑회 기획실장 민간단체(NGO)에서 대북지원 일을 맡아 하면서 북한을 10여 차례 다녀왔다. 북한을 방문하는 까닭은 주로 우리가 지원한 물품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기 위한 것이다.오가다 보니 어느덧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방문기간 중 일요일이면 우리 일행은 평양의 봉수교회를 찾는다. 목사는 오늘 이 자리에 남한에서 누가 새로 참석했는지 알리고 예배를 시작한다. 예배가 끝나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기도 하고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노래를 부르며 헤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