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제2항에 대해 “(북과 남이) 서로의 통일방안에 공통점을 인식한 데 기초하여 그것을 적극 살려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했다는 의미”라면서 “이 조항을 쌍방이 통일방안에 대해 합의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같은 소리”라고 30일 주장했다. 이 같은 입장이 북한당국의 최종적인 것이라면, 이 조항의 해석을 둘러싼 남북 간, 그리고 남한 내부의 논쟁을 정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일이다.

그러나 노동신문의 이런 주장이 최소한의 설득력이라도 가지려면, 이 신문과 북한방송들이 얼마 전까지도 왜 제2항이 ‘연방제로 합의한 것’이라고 되풀이 주장했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검은 것을 희다’고 한 쪽은 북한이기 때문이다.

북한 주장의 대표적 사례는, 노동신문이 작년 12월 9일 ‘북남공동선언의 이행은 곧 조국통일’이라는 제목으로 “나라의 통일을 평화적으로 이룩하는 방도는 북과 남의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통일을 실현하는 연방통일국가 창립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외의 다른 방도란 있을 수 없다”면서 “북남공동선언은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지향함으로써…”라고 보도한 것이다. 또 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제2항은) 연방제 통일에 합의한 내용(5월 21, 27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2항을 둘러싼 논쟁이 촉발된 것은 바로 북측의 이 같은 ‘연방제 합의’ 주장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노동신문이 기존의 자신들 주장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라거나 ‘수정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거꾸로 ‘합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한 남한의 특정 대통령 후보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있는 것은, 선거개입 등 다른 의도를 의심케 한다. 북측의 이런 이중적 태도를 따져보기는커녕 오히려 편을 들어주는 듯한 현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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