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공이 크다는 이유로 회담 2주년을 맞아 전·현직 통일부 장·차관 등 26명에게 각종 훈장과 포장을 수여키로 한 것은 낯간지러운 일이다. 더구나 대상자 중에는 정상회담과 관련 없는 전직 장관 등도 포함돼 있어, 전직 각료들에게 의례적으로 훈장을 주는 일까지 국민의 눈총을 피해 슬쩍 덤으로 해결하는 것 같아 더욱 볼썽 사납다.

국가에 공을 세운 공무원에게 훈장을 주는 것 자체야 권장했으면 했지 나무랄 일이 아니다. 6·15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서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이 일로 훈장을 받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 줄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우리끼리 자랑하고 상(賞)을 나눌 만큼 축제 분위기가 아님은 누구보다 정부 스스로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축하해 주지 않는 서훈(敍勳)은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정부는 작년 6·15 1주년 때도 관련자들에 대한 서훈을 추진하다 포기했었다. 남북관계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돼 있는데도 정부가 기어이 서훈 결정을 내린 것은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이 진정으로 남북 화해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고, 그래서 관련자들에게 훈장을 줄 만한 일이라고 판단했다면, 그럴수록 서훈은 이렇게 쫓기듯 궁색하게 서둘 일이 아니다. 임기 말에 재고 처리하듯 주는 훈장이 수훈자들에게도 얼마나 명예심을 북돋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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