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교수들이 오는 7월부터 북한 최고의 공과대학인 김책공대에서 정보기술(IT) 분야 강의를 하기로 남북간에 최종 합의했다. 더불어 지난 5일부터 남한 전문가들이 경수로 건설현장인 함남 금호지구에서 북한 원전(原電) 기술자들에게 경수로 운영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북한당국이 대부분의 대남(對南) 대화와 교류를 동결한 채 정보기술과 경수로 분야에서는 남한의 기술지원을 수용키로 한 데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작용했겠지만, 어쨌든 남북한 교수·학생·기술자들이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지식과 기술을 주고받게 된 것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남북접촉인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호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북한당국은 이른바 ‘단번도약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IT 분야에 관심과 투자를 집중하면서 여기서 경제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분야가 비교적 자본이 덜 들고 ‘사람 머리’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작년에 이미 극히 이례적으로 항공표를 제공하면서 남한 전문가를 초청해 평양에서 특강을 연 적도 있었다. 또 이 분야를 총지휘하는 사람은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당국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IT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정보화 사회의 기본 요건인 사회적 개방성을 북한체제가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은 이번의 ‘작은 시작’을 앞으로 확대 발전시키면서 단순한 도구적 기술 습득 차원을 넘어 경제회복과 정보기술 구축을 이루는 길이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깨달아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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