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재 외국공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망명 요청사건은 일정한 방향을 향해 예상외의 속도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그 방향은 탈북자들의 행동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대규모화하며, 그래서 관련국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쪽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사건을 통해 탈북자 문제는 확실한 국제적 이슈로 부상했고, 여기에 중국은 물론 일본·미국 등이 싫든 좋든 직접 당사자로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자 3명이 베이징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한국행을 요청한 것은 새로운 사태의 전개이다. 이들은 국제 인권단체의 도움 없이 직접 행동한 것으로 보여, 이제 탈북자들은 자력으로 외국공관을 이용하는 노하우와 대담성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이들은 다른 데로 둘러갈 것 없이 바로 한국공관으로 들어옴으로써 한국과 중국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온몸으로 묻고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조용한 외교’로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며 현실 안주적인 해결책을 찾을 때는 지났다. 탈북자들의 외국공관 진입사건이 일상화하고 있는데도 현 정부가 ‘전원수용’의 원칙만 밝힐 뿐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나 행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 아닌지 염려스럽다. 이번 3명의 처리문제는 정부의 의지와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이자, 앞으로 탈북자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정부는 개별사건의 해결과는 별개로 탈북자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접근방안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월남 보트피플 처리 방안을 비롯해 정부가 참고할 만한 국제적 선례들은 적지 않다.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이 문제를 껄끄러워해 온 데다 이제 임기 말을 맞은 현 정부에 과연 그런 의지가 있겠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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