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전개되고 있는 탈북자들의 끊이지 않는 엑소더스(탈출)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중국과 한국의 현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미봉책에 급급하고 있는 동안 한국과 외국공관을 향한 탈북자들의 목숨을 건 질주(疾走)는 더욱 추세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내의 처참한 인권유린 참상을 폭로하는 외국언론의 보도도 갈수록 구체적이고 생생해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가 10일 보도한 북한 수용소내 인권유린 참상은 우리말로 그대로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수용소의 임신부들은 강제 낙태주사를 맞고, 그래도 살아서 태어나는 아기들은 곧바로 처참한 죽임을 당한다.

중국에서 강제 송환당한 탈북 임산부들은 ‘중국인의 씨’를 잉태한 것으로 간주돼 이런 야만적 취급을 받고 있으며, 2000년 3월부터 5월까지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탈북자가 8000명에 이르고, 대부분이 여성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하고 있다. 우리를 더욱 부끄럽고 서글프게 만드는 것은, “한국정부가 북한정권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탈북자들의 발언을 말리고 있다”는 이 신문 보도다.

중국내 탈북자들이 왜 목숨을 걸고 한국행을 택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한국의 현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얼마나 “나 몰라라”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가 새삼 분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대북 포용정책이 목표하고 있는 북한체제의 긍정적 변화 가운데 최우선 순위는 문명사회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인권말살의 개선에 두어야 하며, 그것은 평양 권력의 환심이나 사려는 식의 ‘침묵’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북한 인권상황으로는 탈북을 막을 수도, 탈북자의 귀환을 유도할 수도 없는 것이 분명한 만큼, 현정부의 근본적인 발상전환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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