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가 테러리스트와 적성국에 대한 ‘선제공격(preemption)’의 개념을 담은 ‘신(新)안보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올 가을쯤 독트린(敎義) 형식으로 발표될 이 내용이 현실에 적용될 경우, 한반도 안보지형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군사·안보 전략의 핵심은 ‘봉쇄와 억지(containment and deterrence)’였다.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은 공격용이라기보다는 ‘억지(抑止)’가 우선적 목표였던 것이다.

미국 정부가 새로운 안보 독트린을 마련키로 한 것은, 작년 ‘9·11 테러’ 사건이 직접적 계기였다.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리스트와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의 도발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키 위한 것이라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국정연설에서 북한·이란·이라크 등을 ‘악의 축(軸)’으로 규정하면서, “이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위협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북한과 한반도는 이 같은 신안보전략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될 전망이다.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악의 축’ 발언의 근거가 됐던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우려스럽다. 지난 4월 임동원 특보의 방북 이후 곧 시작될 것 같았던 미·북 대화는 아직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2003년에 맞춰져 있는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미·북은 대화조차 갖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의 신안보전략에 대한 입장들을 수렴해 한국사회의 합의된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외교력을 경주하고, 한·미간 대북(對北) 공조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악의 축’ 발언 당시, 그 내용조차 제때 파악 못하고 허둥댔던 외교적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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