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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새 길'찾는 북·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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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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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 sjpark@chosun.com

장쩌민(江澤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사흘간의 평양방문을 끝내고 5일 귀국했다. 장쩌민의 이번 평양 방문은 세 가지의 관심거리를 우리에게 남겼다. 우선 그가 이번에 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방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서울답방을 촉구했느냐는 것이고, 다음은 김정일이 장쩌민에게 중국식 사회주의에 동조하고 뒤따를 의사를 밝혔느냐는 것이며, 또 한 가지는 장쩌민의 이번 방문으로 두 나라 관계가 어떤 질적인 변화를 하게 됐느냐는 것이다.

먼저 장쩌민이 김정일에게 서울답방을 촉구했느냐는 데 대해 분명한 것은 일단 두 나라가 이에 대해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쩌민 총서기의 방조(訪朝) 성공을 열렬히 축하하며’라는 인민일보 6일 사설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사설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조선반도의 이웃으로서 중국은 일관되게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히고 “중조 양국과 관련, 각 당사자들의 공동노력으로 조선반도는 더욱 평화롭고 안정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을 뿐이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은 5일 귀국 기자회견에 나와 서울답방 촉구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고 “그것은 (남북한) 두 나라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답했다. 물론 장쩌민이 우리 정부의 요청을 받고 답방을 귀엣말로 권유했다고 하더라도 ‘독립자주·완전평등·상호존중·내정불간섭의 4개항의 원칙을 기초로 한다’는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의 관계에서 발표될 사항이 아닌 형편이긴 하다.

김정일이 중국식 사회주의와 개혁정책을 뒤따를 의사를 밝혔는가에 대해서는 「각자의 사회주의에는 각자의 길이 있으며, 이에 대해 상호 존중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발표됐다. 장쩌민이 평양에 도착한 3일 아침 노동신문은 “장쩌민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공산당의 지도 아래 중국인민들은 중국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 현대화의 길을 달려가고 있으며, 현재 (장쩌민의) 삼개대표(三個代表)이론을 철저히 관철해서 국가통일을 달성하려는 노력을 조선인민들은 기쁜 마음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장쩌민은 서면연설을 통해 “최근 조선인민들은 김정일 총서기를 머리로 하는 조선노동당이 조선인민들을 이끌고 ‘조선식 사회주의의 길’로 분투전진하는 데 대해 중국인민들은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상하이(上海)를 방문한 김정일도 푸둥(浦東)개발지역을 보고 “상하이가 천지개벽을 했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살아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렇게 보면 노동신문과 김정일이 장쩌민의 이론을 칭찬했다고 해서 곧 북한이 이를 뒤따를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정상회담을 위한 외교적 수사(修辭)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이번 장쩌민의 평양나들이로 중국 북한 두 나라 관계가 어떤 질적인 변화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과거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표현되던 이른바 ‘혈맹관계’가 앞으로는 대등하고 독립적인 관계로 정착될 것임을 시사하는 말들이 많이 발표됐다.

다이빙궈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5일 귀국길에 수행 중국기자들과의 기내회견을 통해 “중국은 조선이 나름의 국정에 부합되는 발전의 길을 달려 번영하고 부강하기를 빈다”고 한 것도 그중의 하나다.

또 6일 발표된 인민일보 사설도 “세계는 풍부하고 다채롭다”고 전제하고 “두 나라는 그동안 자신의 정황에 맞는 사회주의를 건설해왔으며, 각자의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의 길을 따라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992년 한·중수교 직후 북한이 중국을 ‘수정주의’라고 비난한 점을 떠올리면 두 나라는 앞으로 각자의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한다는 점을 상호 존중하기로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선지 두 나라 관계를 표현하는 수식어도 ‘순망치한’ 대신 ‘산수가 서로 이어진(山水相連)’이라는 새로운 말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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