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정착해 살던 탈북자 유태준씨는 작년 6월 9일 중국으로 출국한 후 소식이 두절됐었다. 그 후 탈북자 사회에서는 그의 처형이 기정사실처럼 알려졌고, 우리 정부소식통도 이를 확인해 주었다. 정부 당국은 그의 임대주택을 회수하고 주민등록까지 말소한 상태였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에서는 ‘유태준진상규명시민연대’가 발족돼 그의 생존 여부와 입북 과정의 진실을 밝히려 애써 왔다. 보도 3개월 후 북한은 대외용 매체인 평양방송을 통해 ‘유태준 귀환’을 알렸지만 웬일인지 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의 첫 기자회견이 3개월이 지나서야 나온 점이나, 가족들이 그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지적한 사실 등은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다시 두 달 후에 나온 그의 두 번째 회견도 북한 방송에서는 라디오로 목소리만 내보낸 반면, 정작 얼굴은 한국의 TV방송을 타고 나온 사실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북한 당국이 유태준의 생존 사실을 알려오기까지 끈질긴 외부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돼야 할 것 같다. 지난 6개월 동안 시민연대의 헌신적인 운동가들은 물론이고 미 시사주간 TIME에서부터 최근의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까지 ‘유태준의 행방’을 집요하게 묻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북한에서 실종되거나 납북된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징표가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낭보이자 오보가 돼 버린 이 역설적인 기사가 남긴 교훈을 기자는 쓰라리게 간직할 것이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