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파멸 상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침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띄우는 것인가. ‘북한 속의 홍콩’ 건설을 목표로 한 신의주특구의 첫 행정장관에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華僑) 사업가 양빈(楊斌)이 내정된 사실과 그가 밝힌 특구 운영 구상은 파격적이다.양빈의 구상대로라면 신의주는 완전한 ‘자본주의 도시국???탈바꿈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 가장 개방적인 특구가 들어서는 이같은 ‘반전(反轉)’에 담긴 의미와 예상 효과를 정확히 읽어내기는 어렵다. 이것이 북한체제의 본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체
'경기는 해봐야 알지만 마음 속으로 해내야 겠다는 각오는 있다' 부산아시안게임 심판 자격으로 방한한 리만섭(56) 북한 체조 대표팀 책임감독은 24일 남북한 남자대표들이 함께 훈련한 부산 사직체조체육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조선체육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리만섭 책임감독은 90년대 남자체조팀 감독을 맡아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안마에서 금메달을 따낸 배길수를 길러내는 등 북한체조를 한단계 끌어올린 인물. 이날 90년대 한국남자대표 감독을 맡았던 조성동 협회 강화위원장과 반갑게 해후했던 리만섭 책임감독은 각종
오늘의 한반도는 북한문제 해법과 관련해 두 개의 상충하는 국제흐름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편에서는 김대중 정부와 일본·러시아를 중심으로 ‘김정일 달래기’가 전개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는 북한을 ‘악의 축(軸)’으로 규정한 채 ‘김정일의 대량살상무기 포기’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가는 길’이 엄존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며칠 동안 이 같은 두 개 흐름은 서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한반도평화를 위한 정치선언’을 채택하고, 미국 등의 대북대화를 촉구했
북한이 발표한 ‘신의주특별행정구 기본법’은 앞으로 신의주를 북한의 ‘홍콩’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관련 법대로라면 신의주는 행정 입법 사법에서 거의 독립권을 갖는 ‘국가 속의 국??같은 지위를 갖게 된다.북한으로서는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7월부터 실시한 ‘경제관리 개선조???최근 일련의 대남(對南) 유화 국면 조성, 그리고 일·북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대일(對日) ‘유화 자세’에 이어 이번 신의주특구 지정은 북한이 나름대로 일정한 변화 방향을 설정하고 있으며, 그 폭과 깊이가 지금까지의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음을
“북한에 줄 벙커C유로 200만명이 넘는 강원도 수재민들의 겨울나기부터 도와줘야 옳은 순서가 아닐까?(ID·brianyim)”정부가 벙커C유 등 일부 공급 과잉인 석유류를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기사보기)가 나오자 수백명의 네티즌들이 추석연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조선일보(www.chosun.com)에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더러는 “형제가 어렵다면 과거사에 연연하지 말고 도와야 하지 않겠나”(jekim)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중동 위기로 하루가 다르게 국제 원유가가 들썩이고 있는 마당에 북한에 기름을 퍼주
래리 닉쉬/미국 의회조사국(CRS) 아시아 전문가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결과를 얻었다. 북한은 긍정적으로 보이는 몇가지 선언들을 했다. 그러나 그같은 다짐이 진지하게 나온 것인지 아니면 해묵은 조작 전술에 불과한지는 앞으로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오랜 대북 경험은 말해준다. 김정일은 부시 행정부와 대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시했고, 그것을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고이즈미 총리에게 부탁했다. 북한이 진지한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시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습니다. 남아 있는 가족들은 ‘온전한 삶’을 살 수가 없죠.”이영욱(70·변호사) 전 의원은 작년 2월에야 미국 MIT대 재학 중 지난 87년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다 납북된 장남 이재환(당시 25세)씨의 사망통지서를 정부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아들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두번이나 집을 옮겨야 했고, 15년이 흐른 지금도 불면증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이 전의원이다. “추석에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아들 이야기는 아무도 꺼내지 않습니다.”해군에 복무하던 지난 70년 연평도 부근에서 납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공사의 착공식이 예정대로 열린 사실이 보여주듯 지금 남북관계는 순항 국면이다. 각종 회담과 행사에도 탄력이 붙었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동력(動力)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북한이 경제실리를 추구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일·북 회담의 결과도 마찬가지다.북한이 대내외 정책에서 경제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주목할 변화다. 그러나 아무리 사정이 어렵더라도 지원과 협력을 요청할 때는 최소한의 명분과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 남한을 그저 돈 뜯어가는 ‘봉’쯤으로 여기고 사사건
‘일본인 납치는 북한 특수기관들 사이의 망동주의와 영웅주의의 산물’이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인으로 특징지워진 이번 북·일 정상회담은 우리를 향해 새로운 차원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것은 북·일간 정식 외교관계가 수립되고 양측 사이의 교류·협력이 본격화되는 상황에 대처할 전략적 준비가 돼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회담을 계기로 북·일 수교가 현실의 문제로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북·일 합의의 골자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를 인정·사과하고, 이에 따라 양측은 수교 교섭을 재개하며, 또 일본은 대북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일본총리에게 “대남(對南) 공작을 위해 일본인들을 납치했다”고 사과하면서도 정작 남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미안한 기색마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와 함께 참담한 자괴심을 안겨준다. 그의 이런 태도는 남한을 철저하게 무시하거나 우습게 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하는 자성도 떨칠 수 없다.더욱 해괴한 것은 김정일이 남한을 목표로 한 범죄사실을 자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국가차원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지난 16일 발언은 여러가지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발언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 정책결정자의 의지가 얼마나 단호하고 강경한지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일·북 정상회담과 최근 남북관계 진전 등 한반도 주변에서 진행되는 대화무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심은 초지일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쪽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한마디로 미국이 보는 북한문제의 핵심은 대량살상무기와 북한의 위협 제거인 것이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17일 평양에 도착한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모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실무적이고 냉정한 태도다. 그의 말과 몸짓은 절제돼 있었고, 표정에서는 감정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처음 대면했을 때 한손으로 가벼운 악수만 건넸을 뿐이었고, 점심식사도 따로 했을 정도다.이같은 태도는 이번 평양행을 일·북 간 중요 현안에 대한 정상 간 담판의 기회로 삼을 뿐, 불필요한 정치행사로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일본측 보도에 따르면, 이런 ‘냉정한 협상’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 반
김대중 대통령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인지 모르겠다. 2년 전 평양에서 김정일과 얼굴을 맞대고 한 이야기를 정작 상대방은 “80%만 알아들었다”고 뒤늦게 털어놓았으니 말이다. 김정일은 “남조선말에는 영어단어가 너무 많이 섞여 있다”고 불평해, 김 대통령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게 영어 때문이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작년 7월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을 밀착 수행했던 러시아 고위관리가 최근 펴낸 책에서 밝힌 대목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했던 황원탁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통역이 필요치 않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우리가 하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혁명인지, 아니면 개혁인지를 생각하게 된다.한 좌파 지식인은 얼마 전 “앙시앵 레짐(구체제)의 마지막 보루인 조선일보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을 냈다. “이승복에 대한 조선일보의 기사는 작문이 아니다”는 판결을 내린 판사는 일부 언론의 조롱거리가 됐다. 서해교전 때는 한반도의 분쟁은 남한이나 북한의 어느 한쪽이 아니라 제3자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어 온 통념과 양식에 대한 도전이
현 정부는 간첩을 못 잡는 것인가, 안 잡는 것인가. 그나마 적발된 간첩사건마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쉬쉬해 온 것은 또 무슨 이유인가. 북한정권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은 아닌가.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간첩행위를 마음놓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 스스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사태다.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검거된 간첩은 모두 34명에 불과하다(한나라당 강창성 의원 공개 자료). 1년 평균 6~7명꼴이며, 그나마 갈수록 줄어들어 작년에는 5명, 올해엔 1명뿐이다. 김영삼 정부 때는 모두
북한이 금강산 관광비 지급을 한국 정부가 보증할 것을 요구하면서 관련 회담을 결렬시켜버린 것은 ‘물에 빠진 사람 구해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그나마 지금 금강산 관광사업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관광경비를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인데, 북한은 이것도 모자라 앞으로 현대가 지급해야 할 5억6000여만달러를 아예 한국 정부가 몽땅 책임지라는 것이다.북한의 이같은 억지는 현 정부 스스로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 정부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어디까지나 민간 차원의 사업이며, 따라서 정경(政經)분리와 시장경제 원칙을 철
金正源/ 세종대 석좌교수·국제정치학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일 유엔 연설을 통해 ‘문명’ 대 ‘폭군’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이라크 공격을 밀어붙이고 있다. 1990년 걸프전 때처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응징한다는 반듯한 명분도 없고 국내외의 반대여론도 거세지만, ‘유엔이 못하면 미국이 하겠다’는 자세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미국은 왜 그런 반대와 비난을 감수하면서 ‘가능성’과 ‘의혹’만을 갖고 이라크 전쟁을 강행하고 있는 것일까?9·11테러가 일어나기 불과 두 달 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폭탄을 적재한 배나 항공
李美一남북적십자회담에서 6·25 때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생사확인을 하자고 북한이 먼저 제의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올해 팔순을 맞은 어머니는 만세를 부르셨다. 북한 정치부 요원이라는 사람들에게 아버지가 납치돼 간 후 50년을 한결같이 기다리며 집을 팔지 않고 지켜오신 어머니다. 전쟁 때 납치된 아들을 기다리는 88세 가족회원 할머니는 편찮아서 그동안 식사를 통 못하시다가 이 소식을 듣고 힘을 내야겠다며 식사를 하셨다고 한다. 자식된 사람으로서는 아버지의 생사라도 알고 유해라도 송환해 오고 싶은 마음이지만, 남
그저께 서울서 열린 남북통일축구경기를 지켜본 대다수 국민들은 오랜만에 남북한 젊은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한데 어울리는 모습에서 흐뭇한 감회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간에 이런 행사들을 갖는 데 있어 개최 자체가 목적이 되는 바람에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원칙과 가치마저 이랬다저랬다 흐리멍텅하게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 점에서 이번 남북축구경기때 주최측이 한때나마 관중들이 태극기를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만류하고 심지어 ‘압수’까지 했다가 다시 허용한 ‘왔다 갔다’ 해프닝은 『무슨 이런 원칙없는 나라가 있나?』하는
어제 끝난 남북적십자회담에서 6ㆍ25전쟁 중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생사와 주소를 확인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전쟁의 상흔을 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북측이 앞으로 이 문제와 관련해 얼마나 성의있는 자세로 나올지는 좀더 지켜보아야겠지만, 6ㆍ25 행방불명자 문제가 남북회담에서 본격적인 의제로 올랐고, 양측이 그 해결노력까지 명시적으로 천명한 것 자체가 적잖은 진전이라고 할만하다. 정부는 그동안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범주에 포함시키는 우회적 방법으로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