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표한 ‘신의주특별행정구 기본법’은 앞으로 신의주를 북한의 ‘홍콩’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관련 법대로라면 신의주는 행정 입법 사법에서 거의 독립권을 갖는 ‘국가 속의 국가’ 같은 지위를 갖게 된다.

북한으로서는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7월부터 실시한 ‘경제관리 개선조치’와 최근 일련의 대남(對南) 유화 국면 조성, 그리고 일·북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대일(對日) ‘유화 자세’에 이어 이번 신의주특구 지정은 북한이 나름대로 일정한 변화 방향을 설정하고 있으며, 그 폭과 깊이가 지금까지의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변화 움직임은 아무리 사상과 이념, 군사력을 강화하더라도 경제 기반이 허물어진 상태에서는 대량 탈북사태가 보여주듯 체제 존립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80년대의 합영법이나 90년대의 나진·선봉 개방 같은 미온적 방법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북한이 처하게 될 딜레마이다. 신의주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대로 정치·경제적 자유를 충실하게 보장하고, 대미(對美)관계 등 국제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기본조건이지만, 이 경우 북한당국은 북한 사회 전반에 미칠 국제화의 파급효과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하는 체제 차원의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억압한다면 신의주는 나진·선봉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고 경제 회생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북한이 ‘신의주 실험’을 성공시키고 그 경험과 성과를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주체사상과 수령우상화 같은 시대 착오적인 체제의 틀을 하나씩 벗는 길밖에 없다. 아울러 남한의 50년간의 ‘근대화 모델’을 ‘식민지 종속화’라며 적대시해 온 그간의 대남정책도 근본적으로 청산해야 앞뒤가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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