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서울서 열린 남북통일축구경기를 지켜본 대다수 국민들은 오랜만에 남북한 젊은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한데 어울리는 모습에서 흐뭇한 감회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간에 이런 행사들을 갖는 데 있어 개최 자체가 목적이 되는 바람에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원칙과 가치마저 이랬다저랬다 흐리멍텅하게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 점에서 이번 남북축구경기때 주최측이 한때나마 관중들이 태극기를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만류하고 심지어 ‘압수’까지 했다가 다시 허용한 ‘왔다 갔다’ 해프닝은 『무슨 이런 원칙없는 나라가 있나?』하는 빈축을 사기에 충분한 코미디였다. 관중들의 태극기 입장을 제지하고, 회수된 태극기를 경기장 입구 바닥 곳곳에 을씨년스럽게 방치하다가 갑자기 다시 태극기 휴대를 허용했다니, 이것이 대체 무슨 체통없는 갈팡질팡인가?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랬다 저랬다’를 누가 지시했는지조차 모호하다는 점이다. 경찰이나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를 유치한 유럽코리아재단이라는 민간단체가 대한민국 국기 ‘압수령’을 내렸고, 우리 정부당국은 이를 보고만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정부당국이 의도적으로 방조(幇助)한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것도 아니면 귀신이 한 짓인가?

대내외적으로 태극기의 존엄을 지키는 일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몫이며, 남북화해와 태극기의 존엄을 지키는 것은 결코 배치되는 일이 아니다. 앞으로 있을 남북간 각종 행사에서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