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린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남북한과 미국 3국 간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흔히 쓰는 비유가 인질극이다. 북한이 남한의 안보를 ‘인질’로 미국으로부터 정?ㅀ姸╂?양보를 얻어내려는 상황이 인질협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 사태는 그동안 단지 수사적 표현으로만 사용되어왔던 인질극 비유가 우려할 수준으로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핵개발을 실토한 후에도 인질범이 인질과 경찰을 다루듯이 남한과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인질범은 자신의 유일한 무기가 인질과 경찰에 가할 수 있는 무력이기 때문에 호전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레너드 스펙터/비확산연구소 워싱턴 사무소장·전 미국 에너지부 무기통제·비확산 담당 부(副)장관 미국과 동북아시아의 동맹국들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점증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느라 애쓰고 있다. 이달 초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심적 원료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인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새 프로그램은 북한이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다른 한 가지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려 했던 프로그램에 병행하는 것이다.다행히도 새 프로그램은 아직 핵폭탄을 만들
지난 3년 동안 북한의 핵개발 움직임을 포착했으면서도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신건(辛建) 국정원장의 국회답변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궤변이다. 우선 국정원장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북한 핵 관련 첩보를 자의(恣意)로 대통령이 몰라도 된다고 판단했다는 근거가 빈약하기 짝이 없다.신 원장은 ‘초보적인 첩보 수준’이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국정원이 국회에 제출한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정부는 99년 초부터 지금까지 무려 5차례나 북한의 우라늄 농축 핵개발 움직임을 포착해 이를 추적해왔다고 한다. 이처럼 중
철의 장막이나 죽의 장막 등 공산사회가 서방측에 장막을 거둘 때에는 그 앞에 앞서 가는 동·식물이 있다. 중국이 일본 앞에 장막을 거둘 때는 팬더가 앞서 갔듯이 북한은 방북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송이를 선물했고, 이번에 남한에 와 산업시찰을 하고 있는 북한 대표단이 가져온 것도 100상자의 송이다. 무슨 저의가 있거나 선물로서가 아니라 장막을 거두는 전주곡으로서 역사에 남는 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문헌에 보면 소나무에는 암(雌)나무와 수(雄)나무가 있는데 송이는 암나무 그늘 아래에서만 돋아난다 했다. 서쪽나라로 갈수록 수소
한·미·일,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 핵개발은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평화적 해결원칙을 확인함으로써 국제 공조체제의 큰 틀과 방향을 마련했다. 특히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거듭 강조함으로써 여기에 어떤 형태로든 동참의사를 보인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한·미·일 3국이 북한의 불가침조약 체결 제의를 일축하고 핵개발 계획의 신속한 폐기와 국제적 의무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한 것은, 북핵(北核)이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할
북한 외무성이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핵(核)포기를 거부한 것은 적반하장의 도발이다. 이번 성명은 북한의 비밀 핵개발 계획이 공개된 이후 나온 북한 정권의 첫 공식 반응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비밀 핵개발에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벌거벗고 뭘 가지고 협상하겠느냐”며 ‘선(先)핵포기 요구를 거부했다.결국 북한은 이번 성명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대형 핵 흥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북한이 우
최보식/사회부 차장대우congchi@chosun.com 작가 이청준(李淸俊)의 소설에는 ‘전짓불’이 곧잘 등장한다. 깜깜한 밤중 지리산 자락의 민가로 들이닥친 불청객 무리. 곤하게 잠든 주인을 발로 툭툭 깨워, 전짓불을 들이대며 “어느 편이냐?”라고 묻는다. 전짓불을 쥔 자들은 빨치산일까, 국군 토벌대일까. 잠도 덜 깬 상태에다 어두워 식별할 수 없다. 한 번 잘못 선택하면 곧장 황천(荒天)으로 갈 판이다. 이청준의 ‘전짓불’은 어느 한쪽의 선택을 강요 받는 시대의 숙명을 떠올리게 한다.지난 휴일 소파에서 뒹굴던 기자도 유사한 상황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아예 북한 대변인 역할을 하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엊그제 평양 장관급 회담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온 이후 정 장관이 한 일은, “북한이 얼마나 핵 문제를 대화로 풀기를 원하는??하는 점을 설득하고 다닌 것이었다. 당사자인 북한은 요지부동인데 우리 통일부 장관이 왜 그토록 ‘북한의 대화의지’를 추측에 바탕해 선전해야 하는지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다.더 기가 막히는 것은 미국이 북한 관련 정보를 입맛대로 ‘요리’해 의도적으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식의 인식을 드러낸 대목이다. 정 장관은 북한은 대화할 의지가 충분
김정일 정권은 지금 세 가지 중대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인민들에게 세끼 끼니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주체(主體) 논리의 공허함이다. 둘째는 김일성·김정일이 기대려 했던 ‘국제 지원역량’의 소멸이다. 그리고 셋째는 남한 내 우호적인 정권의 몰락추세다.경제파탄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라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른바 ‘신의주 특구’라는 것은 ‘미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남한도 감히 엄두조차 못 냈을 정도의 조차지(租借地) 할양(割讓)이라는 사실이다. 주체사상, 반(反)제국
김대중 대통령과 현 정권에 단도직입으로 묻겠다. 북한이 핵(核)을 개발하더라도 대북 지원과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보는가. 또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보해야 할 쪽은 북한보다는 미국이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남북 장관급회담의 공동발표문과 김 대통령이 대선 예비 후보들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입장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공동발표문은 북한 핵에 대해 ‘대화의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적극 협력한다’는 원론적인 한 마디를 언급하고 난 뒤 나머지는 대부분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개성공단 착공 같은 경협
북한 핵(核)과 관련해 국민들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물을 것도 많고 들어야 할 것도 많다. 김 대통령이 이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알고 나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알고 난 뒤에도 북한에 현금지원을 계속하라고 했는지, 그리고 이제 북한에 대해 어떻게 할 작정인지, 국민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고 그 속에는 짙은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국민들의 의아심은 김 대통령이 22일 “안보와 화해 협력은 어느 하나도 포기해서는 안 될 지상과제”라고 천명한 데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는 내용도
북한 핵무기 문제를 다루는 현 정부의 자세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애써 사태를 축소 해석하려는 경향과 마치 북한 정권을 대변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는가 하면, 서둘러 경협(經協) 지속방침을 천명했다. 게다가 한·미 간에는 갈등양상을 보이면서, 북한이 강요하는 핵문제의 ‘민족공조’에는 단호한 거부 의사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선 놀라운 사실은 현 정부가 북한의 비밀 핵무기 개발추진 사실을 3년 전에 포착해 관련 정보를 미국에 제공했으면서도 정작 우리 내부적으로는 아무런 대비책 마련도 없이 태연히 북한지원에
현대그룹 대북(對北)사업의 핵심인물인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지난 20일 비밀리에 입국한 이후 보이고 있는 처신은 한마디로 해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생사존망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귀국을 미루다 27일 만에 돌아온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스파이 흉내를 내듯 한 비밀입국까지 감행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더욱이 김 사장이 귀국한 이후 공식적인 입장표명 한마디 없이 잠행(潛行)을 거듭하고 있다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현대그룹의 ‘4000억원 의혹’ 문제로 벌써 한달 가까이 온나라가 아우성인 사정을 뻔
어제로 8주년을 맞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94년 제네바 핵 합의는 현재 사실상 파기된 상태다. 지난 8년간 북한 핵문제는 물론 미·북관계를 규율해온 제네바 합의가 파산 상태에 이른 책임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북한에 있다.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꾀해 온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사실상 합의의 틀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제네바 합의가 파기됐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아직 한·미 정부는 물론 북한도 제네바 합의의 파기를 공식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제 제네바 합의 파기의 순서와 방법, 그리고 그 이
북한의 비밀핵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지금 김대중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남은 임기동안 국민이 현정부를 최소한이나마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출발은 대북 핵포기 압박을 높이고 있는 미국 주도의 국제공조와 기왕의 대북사업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대북 핵 국제공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선 김 대통령 스스로가 이제 남북관계에서 역사적 업적을 남기겠다는 집착과 망상(妄想)을 포기하고, 당장 현실로 닥친 북한 핵문제가 한반도 안보위기로 번지기 전에 해결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고 스스로 실토한 데 대한 현 정부의 인식과 대응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부가 과연 일관되고도 결연한 원칙을 갖추고 있는지가 분명치 않다. 그저 ‘핵 개발 불용(不容)’과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수사(修辭)만 들려올 뿐이다.현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최소한 보름 전, 켈리 미특사의 방북 전에 미국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 사실이 공개된 지금에는 당연히 정부의 준비된 상황인식과 대응책이 제시돼야 할 것인데도, 국민들은 외교부 차관보의
17일 밝혀진 북한의 비밀 핵개발은 그동안의 북한 핵개발과 심각성의 정도가 다르다. 90년대 초 핵개발은 명목상으로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었다. 따라서 ‘핵의 평화적 이용이냐’ ‘핵무기 제조용이냐’는 논란이 있었으며,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98년에 불거진 북한 금창리 지하시설도 ‘핵시설 의혹’이 제기되는 정도였다.그러나 이번 경우는 북한이 핵무기 제조 목적으로 파키스탄에서 우라늄 농축장비를 구입해, 이미 농축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또 이번 핵개발은 북한이 문서로 “앞으로 핵개발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제네
李東馥/명지대 초빙교수·15대 국회의원제임스 켈리 미국 대통령 특사의 방북을 통해 새로이 불거진 북한의 핵개발 의혹은 그 자체가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을 비밀리에 계속하는 북한의 이중성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켈리 특사의 이번 방북을 통해 그 이중성이 사실로 확인된 것일 뿐이다. 그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안이한 자세이다.1994년 10월의 미·북 제네바 합의의 대전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관련된 일체의 활동을 ‘동결’한다는
崔祐英/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북한에서 살아남은 5명의 일본 납북자들이 고국을 방문했다. 김일성 배지를 달고 나타난 이들이 북한에 남은 가족들 생각에 제대로 감회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숨겨진 비극을 암시하고 있다. 다른 납북자 8명이 이미 사망했다는 북한 발표와 마찬가지로, 이들 살아남은 사람들도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한국 납북자가족들을 대표해 바쁘게 달려온 필자로서는 이들 일본 납북자들이 부럽기만 하다. 이들은 조국의 국민들과 고이즈미 총리의 노력으로 ‘납북자
金基天돌이켜보면 수상쩍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진 이후 증권시장에선 ‘다음에는 현대그룹’이라는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대우 때와 판이하게 달랐다.당시 재경부와 금감위 고위 간부들은 “현대와 대우는 다르다”며 이구동성으로 현대를 비호했다. 대우와는 달리 현대는 ‘캐시 카우(cash cow)’, 즉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 관리들의 주장이었다.2000년 3월 ‘왕자의 난’ 이후에도 정부의 ‘현대 짝사랑’은 변함없었다. 한 경제부처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