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한·미 간에는 갈등양상을 보이면서, 북한이 강요하는 핵문제의 ‘민족공조’에는 단호한 거부 의사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선 놀라운 사실은 현 정부가 북한의 비밀 핵무기 개발추진 사실을 3년 전에 포착해 관련 정보를 미국에 제공했으면서도 정작 우리 내부적으로는 아무런 대비책 마련도 없이 태연히 북한지원에 몰두해 온 점이다. 현 정부가 그토록 금강산 관광을 살려 북한 정권에 현금지원을 하려 애썼던 것도 핵개발 의혹을 알고 있을 때였으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대북 현금지원이 군사비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현 정부는 앞장서서 이를 일축하면서 북한을 변호해 왔다.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감추는 데 남북한 정권이 공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제 북한의 실토로 핵무기 개발 사실이 명백해졌음에도 현 정부가 계속 대북 지원과 경협을 신성불가침으로 여기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관광이 지속되고, 경의선 공사에 필요한 장비와 자재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북한으로 넘어가고 있는 사실은 결과적으로 현 정부가 북한의 ‘민족공조’ 요구에 호응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현 정부는 내심 북한 핵문제를 북한의 주장대로 미·북 간 문제로 생각하고, 오히려 미국을 설득하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엊그제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북측 단장이 핵문제를 놓고 사과는커녕 “우리 민족끼리 손을 더 굳게 잡고” 운운한 것은 한국 국민을 참으로 우습게 보고 모독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대표들은 일갈(一喝)은 고사하고, 함께 식사하고 관광을 다니니 도대체 이 정부가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