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이 북한의 불가침조약 체결 제의를 일축하고 핵개발 계획의 신속한 폐기와 국제적 의무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한 것은, 북핵(北核)이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할 경우 받게 될 ‘혜택’에 대해서도 언급함으로써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방침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북핵 저지를 위한 국제 공조체제는 북한의 반응을 보아가며 구체적인 대응과 압력수단을 강구해 나가겠지만, 이 과정에서 한·미·일·중 4국은 각자의 한반도 또는 동북아 전략에 따라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북한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려 들 것이 자명하다. 미국의 북한 변화에 대한 요구, 일본의 대북관계 개선의욕, 중국의 대북 영향력 유지 노력이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어떻게 갈등하고 조화를 이룰 것인지가 관건인 것이다.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관련국들의 이런 다양한 입장을 효율적으로 집약해 북한이 하루속히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압박하는 일이지만, 과연 그런 의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국정원도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하는 지경이고 보면, 그동안 현 정부가 이를 숨긴 채 대북지원에 열을 올려 온 사실은 새삼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이제라도 현 정부는 생각을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에서 우리가 소극적 자세를 보이면서 오히려 국제공조의 걸림돌처럼 여겨진다면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의 입지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동안의 대북 지원이나 경협으로 쌓은 대북 영향력을 이럴 때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가 새삼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