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최근 한·중·일을 순방하면서 한 발언 중 '13억5000만달러(약 1조5255억원)의 실패' 부분에 눈길이 갔다. 틸러슨 장관은 "20년간의 북한 비핵화 노력이 실패했다"면서 "미국은 북한에 13억5000만 달러를 지원했지만 그 결과는 북한의 핵 능력 강화와 미사일 발사였다"고 했다. 이 액수는 1995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이 북한에 지원한 식량·에너지 등을 모두 합한 금액이라고 한다. 북핵 협상을 오래 담당한 우리 외교관들은 "북한 비핵화 노력을 이렇게 구체적인 액수로 환산한
중국이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배치를 허용한 한국에 온갖 보복 조처를 하고 있다(take all sorts of retaliatory measures). 미국엔 끽소리도 못 하면서(be completely silenced) 한국에만 으름장을 놓고 있다(utter a threat). 미국 싱크탱크 후버연구소는 그 배경에 한국을 소국(小國) 나부랭이로 여기는 '대한족주의(大漢族主義)'와 중화사상(Sinocentrism)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사드에 대한
中, 사드 배치 철회 압박할수록 우리의 전략적 대응 중요해져사드, 북핵 폐기 카드로 쓰려면 미·중 협력 도출에 온 힘 쏟아야중장기적으로 中에만 의존 말고 러·동남아 등 입체적 외교 펼쳐야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거세진다. 지금 상황은 1992년 수교 이후의 한·중 관계 본질을 철저히 성찰해보고 그동안 갖고 있었던 환상이나 실책,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그러나 그러
중국의 사드 보복 전략이 교활하다. 자국 산업 피해가 적은 분야에서 소비자를 앞세워 추진하고 있다. 환구시보 1일 칼럼이 이를 보여준다. '한국과 장기적인 대치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은, "우리의 보복은 적군 1000을 죽이고 아군 800을 잃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만 큰 손실을 입는 영역에서 중국 소비자가 주력군이 되어 한국을 진짜 아프게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여행 가지 말고, 한국 상품 사지 말고, 한국 드라마 보지 말라는 선동이다.'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진다
북핵 협상이 한창이던 2007년 북한 협상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황소를 거세(去勢)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써 화제가 됐다. '핵 시설 불능화'라는 생소한 개념을 설명하고자 한 비유였는데, 쉽게 말해 시설 자체는 그대로 두면서 핵심 부품을 제거해 사실상 못 쓰게 한다는 얘기다. 불능화의 전 단계인 '동결(또는 폐쇄)'은 시설 전원을 끊고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감시 요원을 배치하는 수준의 조치다. 김계관의 비유를 확장하면 '동결'은 '황소에게 피임 기구를 씌우는 것
북한은 외부 사람들에게 불가사의하고 알 수 없는 '은둔의 왕국'으로 불린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관련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북한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알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북한 당국의 잘못된 정책과 방치에 따른 기근 악화로 최대 350만명이 아사했다. 북한 간부들은 취약 계층 여성을 상습적으로 고문하고 성폭행한다. 인신매매된 여성이 중국인과 강제 결혼하거나 성매매 대상으로 팔리고, 북송된 임신 여성에 대한 강제 낙태가 횡행한다. 수용소에 20만명이 구금돼 있음도 안다. 이러한 사실에 경악하기보다 우리
"북한 가겠다"고 먼저 말한 文… 진의 묻자 "왜 그런 질문 하나" "빨갱이로 몬다"고 색깔론 규정매카시적 탄압 시대 아니지만 어물쩍 넘기지 말고 해명해야국민도 적당히 넘어가선 안 돼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씨는 지난해 12월 14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주저 없이 말하겠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부터 먼저 가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3개월 뒤인 지난 9일 한 TV 프로에서 참석자가 북한부터 먼저 가겠다고 한 발언의 유효성을 묻자 문씨는 본질은 회피하면서 "왜 그런 질문을 주고받아야 하나
北 핵개발 탓에 결딴난 남북관계, 南의 30년 대북 정책도 일부 책임퍼주기나 초강경 노선 모두 無效… 이산가족 어르신 그 사이 세상 떠나상호 불가침 합의와 화해 이끌어낸 노태우 정부의 선견지명 돋보여 # 프롤로그. 완벽하게, 남북 관계는 결딴났다. 교류 협력은커녕 대화조차 없다. 모든 통신선도 단절되었다. 확성기 비방 방송만이 남북을 오갈 뿐이다. 북한의 핵개발 탓이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이렇게까지 흘러온 데에는 우리의 대북 정책도 한몫을 했다.# 선견지명(先見之明). 노태우 정부는 '7·7 선언'과 &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과 달리 '자유유전자'가 있다는 말이 있다. 인간의 피부에 자외선을 쬐면 이 빛은 인체의 어떤 물질과 반응하여 비타민D를 생성한다. 같은 이치로서 어디에선가 자유와 인권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자유 유전자'는 반응을 보이며 발동을 시작한다.한 탈북인에게 들었다. 북한 사회에는 주민의 일상을 통제하는 두 조직이 있다고 했다. '인민반장'과 '비밀정보원'인데, 주민의 자유를 가장 악랄하게 통제하는 자들이 바로 비밀정보원들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장마당 상인들에
최근 중국 언론인, 외교관, 학자 여러 명을 잇따라 만났다. 이들과 북핵 문제를 토론하면서 한·중 양국민의 인식 차가 너무나 크다는 데 놀랐다. 중국 언론인들은 이런 말을 했다. "북한의 안보 우려도 이해해야 한다. 북핵은 한·미 군사 위협에 대응하는 자위적 성격이 있다.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다. 같은 민족인데 북이 남을 향해 핵을 쏘겠는가." 그들은 북한의 안보 우려와 핵개발 당위성은 적극 이해하려 들면서도,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5000만 한국민의 안보 우려와 방위의 당위성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남북을 보는 시각이
차기 대선 유력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성공단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집권 시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말대로 개성공단은 대북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공단 폐쇄로 고통받는 우리 기업과 노동자도 살펴야 한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다시 여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지난해 북한이 두 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개성공단을 둘러싼 환경이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작년 2월 개성공단 폐쇄 결정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통과시킨 두 건의 대북 제재 결의안(2270·2321호)을
태영호가 증언하는 北은 절망의 사회낭떠러지 앞 北에 또 햇볕 생명줄 던지면 지금까지 노력 다 허사野 생각 바꾸면 역사 바뀐다 한 안보 당국자는 한숨을 쉬었다. "촛불 시위, 탄핵 다 좋습니다.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타이밍이 너무 안 좋습니다. 안 좋아도 이렇게 안 좋을 수 있습니까?" 그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체제는 낭떠러지로 밀려가고 있다. 심심하면 나오는 식상한 북한 붕괴론이 아니었다. 북한 내부는 너무나 부패했으며 경제는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계속된 대북 제재로 북한 민중은 물론이고 상대적 혜택을 누리
20년 전 탈북한 황장엽, 北核 개발 경고했지만진영 논리에 빠진 한국, 귀 막고 대북 지원해기자회견 태영호의 경고… 이번에도 무시할 건가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로 김정은 체제를 위해 제1선에서 활약하던 태영호 공사가 대한민국으로 망명한 것은 북한 내부에 큰 충격이다. 그는 한때 런던에서 지도자의 친형 정철을 직접 안내했고 그의 처는 백두 혈통의 핵심인 오백룡 가문의 일원이다.하지만 태 공사에게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은 그가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의로운 모습 때문이다. 70년간 공포 독재로 저항의 싹마저 모두
北 곡물 생산 7% 증가하고 합법적인 시장도 404개나 돼주민들 먹고살기 수월해졌지만 체제에 대한 불만은 높아져안으로부터 변화 유도하려면 대북 개입 외면 말아야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대통령은 믿었지만, 정책은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북정책처럼 상대가 있는 정책은 더욱 그렇다. 아무리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도 간절함만으로는 안 된다. 혼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원(祈願)이 제아무리 강한들 그 자체로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객관적 판단에 기초한 체계적 정책이라야 작은 성과라도 만들 수 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국무부 브리핑장에서 존 커비 대변인과 AP통신 기자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수십만이 희생된 시리아 '알레포 비극'에 대한 미국의 책임과 관련된 내용이었다.―"미 정부는 시리아 사태를 개탄하고 비난하는 메시지만 반복적으로 내놨을 뿐, 전혀 상황을 개선하지 못했다."(기자)―"가장 큰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 러시아가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이 있다."(대변인)―"미국은 이런저런 대화를 시도하다 잘 안 되면 비난만 했고,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시리아 내전의 일시적
한 지인이 중국과의 거래 무산을 하소연했다. 중국 쪽 요청으로 제빙기 수출을 진행하던 중 중국 파트너가 "수입할 수 없게 됐다. 양국 관계 때문이다"며 계약 직전 무산시켰다고 한다. 삼성 LG 롯데 등 대기업뿐만 아니다. 중국을 믿고 거래하던 중소기업들도 중국발 한풍(寒風)에 몸을 떨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중국 TV에서 한국 드라마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국내 방송에서 '보보경심' 등 중국 드라마가 늘어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모든 일이 중국의 사
국회 사무처 명의로 발간된 '연구보고서' 몇 권이 국회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기본소득제 이해와 정책 수요 조사' 같은 보고서는 내용의 충실성과는 별개로 주제 자체는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평화협정의 가능성과 의제'라는 보고서는 한눈에 봐도 국회의 연구용역비를 목적으로 급조된 듯한 주제였다. 1건당 수천만원에 달한다는 국회의 연구용역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하고 싶어 청소 직원이 쓰레기통에 버리기 직전에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보고서는 이렇게 시작했다. "평화협정을 이야기하면 아직 분
진실이 불편해도 진실을 덮을 수 없다결코 심일 소령을 평가하려는 게 아니었다그는 조국 위해 싸웠고 소중한 목숨을 바쳤다 모든 사람이 사실로 믿고 싶어 하는 것을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잡으려 할 때 상당한 난관을 각오해야 한다. 지난 6월 17일 칼럼 이 그런 경우였다.'6·25 당일 빗발치는 포화 속에서 육탄 돌격으로 북한군 탱크를 부순' 고(故) 심일 소령의 무용담이 허구(虛構)라고 썼을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심일 소령은 '6·25전쟁 영웅'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be stunned) 것들이 있다.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voice guidance)가 그중 하나다. 그 많은 길을 어찌 알고 구석구석 안내해주는지 신기하고(be marvelous), 감시당하는(be kept under guard) 것 같아 무섭기도(feel dreadful) 하단다.시식용 음식(sample food)을 늘어놓고 아무나(irrespective of persons) 마음대로(at your choice) 먹게 하는 것도 놀랍다. 교회에서 우유·주스·달걀 등을 공짜로 나눠주는(give awa
북핵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한일 정보협정 체결은 필수 코스권력 비리·부패는 척결하되 안보·대북 정책 흔들려선 안 돼우방 미국의 지원에 기대기 전에 우리 먼저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선의(善意)와 군사력을 토대로 세계 경찰과 공공재 역할을 수행한다는 미국의 '패권 안정' 대외 전략이 트럼프 시대에 축소될 것 같지 않다. 트럼프 핵심 참모들은 한결같이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강조하고 자유세계를 위협하는 적(敵)들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