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배치 철회 압박할수록 우리의 전략적 대응 중요해져
사드, 북핵 폐기 카드로 쓰려면 미·중 협력 도출에 온 힘 쏟아야
중장기적으로 中에만 의존 말고 러·동남아 등 입체적 외교 펼쳐야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前 외교부 장관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前 외교부 장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거세진다. 지금 상황은 1992년 수교 이후의 한·중 관계 본질을 철저히 성찰해보고 그동안 갖고 있었던 환상이나 실책,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그러나 그러한 '전략적 협력'의 꿈은 2010년도 북의 천안함·연평도 공격 때 보여준 중국 정부의 양비론적 태도로 깨져버렸다. 그들은 한국 국민이 느끼는 안보 위협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러한 태도는 7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다. 언론 보도로는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월 4차 핵실험 이후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하고자 했으나 한 달이나 통화하지 못했고 이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고 한다. 이것이 6월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갑자기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배경이었다고도 전해진다. 설령 중국이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사드 배치와 같은 중요한 문제를 철저한 사전 검토와 논의, 여론 수렴 없이 갑자기 결정해야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한 결정 때문에 지금 기업들이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속전속결로 배치를 서두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필자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국내 문제이고, 외교 차원에서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더 큰 과제다. 중국은 상승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에서 패권적 지위를 확보하려 한다. 동남아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서태평양 해군력 팽창, 한국에서 미국 밀어내기가 그 방편이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에게는 "중국이냐, 미국이냐 택일하라"는 심리적 프레임을 강요한다. 북한은 한·미에 대응하는 완충 국가로 간주하고 북이 무슨 도발을 하든 대북 제재에는 대충 참여하는 척만 한다. 이처럼 한·중 관계를 철저히 대미 전략의 종속변수로 다루는 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첫 부품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7일 전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첫 부품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7일 전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우리도 철저히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첫째,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위협 제거 시 확실히 철수할 테니 중국이 이를 위해 최대한의 대북 조치를 하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중국으로부터 상응하는 조치를 받아내지 못하고 압력에 굴복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최소한의 자주 외교도 힘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러한 한국의 약속을 믿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과 협의해 그러한 약속 이행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내용을 중국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바꿔 말하자면 한·미 협력 아래 철저히 사드 배치를 카드로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 역량이 시험받을 것이다.

둘째, 앞으로 미·중·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입체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 필자는 한국이 미·중·일 대상 횡축 외교에만 매몰되지 말고 러시아, 동남아 등을 대상으로 종축 외교를 강화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조선일보 아침논단 2011년 11월 13일 자). 만일 그때부터라도 이러한 노력을 했더라면 지금쯤 대중 무역 의존도는 상당히 낮아졌을 것이고, 중국이 지금처럼 경제를 무기 삼아 한국을 압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주변 4국 중 아마도 자신들이 한반도 통일에 가장 우호적일 텐데, 왜 한국은 러시아를 그렇게 소홀히 대하느냐고 섭섭해한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러 관계 개선 조짐이 있고, 아베 일본 총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러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세안은 한국의 제2위 교역 및 투자 대상 지역이고, 한국처럼 미·중 사이에서 고민하는 비슷한 입지의 국가가 많다. 그들과 협력을 심화해 우리의 외교·전략적 지렛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인도는 두말할 것 없이 중국을 앞설 수 있는 미래 대국이고 작년에도 중국을 능가한 성장률 7.6%를 기록했다. 우리 대기업 진출이 활발하지만 앞으로 중소기업, 더 다양한 업종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전략을 실천해나갈 외교 인프라가 문제다. 그동안 우리 외교는 온통 눈에 띄는 미·중·일, 북한 문제에만 매달려왔다. 중장기 전략 차원에서 러시아나 아세안, 인도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말해도 관심도, 꾸준한 지원도 없었다. 그런 일은 외교부 차원이나 담당자 처지에서 생색이 안 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장기 전략이나 전술, 정책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천하기도 힘들었다. 대통령 행사나 의전, 윗사람 의중이 중요한 게 아니다. 위기 예방과 관리, 중장기 미래 전략·전술 개발과 실천에 온 힘을 기울일 외교부로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7/20170307039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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