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칼럼
[양상훈] 北 김씨 일가는 기사회생 천운을 타고났나
조선  |  @chosu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1.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태영호가 증언하는 北은 절망의 사회
낭떠러지 앞 北에 또 햇볕 생명줄 던지면 지금까지 노력 다 허사
野 생각 바꾸면 역사 바뀐다
 

   
▲ 양상훈 논설주간

한 안보 당국자는 한숨을 쉬었다. "촛불 시위, 탄핵 다 좋습니다.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타이밍이 너무 안 좋습니다. 안 좋아도 이렇게 안 좋을 수 있습니까?" 그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체제는 낭떠러지로 밀려가고 있다. 심심하면 나오는 식상한 북한 붕괴론이 아니었다. 북한 내부는 너무나 부패했으며 경제는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계속된 대북 제재로 북한 민중은 물론이고 상대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엘리트층에서조차 '희망이 없다' '미래가 없다'는 절망감이 퍼지고 있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망명은 작은 징조일 뿐이다.

절망한 사회가 가는 길은 명백하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이 당국자는 분단과 핵의 질곡이 끝나는 문턱이 아직 멀기는 하지만 이제 눈에 보일 듯한데 또다시 과거처럼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마는 거냐고 통탄했다.

그가 말하는 '과거'는 수십만명 이상이 굶어 죽으며 붕괴 일보 전까지 몰렸던 북한 체제에 숨통을 터준 햇볕정책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햇볕정책이 없었으면 1998년 이후 김정일 체제가 어떻게 됐겠느냐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궁금한 질문이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갈렸지만 '햇볕이 없었으면 김정일 체제는 붕괴는 되지 않았다고 해도 껍데기만 남았을 것이며 아들에게로 3대 세습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1997년에 이뤄진 우리 정권 교체가 망해가던 북한 체제에 생명줄이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게 하라고 표를 준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북에 던져 준 생명줄로 지금 남은 것은 북의 3대 세습과 핵폭탄 그리고 노벨 평화상 한 개다. 북한에 잘 해주면 북은 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만들 것이며, 그게 바로 북 체제의 본질이라는 경고는 당시에도 없지 않았다. 그런 경고를 전하던 언론사는 세무조사를 당했다. 이 햇볕론자들은 자신들의 오류를 일절 인정하지 않는다. 태영호 전 공사가 "북은 10조달러를 줘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증언했지만 듣지 않는다. 햇볕과 지역감정이 불행하게 결합하면서 이제는 대북 전략 문제가 정치 도그마로 변질됐다. 햇볕을 비판하면 어느 지역에선 당선될 수 없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대북 전략을 끊임없이 왜곡시킬 것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햇볕이 한 지역과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의 정치 도그마가 되면서 여야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우리 대북 전략이 제재와 지원이라는 양 극단으로 왔다갔다하도록 구조화됐다는 사실이다. 임기가 없는 김정은으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5년이나 10년만 버티면 남한에서 달러와 쌀이 들어오게 된다는 믿음을 갖게 돼 있다. 그러니 양보할 이유가 없다. 이미 지금 남한의 다음 정권을 요리해 대북 제재 전체를 무력화시키고 좋았던 햇볕 시대로 되돌아갈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김씨 일가에 '천운(天運)이 있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이제 북한 정권은 핵을 포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한다. '북한=김정은=핵'의 등식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북은 지금까지 북핵 협상 전체가 기만전술이었다고 내놓고 자랑하는 지경이다. 결국 실제로 북 체제가 무너지거나 아니면 망한다는 절박감 속에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 9년간의 대북 제재, 최근 더 강화된 유엔 제재로 그런 조건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태영호 전 공사의 증언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대북 제재의 효과를 숫자로 판단하지 말라. 북한 주민의 심리 변화와 김정은 정책의 파탄 여부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그 점에서 대북 제재는 강력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태 전 공사의 말이다.

우리 정권 교체로 이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건가. 햇볕론자들은 "그래도 전쟁을 막았다"고 한다. 전쟁을 막은 것은 한·미의 억제력과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 상실 때문이지 햇볕 덕분이 아니다. 그래도 햇볕정책을 재개하면서 또 '전쟁을 막는다'고 할 것이다.

햇볕을 신봉하는 야당이 집권하게 되면 북한 김씨 일가에 정말 기사회생의 천운이 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야당의 집권이 역으로 북한 문제 해결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야당이 '우리가 집권해도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대북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없다'고 선언하면 북한 주민들의 절망감은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들이 이제는 정말 길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김정은이 셈법을 바꾸든지 북한 주민들이 들고일어나든지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 역사에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지만 도로 허사가 될 판'이란 한탄이 생각지 못한 희망으로 바뀌기를 기적을 바라듯이 기다려 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1/2017011102996.html

조선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