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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호] 북한 비핵화, 대화의 전제 아닌 목표여야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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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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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곡물 생산 7% 증가하고 합법적인 시장도 404개나 돼
주민들 먹고살기 수월해졌지만 체제에 대한 불만은 높아져
안으로부터 변화 유도하려면 대북 개입 외면 말아야
 

   
▲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대통령은 믿었지만, 정책은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북정책처럼 상대가 있는 정책은 더욱 그렇다. 아무리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도 간절함만으로는 안 된다. 혼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원(祈願)이 제아무리 강한들 그 자체로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객관적 판단에 기초한 체계적 정책이라야 작은 성과라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신념과 희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북한에 경제·핵 병진노선을 버리라고 했다. 병진노선은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채택한 국가 핵심 전략이다. 그런 병진노선에 대해 포기의 대가와 환경을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버리라고 요구만 했다. 그러자 북한은 병진노선을 아예 헌법보다 상위인 당 규약에까지 명시했다.

북핵 문제 때문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가동도 못 했다. 두고두고 박근혜 정부의 유산으로 남기고 싶었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은 삽조차 뜨지 못했다. 그러니 경제와 핵의 병진이지만, 핵의 단진(單進)으로만 생각했다. 주관적 단순화였지만 미진한 성과에 대통령은 단호했다. 그래서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기만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북한이 병진을 버리고 비핵화의 길로 나올 때까지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선언했다. 결국 오랜 협상의 결과일 수밖에 없는 비핵화는 졸지에 모든 것의 조건이 되었다.
 

   
▲ 2004년 3월 13일 평양 통일시장을 찍은 비디오 캡처 사진. /AP 연합뉴스
아이러니하게도, 출구가 되어야 할 비핵화가 정책의 입구가 되면서 비핵화는 더욱 멀어졌다. 비핵화는 제재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제재에만 집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개성공단마저 중단시켰다. 그런다고 비핵화가 될 것으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주무 부처인 통일부조차 나서지 않았다.

그렇게 제재라는 이름으로 방치하는 사이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은 강화되었다. 올해 들어서만 핵실험을 두 차례 감행했다. 핵무기를 실어 나를 미사일 발사 시험도 잇달아 실시했다. 병진노선의 다른 한 축인 경제에도 개선 노력이 있었다. 공장과 기업의 자율권을 높였다. 회사가 번 만큼 노동자의 임금도 올라가는 인센티브를 허용했다. 시장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러니 효율이 증진되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

며칠 전 농촌진흥청은 수해에도 올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전년보다 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북한 쌀 생산이 23%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열심히 일할 유인이 커진 것도 중요하다. 제재 국면이라도 올해 3분기까지 북·중 무역은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의 연구로는, 북한 시장은 합법적인 것만 404개이다. 지난 5년간 약 2배 늘었다. 북한 전역에 우리의 동대문 시장만 한 대지 면적을 지닌 시장도 9개나 된다. 그만큼 먹고살기가 수월해졌고, 배급이 없어도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

경제는 나아졌지만, 체제에는 부정적이다. 경제의 호전은 자본주의적 조치가 생산 의욕을 자극한 탓이고, 계획이 아닌 시장이 경제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주민의식도 변하고 있다. 당국의 지시라고 무조건 따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병진노선을 버리라고만 할 것이 아니다. '오직 핵'이 아니라 '경제와의 병진'이 우리에게 더 바람직하다. 따라서 병진에서 경제의 비중이 높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북핵에 대응한 제재를 늦출 수는 없지만, 북한체제의 변화를 촉진할 개입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병진에 제대로 대응 하려면 제재와 협상의 병행이 있어야 한다.

곧 새해가 된다.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할 것이고, 제재만으로는 여전히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통일부라면, 이 정부의 마지막 해까지 무의미한 '제재 일변도'로 가선 안 된다. 국방부는 확성기라도 틀고, 외교부는 6자회담 대표들을 만나는 일이라도 있겠지만, 정작 통일부는 하릴없이 막막한 자괴감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25/20161225015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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