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문했던 단둥의 '둥강 황하이 수산물도매시장'. 이곳의 점포들은 버젓이 북한산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벌찬 특파원
지난해 방문했던 단둥의 '둥강 황하이 수산물도매시장'. 이곳의 점포들은 버젓이 북한산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벌찬 특파원

“요즘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는 수산물이 많이 줄었네요.”

지난달 중국 단둥의 소식통에게 북·중 경제 교류 현황을 물어봤더니 이러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최근 4~5개월 동안 중국이 북한에서 들여오는 수산물의 양이 줄어 단둥의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가동률을 낮췄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도 “가발 등 소수 품목의 북·중 교역만 살아났을 뿐, 전반적인 교역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늦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코로나로 폐쇄했던 국경을 3년 7개월 만에 개방했고, 북·중 항공 노선도 재개했다. 그런데도 양측의 경제 교류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 조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의 통제를 벗어나려고 하자 고삐를 바짝 당긴 모양새다. 북한이 자급자족을 추구하는 폐쇄 사회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국제 무대에서의 ‘중국 패싱’마저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난달 중국 외교부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공개한 것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의미다.

중국이 북한을 길들이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북·중 경제 교류의 축소, 둘째는 ‘북·중 수교 75주년’이란 명분을 이용한 정치적 결속이다.

북·중 관계가 체제의 동질성으로 엮인 ‘혈맹’에서 돈으로 이어진 ‘쩐맹’으로 전환하고 있기에 가장 강력한 수단은 경제 압박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최근 유엔 제재 품목인 북한 수산물 등의 수입을 줄인 데 이어 중국 내 북한 인력을 감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몇 달간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중국 공장에서 폭력 사태 등 사고가 늘었는데, 북한 측에서 중국이 신규 북한 인력을 받지 않을 것을 우려해 기존 노동자의 본국 귀환을 늦춘 ‘나비 효과’란 분석이 있다. 올해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중국이 적극적인 고위급 교류를 통해 북한 통제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의 북한 조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중국의 잇따른 불쾌감 표출에도 불구하고 북·러 외교장관 간 답방에 이어 의회 차원의 교류까지 추진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두 개의 전쟁’으로 어지러운 국제 정세를 틈타 얻은 귀한 아군을 포기하기 어렵다.

중국이 오랫동안 북한을 싸고돌아 통제 불능의 망나니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중국은 자국의 안보 이익을 위해 북한을 꽃놀이패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덕분에 숨 쉴 공간을 얻은 북한이 ‘나쁜 친구’를 사귀며 더욱 공격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대한 피해는 다들 알다시피 우리가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