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괴뢰'로 표기한 경기 장면을 2일 보도했다. 2023.10.3/조선중앙TV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괴뢰'로 표기한 경기 장면을 2일 보도했다. 2023.10.3/조선중앙TV

어떤 국가나 지역에 대해 타자가 부르는 이름을 ‘외부 명칭(exonym)’이라고 한다. 반대로 해당 국가나 지역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을 ‘내부 명칭(endonym)’이라고 한다. 역사와 언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유럽에서는 외부 명칭과 내부 명칭이 꽤 다양하다. 이를테면 독일의 내부 명칭은 도이칠란트(Deutschland)이지만, 영어로는 저머니(Germany), 프랑스어로는 알마뉴(Allemagne), 폴란드어로는 니엠치(Niemcy) 등 주변국과 얽힌 역사적, 지리적 관계에 따라 다양한 외부 명칭으로 부른다.

한자 문화권의 동아시아 국가 간에는 내부 명칭과 외부 명칭 문제가 외교적 갈등 거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중국은 과거 일본이 사용하던 ‘지나(支那)’라는 명칭에 멸시 의미가 있음을 들어 호칭 변경을 요구한 적이 있다. 지금은 대만을 두고 ‘타이완’이라는 명칭을 타국이 쓰는 것에 대해 외교적으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의 ‘텐노(天皇)’를 ‘일왕’으로 부르는 것도 호칭을 둘러싼 갈등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지만 분단국 특성상 내부 명칭과 외부 명칭 문제가 있는 특이한 경우다. 최근 아시안게임 기자회견장에서 북측 관계자가 한국 기자들의 북한 명칭 사용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북한 입장에서 ‘북한’은 한국이 사용하는 외부 명칭으로, ‘한국의 북측 일부’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북측 관계자가 과잉 반응을 보인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처지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호칭 문제이기도 하다.

정작 호칭 문제를 제기한 북한은 국내적으로 아시안게임을 보도하면서 한국을 ‘괴뢰’로 표기하였다고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거친 입담이 스스로 격을 떨어뜨리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상대에게 정상적인 문명국의 상호 존중 원칙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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