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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세금제 28년만에 부활'
 닉네임 : nkchosun  2002-07-24 17:19:15   조회: 3693   


◇인민경제대학 경영과학연구실. 이곳에서는 금융·재정 등 '시장경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이 분야 엘리트를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보집 '영광의 50년'


북한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지난 1일부터 여러가지 새로운 경제조치들이 실시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지만, 정작 북한의 당국과 보도기관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은 74년 공식 폐지한 세금제도도 이번에 부활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은 여러 갈래로 엇갈리고 있다. 북한 당국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갈수록 확대되는 지하경제에 대한 국가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인지 불투명하다. 어쨌든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조치들이 광범위하게 실시됐거나 준비중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

세금제도 부활

북한의 국경 세관을 드나드는 한 중국인은 “북한에 ‘국가세무국’이 신설돼 국경 세관들은 모두 이 기관의 지휘를 받게 됐다고 북한 세관원이 전했다”고 말했다. 국내의 한 무역 관계자도 “중국 관리로부터 ‘북한에 국가세무국이 세워졌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다.

신의주를 방문했던 한 재중(在中)동포는 북한 주민들이 모두 세금을 내게 됐다고 여기저기서 불평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중국 무역상들이 북한으로 들어갈 때는 물건 종류에 관계없이 최소 북한돈 10만원을 관세조로 내야 하며, 자동차를 몰고 들어가면 ‘도로세’ 명목으로 돈을 내야 한다고 한다.

주택사용료로 지금까지는 한 채에 월 5~10원 정도 냈지만 이제는 평당 7~15원으로 웬만한 집은 몇 백원을 내야 한다. 가전제품에도 5~50원의 세금이 부과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고 20배까지 월급 인상

평균 100~200원선인 월급이 15~20배까지 올랐다. 그러나 임금인상은 아직 전면적으로 실시되지는 못하고 있고, 직종별 지역별로 실시 시기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전보위부 등 국가기관 근무자들에게는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임금 인상 폭은 직종과 직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광부 등 노동강도가 높은 노동자들은 최고 20배까지 오른 것으로 관측된다. 배급체계에서도 원칙적으로는 광부 등 육체노동자를 우대했다. 국가기관이나 특급기업소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소들은 자체적으로 임금을 책정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기업소별로, 또 같은 기업소 안에서도 근로자별로 임금이 차별화 될 전망이다.

배급제 변화

전국의 식량배급소가 ‘쌀 판매소’로 간판을 바꾸고 있다고 방북자들이 전한다. 쌀 판매소에서 백미 1㎏의 가격은 40~45원, 옥수수는 25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배급 쌀은 1㎏에 8~10전이었다.

기존 배급제와는 달리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에 한해서만 쌀 판매가 허용되고, 무직자는 구입할 수 없다. 쌀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위공무원과 군인, 공로자들이 우선순위로 살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청진시의 경우 일반 주민들은 백미가 없어 옥수수만 판매소를 통해 구입하고 있다고 한다. 장(場)마당에서는 쌀 1㎏에 45~50원이었으나 최근 배급제 변화로 80~90원까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조치가 배급제의 완전한 폐지인지, 배급 식량의 가격 인상인지는 불확실하다. 여전히 배급이 실시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데이비드 모튼(Morton) 세계식량계획(WFP) 평양주재 대표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의 식량 배급이 211개 시·군 가운데 평양을 비롯한 WFP의 접근이 허용되는 168개 지역에서는 확실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식량배급제는 유지될 것”이라면서 “주민들이 배급량에 따라 북한 당국에 지불하는 가격은 농민시장 수준에 가깝게 인상된 것”이라고 전했다.

가족단위 영농제 시범 운영

협동농장에서는 가족 분조제(分組制)가 시범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단둥(丹東)에 거주하는 한 선교사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초부터 신의주와 온성(남양)에서 3~4가구를 한 분조로 묶어 농사를 짓게 하고, 목표 초과 생산량에 대해서는 자체 분배토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6년에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했지만 생산 목표량을 올리고 하는 바람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외화와바꾼돈표 폐지 및 환율 현실화

‘외화와바꾼돈표’를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70년대말부터 외화는 외화와바꾼돈표로 바꾸어 사용하게 했으나, 최근 달러 등 외화를 외화상점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북한돈의 공식 환율은 1달러에 2.2원선으로 정해져 있으나, 북한돈 가치하락으로 암시세는 200원을 넘어 비현실적이었다. 이번에 달러 환율을 시장 시세인 200대 1 정도로 현실화할 방침인 것으로 외신들은 전한다. 화폐개혁이 임박했다는 소문도 북한주민들 사이에 파다하게 퍼지고 있고, 이 바람에 장마당 물가가 폭등세를 보이기도 한다.
/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2002-07-24 17: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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