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적이나 투자계획에는 관심이 없고 투자자들이 온통 북핵(北核)과 주한 미군철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보는데 정말 갑갑하더군요.” 최근 투자설명회(IR)를 위해 미국을 다녀온 한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는 “해외 IR을 여러 번 해봤지만, 이번 경우는 당혹스럽다 못해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설명회에선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정책 방향이나 SK그룹에 대한 검찰 조사 같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속출했다고 한다. 그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하기는 했지만 외국에서 지금 한국을 저렇게 불안하게 바라보
金大植/서울대 교수·물리학우선 기성 세대에 간신히 입성한 사람으로서 사과의 말을 드립니다. 미국 CBS방송의 ‘60분(munites)’프로 내용과 관계없이, 한국인의 절대 다수는 미군의 주둔을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김정일(위원장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군의 주둔 여부와 관계없이, SOFA(한미행정협정)의 개정과 무관하게 그를 추종하는 군대와 싸울 것입니다.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대부분이 젊은 세대입니다. 우리는 젊은 세대 일부에게 생각하는 방법, 스스로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는 방법, 진정한 유머 감각을 전
노무현 당선자는 어제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전쟁을 막고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미국과) 다른 의견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그 이유로 “전쟁은 안 된다고 말하면서 미국과 다른 의견을 말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모순된다”고 말했다.그러나 미국과 입장이 같으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당선자 발언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북한이 핵 개발을 강행할 경우에 대비한 대북(對北)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한 적은 있지만, 아직 미국 정부가 이를
李根植/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3일 북핵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발언을 했다. 미국과 다를 것은 달라야 하고, 북한과의 전쟁 위기를 막아야 하며, 전쟁으로 다 죽는 것보다는 어려운 게 나으므로 경제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굳은 결심을 해야 하며, 북한에 더 퍼주더라도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1968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기도사건과 푸에블로호사건, 1976년의 판문점 도끼사건, 1993년의 핵 위기 등 지금까지 6·25 이후에도 여러 번 위기가 있었던 탓에 우리 국민들은 위기에 만성이 되어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 조치와 관련해 우리는 사안 자체의 중대성보다는 그 이례성(異例性)에 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강한 재벌개혁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새 정부 출범이 임박한 시점인 데다, 국내 3위의 대기업 집단에 대해 검찰이 전례없이 신속하고 단호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범상치 않은 기류를 느끼게 한다.검찰이 밝히고 있는 SK그룹의 혐의는 크게 두가지다. 최태원 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자금확보를 위해 자기 소유의 워커힐 호텔 지분을 적정가보다 높게 계열사에 매각했다는 것, SK증권의 해외
랄프 코사/ 미국 CSIS 태평양 포럼(하와이) 회장 북한 핵 위기와 관련해 오는 25일 취임하는 한국의 새 대통령이 하게 될 첫 공식 언급을 세계는 대단히 주의깊게 들을 것이다. 그의 말은 향후 수년간 전개될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의 기조를 설정할 것이다.노무현 차기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한국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평양과 워싱턴에 대해 분명히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은 현 대치 국면에서 남북이 함께 미국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 대해 선제공격 위협까지 했다. 지난 50년간 미국은 ‘한국에 대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생일(16일)을 전후한 15~17일은 북한의 공식 경축 공휴일이다. 축하 분위기는 홍콩에서도 느껴졌다.공휴일 직전인 지난 14일 저녁. 홍콩외신기자클럽(FCC)에서 북한 총영사관 주최 ‘61회 생일 기념’ 리셉션이 거행됐다. 행사 장소가 예년처럼 총영사관이 아니고 주목도 높은 외신기자클럽이어서 그 배경이 궁금증을 낳았다. 언론인보다는 공직자·기업인들을 주로 초청했지만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의지가 엿보였다.초청자들도 예상외였다. 홍콩 서열 3위 앤서니 렁(梁錦松) 재정사장 등 고위공직자, 마카오 재벌 스탠리
2000년 6월, 2억달러 대북 송금 당시 외환은행장이던 김경림(金璟林)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은 요즘 사무실을 자주 비운다. 당시 은행에서 이뤄진 2억달러의 환전·송금 과정을 묻는 기자들을 피하려 아예 출근을 하지 않는 때도 있다.하지만 그가 모든 사안에 함구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국정원과 송금에 협의·협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답변의 진위 여부를 떠나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한다. 2억달러의 송금 과정에 대해서만 입을 열지 않는 것이다.이런 행태는 대부분 임직원들이 마찬가지다. 캥기는 것이 있어서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은행측 주
대북 5억달러 뒷거래와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과 현대측 정몽헌씨가 입장을 밝히자 여권이 일제히 ‘정치적 해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전에 짜맞춘 듯한 두 사람의 발표는 의혹만을 부풀렸으며, 이를 계기로 한 ‘정치적 해결’이란 것도 가당치 않은 국민기만일 뿐이다. 남북관계, 국내정치, 시장경제를 위해서도 지난 5년간 남북 정권과 현대의 삼각관계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여권은 5억달러 뒷돈이 마치 평화의 대가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것은 평화가 아니라
한국의 웬만한 북한 전문가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것이 북한 ‘김정일 가문’에 대한 질문이다. 우선 그의 부인이 몇 명이고 누가 본처인지부터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 아들 딸이 몇 명인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위대한 령도자’의 집안 이야기는 공식 선전물에 나오는 내용 말고는 북한주민들이 절대 입에 올려서는 안되는 극비사항이다. 성혜림이 김정일의 부인이었다고 발설했다가 평양에서 지방으로 쫓겨간 뒤 결국 탈북한 핵심계층 출신도 있다. ▶‘지도자’에 관한 모든 것이 비밀로 취급되는 북한에서 그의 가족관계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
미국은 지금 온통 이라크와의 전쟁 문제에 휩싸여 있다. 지난 주말만해도 전세계 60여개 크고 작은 도시에서 반전(反戰)시위가 있을 정도로 강력한 세계 여론에 몰려있는데도 미국 정부는 이라크 침공을 구체화하고 있고, 미국인들은 생화학테러에 대비한 긴장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텔레비전은 뉴스 시간마다 생화학테러에 대비한 피난 요령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만큼 한국과 북한 문제는 현재로서는 옆으로 비켜서 있는 분위기다. 어떤 미국인은 “이라크가 아니었다면 지금 미국TV는 한반도 문제로 영일이 없었을는지 모른다”고 했다.
최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나온 의원들의 한국 관련 발언은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다. 특히 “새 한국지도자는 주한미군 주둔을 원치 않는 것 같다”는 주장은, 지금 한·미 양국 사이의 오해와 불신이 어느 수준인가를 실감케 한다.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하고, 일부 병력을 감축하려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것은 한국 정부나 노 당선자측이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대비책을 내놓기는커녕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노 당선자는 그간 몇 차례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필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대북(對北) 송금이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것은 “5억달러는 정상회담과 무관하다”는 정부의 해명을 뒤집을 수도 있는 중대한 발언이다. 현대측이 정상회담 직전에 송금을 서두르면서 국가정보원의 도움까지 받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정 회장은 대북 송금과 관련한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진실과 거리가 먼 변명을 늘어놓거나 사실 은폐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정 회장은 변죽만 울리고 말 것이 아니라 대북사업의 진정한 목적과 동기
배찬복/명지대 교수ㆍ정치학대북송금 2억달러 비밀지원 의혹에 대한 특검제 채택 여부가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후 청와대측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의 입장표명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말 바꾸기’란 평과 더불어 의혹은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하였다. 마침내 김대중 대통령은 어제 대국민담화를 다시 냈지만 대북송금액이 5억달러였다는 것과 김 대통령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것 외에는 그 전에 발표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될지 의문이다. 그 동안 대북송금 관련 의혹의 쟁점은 실정법 위반에 대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어제 대북 비밀송금과 관련해 밝힌 내용은 국민의 궁금증과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 북한에 보낸 돈이 5억달러였고, 2억달러의 환전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이미 보도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의혹에 대한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했다.이 정도로 이 거대한 의혹을 적당히 뭉개고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당장 김 대통령은 이 돈이 순전히 현대가 대북사업을 하기 위해 북한에 송금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거액을 대출해줬으며, 그 대출에 누가 개입
李濬/산업부장 junlee@chosun.com원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요즘 더욱 외부와의 접촉을 꺼린다는 후문이다. 그는 매일 아침 7시30분쯤 계동 현대사옥 12층 사무실로 출근해서 점심식사를 빼고는 종일 거의 사무실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측근인 김윤규(金潤圭) 사장이 가끔 대북(對北)사업과 관련해 보고하는 것 외엔 외부 손님도 거의 없고, 저녁에도 약속을 별로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 정 회장의 심사가 편할 리 없다. 불면(不眠)의 밤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노무현 당선자는 어제 “언론이 미국과 다르다고 하는데 안 다르면 결과적으로 전쟁을 감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가 결국 유엔 안보리(安保理)로 넘어 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나온 발언이다. 특히 “한국 경제에 어려운 일이 있더라고 굳은 결심을 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해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마저 엿보인다.그러나 이는 신중치 못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큰 오해를 살 가능성도 있다. 북핵 유엔 안보리 회부는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세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金明燮/한신대 교수·국제정?갭醍?통일은 옳은가? 그렇다.” 남북 공동성명이 있던 1972년, ‘재야 대통령’이라 불렸던 장준하는 이렇게 썼다. 비록 박정희와 김일성을 독재자로 간주했던 장준하 였지만 통일은 그만큼 숭고한 것이었다. 그러나 곧 장준하는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이름으로 ‘통일’의 숭고성이 어떻게 훼손될 수 있는가를 보아야 했다. 이후 장준하는 ‘민주통일당’을 창당하여 통일운동의 제자리찾기에 나섰고 1975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이루어진 대북 비밀송금에 대해서도 통일의 숭고성에 비추어 모
李起昌/변호사‘대북(對北) 송금문제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 유보’라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통치권 차원이기 때문에 사법심사의 대상이 안 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의 결과로 생각한다.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공판 당시 최규하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청했으나 최 전 대통령이 증언을 거절하자 구인을 요구했던 측이 누구였던가를 생각해 보면서 고소(苦笑)를 금할 수 없다. 최 전 대통령에게 요구했던 증언내용이 12·12 사태 당시 현직 계엄사령관의 구속과 관련된 문제와 5·17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북핵(北核)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아무래도 ‘대한민국’적 사고가 어려운 사람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대북문제 주무장관으로서 북핵과 관련해 걸핏하면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해 물의를 빚는 것인가.그는 엊그제 민주평통 보고회에서 “우리가 북쪽의 입장이 아니니까 미국과만 보조를 맞추고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현명한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중재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현 정부가 말하는 중재노력은 지난번 김대중 대통령 특사가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