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는 어제 “언론이 미국과 다르다고 하는데 안 다르면 결과적으로 전쟁을 감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가 결국 유엔 안보리(安保理)로 넘어 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나온 발언이다. 특히 “한국 경제에 어려운 일이 있더라고 굳은 결심을 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해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마저 엿보인다.

그러나 이는 신중치 못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큰 오해를 살 가능성도 있다. 북핵 유엔 안보리 회부는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세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로써 국제사회는 사태 진전에 따라 언제든 유엔을 통한 대북(對北) 제재의 칼을 빼어들 수 있게 됐지만, 미국은 물론 어느 누구도 이 문제가 대북 공격이나 전쟁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해결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상황을 이렇게까지 몰고 가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고, 그리고 그런 북한을 상대로 ‘대화만 하겠다’고 말하는 게 과연 효과적인가 하는 점이다.

북핵문제가 유엔 안보리로 넘어간 이상 제재를 하고, 하지 않고는 우리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 유엔 안보리는 한국의 입장을 ‘고려(考慮)’는 하겠지만 최종 결정은 핵무기 확산 방지라는 국제사회의 관점에서 내릴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한·미 공조와 국제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데 노 당선자의 발언이 자칫 ‘한국만의 입장’을 고집하는 것으로 비쳐져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멀어질까 우려된다.

전술적 차원에서 볼 때도 ‘대화로만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방침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모든 협상에서 설득과 압력이 병행될 때 최상의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국제 외교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노 당선자는 이 문제로 미국이나 국내외 언론을 탓하기보다는 정말 북핵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에 관해 확실한 방안과 전망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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