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하루히사(小川晴久) 도쿄(東京)대 교수는 요즘도 30도를 넘는 도쿄의 아스팔트 위에서 북한 참상을 고발하는 전단을 나눠준다. 60년대에는 재일교포 북송 사업을 지지하던 ‘친북주의자’였던 그는 그 후에도 김지하 구원활동에 나서는 등 줄곧 한국의 권위주의 체제를 비판해 왔다. 그러다 94년 북한 실상을 탈북자들로부터 듣고 젊은 날에 대한 반성으로 지금은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을 직접 만들어 뛰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의 원주민들 참상을 눈으로 보고 공산주의자가 됐던 작가 앙드레 지드는 1936년 고리키의
빅터 차美 조지타운대 교수·국제정치학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각되고 17대 국회가 출범함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먼저 비틀거리는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최근 언급했듯이, 단기 처방에 비중을 두어서는 안되고 개혁은 국가 경제의 장기적 성장과 건전성을 보장하는 근간들에 집중돼야 한다.경제 회복의 관점에서 최우선 과제는 서비스 분야에 기반한 경제로 성공적 이행을 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한국인들에게 경제적 성과의 지표는 수출이었다. 한국은 수출에서 40%대 성장을 기록하
河英善서울대·국제정치학불안하다. 서울에서 열린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 협의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솔직한 심정이다. 불안은 기우(杞憂)일까. 럼즈펠드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싱가포르에서 가졌던 라운드 테이블 토론에서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과 조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뼈 있는 답변을 했다. 앞으로 부딪힐 가장 어려운 일은 어떻게 20세기 사고(思考)를 중단하고 21세기 사고로 문제를 풀어 나가느냐라는 것이다.감축 협의 테이블의 한·미 간에는 20세기 탈(脫)냉전과 21세기 변환(transformation)의 논리가
理事기자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이 주고받는 발언을 보면 모두가 말장난처럼 들린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절반 가까운 병력을 철수시키겠다면서 “전력(戰力)을 더 강화하는 조처”라고 강변하는가 하면, 한국측은 ‘반미’에 ‘자주’ 운운하며 나가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감축 규모와 시기를 “수용 못하겠다”고 짐짓 딴청을 부린다.이제 양쪽의 속셈이 거의 다 드러난 마당에 바람잡는 소리들일랑 그만하고 한국의 안전보장과 동북아의 평화보전을 위한 구체적 대안과 함께 솔직한 고민들을 털어놓아야 할 시점에 왔다. 더 이
미국이 주한미군 1만2500명 감축 계획을 한국에 밝혔다고 한다. 주한미군 감축 규모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차례 비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어서 특별히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문제는 우리에게 미군 철수로 인한 전력을 보강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는 듯한 철군 스케줄과 함께 이런 계획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는 미국의 방식이다. 미국측은 감축 계획을 한국측에 사실상 ‘통보’했다고 한다. ‘협상’을 하자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한·미동맹 이상무(異狀無)’라는 말로 진실을 덮을 것이 아니라 ‘엎질러진 한·미동맹’의 실상을
洪官憙통일연구원 평화안보실장요즘 많은 국민들이 안보위기를 걱정한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이 한국의 방위역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큰 관심사인 동시에 우려사항이다. 미군 감축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배경에 대하여도 의아스러워 한다. 역사적으로 북한 도발에 대응, 자유 한국을 수호하는 일은 미국의 중요한 세계안보전략 과제의 하나로서, 주한미군 감축이 그렇게 쉽게 결정될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해외병력 재배치(GPR)’의 일환으로 이해하면서도, 반미감정 확산 및 한·미 간 대북 핵공조 이상이 미국의 결정에 크게 작용했으리라는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제9차 회의는 경협사업들에 새로운 추진력을 불어 넣었다. 개성공단의 시범단지를 6월 말까지 완공하고 금년 말까지 제품 생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경의선과 동해선의 도로는 10월까지 개통하고 철도는 시험운행을 거쳐 내년에 개통키로 했다.남북경협이 이렇게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는 것은 우리측에게 개성공단과 동해선 연결 등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독촉할 정도로 적극적인 북한의 태도 때문이다. 여기에다 우리의 대북 식량지원 등이 경협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남북 경협이 지나치게 북한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서
남북 장성급회담의 합의사항들은 남북한 군사대치 지역의 긴장을 낮추고 서로간에 믿음을 쌓아갈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양측이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당장 필요하고 실천가능한 것들부터 합의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북한이 서해상의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우리측 제안을 대부분 수용한 배경에는 현상태에서 남북간 유화 국면을 조성하는 것이 체제 전략상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을 것이다. 파탄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나, 남북간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 보다는 유화적 국면으로 이
여시동·베이징 특파원 sdyeo@chosun.com중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비극으로 꼽히는 천안문사태 유혈진압이 4일로 15주년을 맞았다. 개혁개방 10년의 부작용과 병폐가 대규모 학생 시위라는 폭발적인 형태로 분출됐던 천안문사태는 15년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인들 기억 속에서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지난달 20일 천안문 시위 지도자 왕단(王丹)을 비롯한 저명 반체제 인사 67명은 해외에서 천안문사태의 진상 규명과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하지만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이들의 요구는 중국 정부의 침묵 속에 갈수록 주목을
尹平重한신대 교수·철학노무현 대통령은 5월 27일 연세대 특강에서 진보임을 자처하면서 “가급적 바꾸지 말자가 보수고, 고쳐가며 살자가 진보”며,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놈의 보수 갖다 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에 불과한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부정확하고 피상적인 발언이지만 우리 현실에서 진보·보수 지형에 대한 성찰이 다시 한 번 필요함을 보여준다. 진보·보수, 또는 진보주의·보수주의는 너무나 남용된 개념이므로 일단 교통정리를 해 보자. 여기서 나는 진보와 진보주의를 구별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즉 진보·보
존 케리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즉시 북한과 직접 협상을 시작해 한반도 군축 문제와 휴전협정 대체 문제는 물론 심지어 남북한 통일문제까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케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당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는 그가 실제로 집권할 경우 미국의 대북 정책이 ‘북한은 악(惡)의 축’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 때와는 180도 달라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직접 담판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논의의 주도권을 장악해 보겠다는 숙원(宿願)에 성큼 다가서게 되
庾龍源지난해 11월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한 가운데 열린 제35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때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온통 이라크 파병문제와 용산기지 이전에 쏠려 있었다.한국측이 당초 미측에서 요구한 파병부대 성격과는 다른 쪽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과연 미측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 당초 서울에 잔류키로 했던 연합사·유엔사도 완전 포함해 용산기지를 이전하자는 미측 제의를 수용할 것인지 등이 언론과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그러나 SCM 의제 가운데엔 지난 25일 찰스 캠벨 미 8군사령관(육군 중장)의 공개 발
남북은 26일 첫 장성급회담에서 군사적 신뢰를 쌓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논의했다. 당장 어떤 합의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남북 군 당국 간에 군사 실무적인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회담 날짜를 잡았다는 점에서 첫걸음치고는 무난한 성과라고 할 만하다.회담에서는 특히 우리측의 제안으로 서해상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논의됐다. 서해의 남북 함대 간에 직통전화를 설치하고 경비함정 간에는 공용 주파수를 사용하며 불법 어로 단속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 등이다.서해 연평도 부근은 꽃게잡이 철인
래리 닉시 미국 의회 입법조사국 전문위원미국이 주한미군 2여단을 차출, 이라크에 배치하기로 한 결정은 충격적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조용하고 냉정하게 반응했다. 한국의 관료들은 몇 달 전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미군의 일부 철수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작년 중반부터 있어 왔다.미국에 주한미군 차출의 의미는 분명하다. 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으로 심화된 미군 병력난의 직접적 결과인 것이다. 미국은 최근 이라크 주둔 병력을 13만8000명 규모로 유지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 등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나라의
지난 22일 북한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진정한 승부처는 이미 실무 조정이 끝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이 아니었다. 정상회담 이후 1시간 동안 계속된 전 주한미군 병사 찰스 젠킨스와의 ‘협상’이 그의 시험대였다.젠킨스는 1965년 판문점에서 근무하다가 월북했다. 일본으로부터 납치된 소가 히토미라는 여인과 결혼해 현재 딸 2명을 두고 있다. 그러나 소가를 비롯한 납치 피해자들은 재작년 일본에 일시 귀국한 뒤 그냥 일본에 눌러 앉았고, 일본 정부는 이들을 위해 젠킨스를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의 일본
열린우리당 당의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정동영 김근태 두 의원이 통일부 장관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여당의 실력자로 꼽힌다.통일부는 금년 순수예산이 정부 부서중 최하위급인 758억 원으로 살림 규모가 군(郡) 정도에 불과하다. 풍부한 행정경험을 쌓기에 적절한 부서라고 할 수도 없다. 과거에는 통일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여당의 실력자들이 다른 부서를 마다하고 유독 통일부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이 자리가 차기 대권 주자로 가는 데 가장 유리한 경력 관리소로
평양=정권현기자 khjung@chosun.com “첨엔 놀란 게 사실입니다. 수구층들이 기득권을 오래 누려온 만큼 이젠 바뀔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평양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21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 가서 만난 북측 관계자들은 남쪽의 4·15 총선 결과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한 북측 안내원은 “총선 결과가 말해주는 것 아닙니까. 김대중 대통령 때는 수가 모자라 고생 많이 했지요. 남북이 이제 힘을 합쳐 나가면 못할 게 없지요”라면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옆에 있던 안내원 동무가 “퍼주기 한
북한과 일본 간의 제2차 평양 정상회담은 그동안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로 꽉 막혀있던 양국 관계에 숨통을 틔웠다. 일본은 이번에 베이징 6자 회담의 다자간 협상 틀이 아니라 북한과의 양자 협의를 통해 납치자 문제의 해결을 시도해 나름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북한 역시 핵문제로 자초한 외교적 고립 속에서 일본과의 일정한 채널을 마련하고 경제적 지원을 얻어냈다.이번 북일 회담은 앞으로 동북아 정세가 북핵문제의 해결이라는 관계국들의 공동 과제의 틀 안에서도 개별 국가들의 독자적인 자국 이익 추구가 더욱 복잡하게 작용하는 다층적인 구조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왜, 무엇을 위해 이런 방식으로 「정리」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다. 우선 분명히 전제할 것은, 미국이 예뻐서도 아니고 미국을 좋아해서도 아니다. 미국에 살아보고, 그래서 미국을 조금 더 알게 되면 될수록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오만과 일방주의적 방식에 혐오감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저런 경험이 쌓여가면서 오히려 반미에 가까운 감정을 갖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다다르게 되는 것은 미국의 힘에 대한 무력감과 두려움이고, 그 반사(反射)로서 한국의 내일에 대한
래리 닉시 미국 의회 입법조사국 전문위원미국이 주한미군 2여단을 차출, 이라크에 배치하기로 한 결정은 충격적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조용하고 냉정하게 반응했다. 한국의 관료들은 몇 달 전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미군의 일부 철수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작년 중반부터 있어 왔다.미국에게 주한미군 차출의 의미는 분명하다. 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으로 심화된 미군 병력난의 직접적 결과인 것이다. 미국은 최근 이라크 주둔 병력을 13만8000명 규모로 유지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 등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