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의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정동영 김근태 두 의원이 통일부 장관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여당의 실력자로 꼽힌다.

통일부는 금년 순수예산이 정부 부서중 최하위급인 758억 원으로 살림 규모가 군(郡) 정도에 불과하다. 풍부한 행정경험을 쌓기에 적절한 부서라고 할 수도 없다. 과거에는 통일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여당의 실력자들이 다른 부서를 마다하고 유독 통일부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이 자리가 차기 대권 주자로 가는 데 가장 유리한 경력 관리소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야망이 큰 정치인이 통일부 장관에 기용되고, 그래서 대북 정책의 핵심 부서인 통일부가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통일문제에 관해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면 또 모르지만 정동영 김근태 두 사람 모두 그렇지 못하다.

남북관계가 활발해질수록 통일부 업무는 전문성을 요구한다. 통일부장관은 남북장관급회담의 수석대표이며 각종 남북회담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수십년간 대남(對南) 업무에 전념해 온 북한 대표들과의 협상을 아마추어적인 감각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실수나 실책을 범할 경우 국가적 타격이 우려되기도 한다.

더구나 통일부는 우리 사회와 정부내에 만개하고 있는 갖가지 대북 정책과 사업 구상들에 대해 전문성과 균형감각을 토대로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할 곳이다.

남북관계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에게도 직언을 서슴치 않아야 한다. 정치적 꿈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악역(惡役)’보다는 인기를 좇는 정책과 처신을 보이게 마련이다.

통일부 장관 자리가 여당 실력자들간의 정치적 힘겨루기의 전과물(戰果物)처럼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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