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26일 첫 장성급회담에서 군사적 신뢰를 쌓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논의했다. 당장 어떤 합의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남북 군 당국 간에 군사 실무적인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회담 날짜를 잡았다는 점에서 첫걸음치고는 무난한 성과라고 할 만하다.

회담에서는 특히 우리측의 제안으로 서해상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논의됐다. 서해의 남북 함대 간에 직통전화를 설치하고 경비함정 간에는 공용 주파수를 사용하며 불법 어로 단속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 등이다.

서해 연평도 부근은 꽃게잡이 철인 5~6월이면 북한 어선들의 잦은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 군사 충돌까지 벌어지는 민감한 곳이다. 1999년과 2002년에는 남북한 함정들이 서로 들이받거나 포격전을 벌이는 치열한 교전이 벌어져 서로간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북 군사당국 간에 평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군사적 신뢰도 이처럼 당장 절실하고 구체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쌓여가게 될 것이다.

남북 장성급회담은 정부보다 군부를 우위에 두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 때문에 일반적인 남북회담과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북한은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군사문제에 관한 일은 ‘군당국에 건의한다’는 식으로밖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남북간 군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북한 군당국이 직접 회담에 나오는 것이 회담의 실효성을 높이는 첩경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경제·사회 분야에서는 활발한 교류와 진전이 있었지만 군사 분야는 답보 상태였다. 남북간의 크고 작은 군사적 긴장 요인들을 줄이고 없애기 위한 노력 없이는 진정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처럼 도발을 통한 NLL 무력화를 시도할 것이 아니라 상호 신뢰 구축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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