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相薰용산기지의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잔류면적 허용문제를 두고 정부와 미군측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두 사령부가 오산·평택으로 이전하게 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태평양의 거리를 뛰어넘는 ‘동맹’ 관계를 50년 이상 지속해온 혈맹이다. 이 50년간이 유사 이래 외침(外侵)이 없었던 반세기로 기록되고 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남북 대치의 특수상황 속에서도 수없이 잦았던 갈등을 이겨내고 우리가 정치적 발전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한·미동
禹泰榮북한 중앙방송 강 기자께. 지난 9월 초 일주일간 스위스 정부가 마련해준 덕택에 저와 공동취재를 했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북한도 요즘 이상기온이라 하는데 연만하신 강 선생께서는 감기에 특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취재했던 카메라기자 오 선생은 말씀하신 대로 첫 손자를 보셨는지요.강 선생께서 스위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방송하겠다며 취재를 열심히 하셨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았는지 궁금합니다. 북한에서도 요즘에는 일의 결과를 평가해 급여를 차등지급하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하셨지요. 중앙방송국도 언제 이러한 변화의
‘고구려사(史)’를 자기네 역사로 삼으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2002년 2월부터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국책사업을 진행 중이다. 5년간 총 200억위안(약 3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러더니 지난 6월에는 중국 공산당의 학술 분야를 대변하는 ‘광명일보’가 “고구려는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까지 하고 나섰다.2004년 6월에는 유네스코 산하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가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린다. 그 자리에서 올 7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가 중국의 방해
정세현 통일부장관이 북한의 변화 여부에 대한 황장엽씨의 강연 내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적절치 못했다. 황씨는 지난 3일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협동농장의 개인농업화, 정치범수용소 폐쇄, 군 복무기간 완화 등을 제시하면서 현재의 장마당(민간 시장) 활성화를 변화의 징후로 과대평가해선 곤란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이튿날 “북한의 변화는 상징적 변화에서 의미있는 변화로 가는 단계”라고 황씨를 정면으로 반박했다.북한의 변화 방향과 깊이, 속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추운 곳이 중강진(中江鎭)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70년 전인 1933년 1월 영하 43도라는 최저기온 기록을 세운 뒤 중강진은 분단 후 북한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동토(凍土)의 왕국’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중강진은 마산에서 출발, 대구를 거쳐 한반도의 중심을 꿰며 북상하는 국도 5호선의 어엿한 종착 도시다. 남북 분단만 아니었더라면 서울서 반나절이면 달려갈 수 있는 ‘손에 닿을 곳’이며, 조선시대에는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이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는 ‘얼어붙은 땅’에도 어김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
일본 외교관 2명이 지난달 29일 이라크에서 무장 괴한의 습격을 받아 숨지고, 스페인 장교 8명도 같은 날 후세인 추종 세력의 매복 공격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도 11월 한달동안에만 75명에 이르러 개전 이후 가장 많은 인명손실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라크 현지 사정이 갈수록 혼미하고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미국에 3000여명의 군대를 추가 파병키로 약속한 한국으로서는 이런 지금의 이라크 상황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이런 위협 때문에 국가적 신의와 위신이 걸
국방부는 엊그제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있는 한·미 연합사령부와 유엔사령부를 경기도 오산과 평택으로 옮기는 것과 관련해 “(두 사령부가) 한강 이남으로 옮기더라도 한반도 안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발표로 연합사와 유엔사의 한강 이남 이전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서울 용산에 있던 이들 사령부가 남쪽으로 수십㎞ 떨어진 곳으로 옮겨간다고 해서 당장 우리 안보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국방부측 발표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에 앞서 국방부는 왜 지난 몇 달 동안 계속된 한·미 협상에서 연합사와 유엔사
시인 백석(白石)은 1936년 시집 ‘사슴’을 자비로 발간하면서 조선 문단의 눈길을 한몸에 받게 된다. 우리말의 멋과 맛을 주옥 같이 담아낸 이 시집은 100부만 찍은 탓에 금세 동이 났다. 시인 윤동주마저 이 시집을 구할 길 없어 직접 손으로 베껴 간직했다고 한다. 시인 신경림(申庚林)은 6·25전쟁 후 서울 동대문 헌책방에서 이 시집을 찾아냈을 때의 감격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실린 시는 40편이 못 됐지만 그 감동은 열 권의 장편소설을 읽은 것보다 더한 것이었다. 읽고 또 읽었다. ‘사슴’은 내가 시를 공부하는 데 교과서 구실
庾龍源제3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은 피했다. 그러나 답변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 “군사력은 숫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명적 군사능력을 융통성 있게 투입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숫자는 무의미하며, 예를 들어 전함이 5척이었다가 3척으로 되면 척수는 줄겠지만 전함의 전투능력을 향상시킨다면 실제로 전함이 줄었다고 볼 수 없다.”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 등 다른 미군
지난달 30일 오후 전 미국에 방영된 텔레비전 화면을 본 미국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폭스뉴스와 CNN은 과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군(軍)과 경찰이 정치적 반대자를 처참하게 고문하는 비디오를 내보냈다. 이 23분짜리 (원본) 비디오가 언제 어디서 촬영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화면과 그 내용으로 보아 그리 오래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고문 또는 처형 장면은 여러 가지였다. 웃통이 벗겨지고 두 팔이 철기둥에 묶인 남자의 알몸을 철봉으로 수없이 구타하는 장면, 살아 있는 사람의 혀를 뽑거나 팔목을 자르는 장면,
국군포로 출신의 탈북자가 중국 경찰에 붙잡혀 북한으로 강제송환될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를 구원하려는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손길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17일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 공항에서 제3국으로 가려다 체포된 전용일(72)씨가 이틀 만인 19일 북한과의 접경도시인 투먼(圖們)의 탈북자 수용소로 압송된 사실이 확인됐다. 그냥 두면 북한으로 넘겨질 것이 거의 확실한 만큼 정부의 대응이 시급하다. 정부관계자는 “중국측과 접촉 중이고 전씨의 한국행에 대해 중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지만 전씨가 중국 경찰에 체포되기
버지니아주(州)에서 루스벨트 다리를 지나 워싱턴 시내에 접어들면 오른편에 펼쳐지는 광장이 ‘내셔널 몰(National Mall)’이다. 수도 워싱턴을 상징하는 몰의 초입에 2개의 전쟁 기념비가 있다. 광장이 시작하는 링컨기념관에서 보면 왼쪽에 베트남전 기념비가, 그 맞은편에 한국전 기념비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전 기념비를 찾는 관광객의 눈길은 화강암 벽으로 돼 있는 기념비보다 그 앞에 서 있는 19명의 미군 동상으로 향하게 된다. ▶보기만 해도 무겁게 느껴지는 판초(poncho) 우의를 입고 힘든 발걸음을 재촉하는 동상들의 얼굴은
/金宗浩 산업부기자tellme@chosun.com“이번에는 괜찮을 겁니다. 아직까지 북측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꼭 참석해 주십시오.” 현대아산은 18~20일 금강산 관광 5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전날인 17일 밤까지 이번 취재는 문제없을 거라며 참석을 요청했다. 기자는 이 말을 믿고 18일 아침 버스에 올라탔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쯤 버스가 남측 출입국 사무소가 있는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거의 도착할 무렵, 북한은 돌연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 불허 방침을 밝혀왔다.현대아산이 취재단 명단을 미리 통보했을 때에는 아무런
自主派의 절반승?洪準浩서울에 부임한 지 1년쯤 된 서방의 한 주한(駐韓) 외교관은 어느 날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한국정부의 통일 외교 안보 정책을 요약한 소책자를 손에 들었다. 통일부가 펴낸 ‘참여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이었다. 그는 처음엔 내용을 읽고, 다시 한 번 볼 때는 숫자를 셌다.남북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다가온 의문은 ‘자유 민주’ ‘시장경제’란 단어였다. 서울에 오기 전까지는 당연하게 여겼던 이 단어들이 한국의 통일 외교 안보 분야에서 어느 틈엔가 생소해진 것 같다는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연례안보협의회(SCM)가 어제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는 임박한 이라크 파병 문제와 관련해 한·미가 이 문제를 어떤 선에서 매듭지을 것인가 하는 점과 아울러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 주한미군 재배치 미군 담당 업무의 한국군으로의 이양 등 의제의 민감성 때문에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 거론된 사안들은 하나하나가 한·미 동맹의 질적 변화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앞으로 미군의 존재와 역할의 변화 가능성을 재볼 수 있는 것이어서 한국의 안보 정책에 미칠 파급 효과 역시 큰 문제
현대그룹을 사실상 인수한 KCC(금강고려화학)측이 금강산 관광으로 상징되는 현대의 대북사업을 ‘수익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재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KCC측이 ‘이익을 내느냐 내지 못하느냐’는 엄격한 잣대를 현대의 대북사업에 들이댈 경우 5년간 계속돼온 금강산 관광은 그 막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애초부터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현대의 대북사업은 ‘수익성’이나 ‘시장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5년간 금강산사업에서 현대측은 무려 1조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고 한다. 그렇다고 당장은 아니라 해도 머지않은 장래에 극적인
남성욱/고려대 교수·북한학금년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해 발표되었다. 8년 만에 400만t을 넘어서는 대풍(大豊)을 거둬 한국이 태풍과 잦은 강우로 20년 만의 흉작에 시달린 것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북측은 남측과 달리 일조량과 강수량 등 기후조건이 양호했고 한국에서 보낸 비료와 농기계 등 농자재의 투입이 전년보다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년작을 넘는 415만t의 생산량으로도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북한의 식량 수요량은 단순 식용만을 산정할 때 최소 510만t 이상이고 가공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 경수로 건설 사업을 1년간 중단키로 결정함으로써 지난 94년 체결된 미·북 제네바 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대북 경수로 제공을 책임지는 것을 골자로 한 제네바 합의는 작년 북한의 핵개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태였지만 이제 공식적으로 수명을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대북 경수로 사업 중단은 북핵(北核) 사태의 위기 지수를 또 한 단계 높이면서 여러 가지 파장을 불러 올 것이 분명하다. 당장은 북한의 반발 가능성이다. 그렇지 않아도 “때
황장엽씨가 미국 워싱턴에 머물던 마지막 날인 3일, 황씨측의 주선으로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호텔로 찾아갔다. 그쪽에서 시간과 장소까지 정해 부른 것이었다. 그러나 황씨는 그를 경호(?)한다는 한국측 요원들의 강력한 제지로 호텔방을 나올 수 없었고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던 기자는 전화로 통화만 하고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전화로 “만나서 할 얘기도 있고 미국 얘기도 듣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다”며 나중에 서울에서나 보자고 했다.자유인인 황씨가 세상에서 가장 자유가 보장된다고 자부하는 미국의 수도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도 못 만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남북 민간축전에 참가하는 북한측에 남측이 거액의 참가비를 주기로 한 사실을 숨긴 것은 현 정부와 일부 정치세력이 앞장서 남북 민간교류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생생한 사례다. 통일부는 지난 9월 16일 ‘제주 민족평화축전’의 사업승인을 내주고 북측의 참가 대가를 220만달러 이내로 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축전을 방송할 예정이던 MBC는 며칠 후 선금 50만달러를 북측에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통일부가 사업승인을 한 지 20여일이 지난 후인 지난달 7일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