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가(馬仲可)한림대학 중국학과 교수과거 2000년 중국 역사에는 전제군주의 학정에 못이겨 농민들이 폭동을 일으킨 일이 무수하다. 진승(陳勝), 오광(吳廣), 장각(張角), 황소(黃巢)…등. 농민들은 폭군을 내쫓고 새로운 군주를 세웠으나 결국은 멍에가 가쇄(枷鎖·칼과 족쇄)로 바뀌었을 뿐 성현(聖賢)은 한 사람도 없었다. 명말(明末) 이자성(李自成)의 농민폭동 때는 땅을 평분하고 부자들의 재물을 빼앗아 빈민에 나눠준다는 근대적인 평등 강령이 나타났으나 정치 군사적인 이유로 중도에서 폐지하였다.근대에 들어와 중국에서 평등사회를 추구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6자회담을 연다 해도 공회전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반핵평화위원회라는 단체는 한국의 핵물질 실험문제를 거론하면서 “이제는 누구도 우리에게 핵문제와 관련해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 이로써 북한은 당분간 6자회담에 복귀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회담 거부라는 강경책으로 2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형성에 영향을 끼쳐 보려는 계산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강공책이 더 이상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은 부시 1기 행정부에서, 특히 9·11테러 이후 명확해졌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국회 법사위원회 상정을 놓고 여야가 주말 자정까지 막말과 삿대질에다 몸싸움을 벌였다. 천정배 여당 원내대표는 더 이상 야당과의 대화나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선언하고 국보법 폐지안을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첫 정기국회의 작품으로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국보법 폐지를 기어코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여당 원내대표가 “국보법은 민주주의 자유와 양립할 수 없다”면서 “국보법을 지키자는 사람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선언한 사실이다. 국민 다
한국에 온 탈북자가 북한에 들어갔다가 체포당해 간첩교육을 받고 다시 한국으로 나온 후 자수했다. 4개월 전의 일인데도 정부가 쉬쉬 하는 바람에 이제야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탈북자가 간첩으로 확인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간첩을 파견한 사실이 확인된 것도 처음이다.우선 정부가 그동안 왜 이 사건을 숨겨 왔는지가 석연치 않다. 국정원은 형법의 피의사실 공표조항에 저촉돼 관련 기관에 통보만 하고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간첩사건을 적발하면 관례처럼 스스로 공개해온 국정원
趙寧基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건국대 강사지난 11월 23일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기치를 내걸고 ‘자유주의 연대’가 창립하였다. 그 주요구성원 중 일부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했거나 사회주의 건설에 매진했던 1980년대 골수운동권 출신들이다. 이들은 당당히 과거 자신들의 사회주의적 경험을 참회하고 세계화와 자유화로의 우파 전향을 선언했다. 자유주의연대의 출범은 그들이 맹신했던 사회주의가 ‘실패한 신(the god that failed)’이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최초의 사건이었다.이날 386세대는 자신들이 혁명적 사회주의자였다는
1980년대 말 동구권 사회주의 정권들이 줄줄이 무너질 때 북한 김일성은 “우리 인민들은 참 좋은 인민입니다”라고 했다. 동구에서는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인민 봉기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수령님’을 어버이처럼 받들고 있으니 김일성에게는 실제로 이보다 더 좋은 인민들이 없었을 것이다. 당시 북한 정권이 동구의 체제 변혁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는 북한 매체들이 연일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고 외쳐댄 데서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동구권 혁명 중에서도 북한 정권이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루마
데이비드 강미국 다트머스大 교수·정치학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고 새 외교정책 보좌진이 임명됐다. 향후 4년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부시 행정부 1기 4년 동안에 북한 문제에는 이렇다할 진전이 없었지만, 동북아 지역 국가들 사이에 경제·외교 분야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계속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북한 정권은 살아남았고 붕괴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이 택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은 어떤 것들이겠는가.하나는 동북아시아의 변화하는 지정학적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합리적
安世英서강대 국제대학원 원장허술하게 해외 공작을 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국가정보국 DGSE가 1985년 큰 사고를 쳤다. 프랑스의 핵실험을 반대하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선박에 몰래 폭탄장치를 하려다 들통이 난 것이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미테랑 대통령이 당시 DGSE 책임자인 라코스트 해군제독에게 공작 내용을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제독의 반응이 아주 도발적이었다.“국익을 위해 국가의 중요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이쯤이면 대통령에 대한 항명 수준인데 어찌 된 일인지 흐지부지 넘어가고 말았다. 이 사건은 아무리 집권자
이번에 남쪽에서 돈을 대어 금강산 신계사(神溪寺) 대웅전의 낙성식이 이루어졌다. 개골산(皆骨山)이라 불리는 금강산은 산 전체가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바위가 많은 산은 기도발이 잘 받는다. 바위와 기도발은 비례하는 법이다. 그래서 금강산에는 영험한 사찰이 많다. 신계사는 장안사, 유점사, 표훈사와 함께 금강산 4대 사찰에 속하는 영험한 사찰이다. 신라 법흥왕 6년(519)에 창건된 신계사는 수많은 고승이 배출된 곳인데, 근래에는 효봉(曉峰·1888~1966)의 출가 수도처로 유명하다. 효봉은 왜정 때 판사를
金玄浩논설위원서울의 한 탈북자가 북한 신의주에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신의주의 휴대전화에서 서울의 휴대전화로 걸려 온 전화다. 그 친구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보위부에 붙잡혀 있다고 했다. 보위부원이 한국에 전화를 어떻게 거는지 자기 앞에서 한번 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는 서울의 이 탈북자가 중국을 통해 신의주 친구에게 보낸 선불카드식 중국 전화였다. 전화를 바꾼 보위부원은 서울의 탈북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돈 좀 보내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탈북자는 “일단 친구를 풀어주면 돈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여시동·산업부 기자 sdyeo@chosun.com“전략물자 때문에 조만간 국가적 재앙이 닥칠 수 있습니다.”정부내 한 전략물자 전문가는 최근 “주위에 아무리 얘기해도 곧이 듣는 사람이 없다”며 걱정을 털어놓았다. 전략물자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그는 미국은 물론 유럽국가들도 이미 전략물자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은 자국의 ‘수출관리법령(EAR)’에 따라 전략물자 수출을 물샐틈없이 통제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25개국이 이미 군사용으로 전용(轉用)될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의 자유 이동
禹泰榮국제부 차장1980년대 중반 전두환 정권은 경제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정치적으론 위기였다. 경제성장률은 연간 10%를 웃돌았다. 한국 경제의 규모는 3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으며 웬만한 대학을 나오면 직장을 골라서 갈 수 있었다. 요즘 같은 실업사태가 닥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광주사태라는 원죄를 씻을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반정부 투쟁의 핵은 대학생들이었다.당시 서울의 주요 대학들을 취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학 내에는 사복경찰이 진주해 있어서 학생들이 모이려고
래리 워츨헤리티지 재단 부회장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2일 로스앤젤레스 연설에서, 미국에 대해 대북(對北) 입장을 완화하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노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칠레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 야욕에 대처하기 위해 할 일(아젠다)에 합의할 수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칠레에서 노 대통령 외에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도 각각 회담했다. 북핵 관련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핵 폐기를 목표로 협력하자는 데 합의한 것처럼 보인
칠레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매우 중요한(vital) 이슈’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고 보는 모양이다. 참 순진한 생각이다. 지난 대선(大選)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지연시켰다는 호된 비판에 시달렸다. 북핵처럼 한반도 문제가 미국민의 절박한 ‘안방 현안’이 된 적이 없다는 사실은 후보 간 TV토론에서 분명해졌다. 재선된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달려들 것임은 누가 봐도 자명한 일이다. 당장 부시는 칠레에서 APEC 회원국들과 한 목소리로 북
李根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미래전략연구원 원장지난 20일 산티아고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사실 새로운 내용 없이 무난하게 끝난 정상회담으로 평가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앞서 LA에서 북한을 대변한 듯한 발언을 하였고 동시에 부시 2기 행정부가 북한에 대하여 보다 강경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기 때문에 양 정상 간의 한판 승부가 기대된 정상회담이었지만, 정상 간의 대화 내용을 분석해 보면 종래에 공식적으로 밝혀온 입장을 양 정상이 다시 한번 밝힌 것에 지나지 않는다.이렇게 새로운 내용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미국이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박승준중국전문기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에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만났다. 현지시각으로 20일부터 이틀간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 정상회담 자리다. 이번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아시아 태평양의 21개국 정상들 가운데 축하와 조명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부시와 후진타오 두 사람이었다. 부시는 이달 초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그 어렵다는 재선에 성공했고, 후는 두 달 전에 열린 중국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자리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으로
40대에 들어선 각계의 386들이 내일 ‘자유주의 연대’를 결성, 출범시킨다고 한다. 60여명으로 시작하는 작은 모임이다. 그런데도 이 모임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중심 인물들이 과거 마르크스 레닌주의나 김일성 주체사상에 휩쓸려 극좌의 전위(前衛)로 활약하다가 그 해독(害毒)에 눈뜨고 자유민주주의의 품으로 돌아온 ‘전향 386’들이기 때문이다.이들은 창립선언문에서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선진국 진입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386의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경험을 뛰어넘어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속 의문사 진상 규명위원회는 사회안전법 폐지 등을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다 고문으로 숨진 남파 간첩 출신 비전향장기수를 민주화운동가로 볼 수 없다고 판정한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다. 의문사위는 이 비전향장기수가 “권위주의 통치의 대표적인 악법을 폐지하라고 요구한 것은 민주화운동에 해당한다”며 보상을 요구했다가 기각되자, 다시 심사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남파 간첩이란 북한이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남으로 내려보낸 공작원이고, 비전향장기수란 아무리 설득해도 대한민국의 일원이 되기를 거부한 골수 공산주의자다.
노무현 대통령의 북핵 관련 LA 연설에 대해 미 국무부가 16일 “한국 고위관리들과 토론을 해 보았으면 하는 요소들이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일본에서는 총리의 입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이 “(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다고 믿는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자위 수단이라는 북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고 북핵이 공격용이거나 테러지원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체제를 보장하고 지원을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며, 반대로 대북 강경책을 쓰면 전쟁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노 대
외교(外交)는 참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국가 간의 이해(利害)가 요철(凹凸)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절대적 주권(主權)을 가진 상대방과 작업을 해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대등한 국력을 가진 나라들 간의 외교도 어려운데 여러 형편으로 대등한 위치에 있지 않은 나라와의 외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외교업무가 국가 기능의 우선 순위에서 맨 앞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사실 세계의 역사는 외교의 역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외교에서는 할 말을 해야 할 때와 참아야 할 때가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