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들어선 각계의 386들이 내일 ‘자유주의 연대’를 결성, 출범시킨다고 한다. 60여명으로 시작하는 작은 모임이다.

그런데도 이 모임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중심 인물들이 과거 마르크스 레닌주의나 김일성 주체사상에 휩쓸려 극좌의 전위(前衛)로 활약하다가 그 해독(害毒)에 눈뜨고 자유민주주의의 품으로 돌아온 ‘전향 386’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에서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선진국 진입이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386의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경험을 뛰어넘어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회칙에서 “전 한반도의 자유화와 평화를 추구하며 북한의 인권개선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이를 위해 낡은 이념들과 투쟁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80년대 386의 사고나 방식으로는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수 없으므로 지금 이 정권의 핵심에서 국가의 진로를 잘못 설정해 나라의 장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집권 386의 낡은 이념과 그 이념의 반영인 정책들과 싸워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80년대 대학가를 휩쓸던 주체사상의 진짜 모습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증인이다.

이 증인들이 지금 정권의 핵심에서 활약하는 그때 그 사람들에게 80년대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을 외치던 사고에서 언제 어떻게 벗어났는지, 그리고 지금의 생각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당연히 질문할 만한 일이다.

그때의 반미(反美) 자주와 지금의 반미 자주가 같은 것인지, 다르면 어떻게 다른 것인지도 국민들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자유주의연대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미래 대안세력으로서의 환골탈태를 등한시한 채 기득권 유지에 전전긍긍하는 기회주의적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많은 국민들은 이 생각에도 동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좌파이면서 좌파임을 숨기는 기형적 좌파와 기득권의 상징처럼 돼 버린 기형적 우파가 동거하는 체제다. 이런 잘못된 구조가 이 나라의 정체성을 흔들고 혼돈으로 몰아넣는 근인(根因)이다.

돌아온 자유민주주의자들에게 발맞추어 집권당 안에서도 이들에게 상응하는 세력이 태어나서 기형적인 좌우 구조를 정상적인 좌우구조로 바꿔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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