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됐던 동진호 선원 임국재씨가 “북한에서 탈출시켜 달라”고 호소한 편지가 공개됐다. 임씨는 2003년 9월, 2004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탈북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임씨는 그후 제3자를 통해 “어떻게든 남한으로 가겠다”는 뜻을 전해온 뒤 연락이 두절됐다.임씨는 납북 후 조국이 자신을 곧 구해줄 것이라고 믿으며 기다렸지만, 15년 세월 동안 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임씨가 스스로 온갖 수단을 써가며 탈출을 시도했던 것은 대답없는 조국에 대한 절망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조국은 자신을 버리고 자
언론인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두 가지 상반된 모습으로 드러나, 어느 것이 진짜 노 대통령의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지난번 미국 LA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억지 수단이라고 하는 주장엔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지난 10일 북한이 막상 ‘핵 보유’를 선언하고 나오자 “걱정스러운 일…”이며,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며 우물우물했다. 열린우리당 역시 ‘북한의 핵 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집권측의 논리는 도대체 뭔가? 북한은 핵개발을 오로지
주한대사를 지낸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가 얼마 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전 세계에 크건 작건 미군이 파견됐거나 주둔하고 있는 곳이 180여 개소나 된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군대가 나가있는 곳은 이라크를 제외하고는 한국·일본·독일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곳은 한국이다”라면서 그는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1·2차 세계대전을 포함해 미국이 군대를 보내 싸우고 지켜준 나라는 수없이 많다. 그 많은 나라 가운데 미국이 지켜준 덕분에 민주주의를 세우고 경제를 부흥하는 데 성공한 나라는 한국이
姜仁仙워싱턴 특파원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부시 행정부가 구체적인 북한 제재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고 엄청나게 화를 냈다고 한다. 라이스 장관은 “도대체 누가 이 정보를 흘렸느냐”며 노발대발했다는 것이다. 국무부 직원들은 “결국 보도 내용이 맞다는 것”이라고 수군거렸다고 한다.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라이스 장관과 회담을 마친 후 서울로 돌아간 다음날 아침에는 전화기에 불이 났다. 미국·일본 기자들의 관심은 전례없이 뜨거워서, “반 장관이 남북경협은 어떻게 된다고 하더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프 힐 주한 미국대사는 18일 한 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북 지원문제에 대해 “(한ㆍ미 양국이) 동일한 행동을 취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조율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에 내정된 상태인 힐 대사는 또 “6자회담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대 해도, 북한을 다루는 과정에서 (다른 5개국의) 파트너십이 굳건해지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힐 대사의 이야기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이후 미국 정부 당국자로서는 비교적 알아듣기 쉽게 미국의 생각을 한
출판국장1980년대 중반 소련 잠수함에서 돌연 소음이 거의 사라졌다. 잠수함의 거대한 스크루가 돌아가는 소음이야말로 잠수함의 규모와 소재지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였다. 주적(主敵) 잠수함 탐색에 난감해진 미국은 조사 결과 소음이 줄어든 이유가 일본의 도시바(東芝)기계가 수출한 공작 기계 덕분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의회와 언론은 연일 성토했고, 도시바 제품의 미국 내 판매를 제한하는 법까지 만들었다. 도시바가 수출한 기계는 공산권에 수출해서는 안 되는 전략물자였고, 코콤(COCOM)이라는 국제협약을 위반한 일이었다. 도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은 미국과의 협의 위에서 중국에 대북(對北) 영향력 행사를 요청하는 데 모아지고 있다.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가 17일 중국으로 떠난 사실이 정부의 외교활동 방향을 압축해서 보여준다.그러나 국민들로선 부산한 정부의 발걸음 속에 어떤 대책들이 구체화되고, 또 한국의 역할은 어떻게 설정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북한의 선언이 있은 지 6일 만에 처음 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도 “북한은 6자회담에
지난 14일부터 3일간 서울에서 열린 ‘북한 인권·난민 국제회의’는 6년간 매년 대회를 개최해 오면서 국제 인권운동가와 단체들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행동하도록 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북한의 인권 탄압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우선 바깥 세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정권이 알도록 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그런데 ‘6·15 남북 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라는 단체들이 신문사 앞에 몰려와 북한 인권 국제회의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조선일
洪準浩 칼럼논설위원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고 6자회담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자, 정부는 또다시 중국 타령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좀더 힘을 써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요즘처럼 공허하게 들릴 때가 없다. 중국은 그동안에도 역할을 한다고 해왔다. 그 기대 때문에 국제사회는 6자회담의 의사봉을 계속 중국에 쥐여 주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북한의 반란이다. 앞으로 중국이 좀더 애쓴다고 바뀔 북한이라면 이렇게까지 멀리 나가진 않았을 것이다.그동안 ‘중국 역할론’의 미몽(迷夢)에서 헤맨 건 한국뿐이 아니다. 중동에 정신 팔린 미국도 북
宋榮大숙대 겸임교수, 전 통일부 차관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진실인지를 가려내고 만약 사실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핵을 체제 유지의 기본 수단으로 인식하는 북한은 이것을 갖고 한편으로는 대미(對美) 협상에 이용해 필요한 것을 다 얻어내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실제 핵 보유국으로 가겠다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 적대정책 포기, 미·북 직접 협상 등을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화하고 있는 북한은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예정된 코스인 핵 보유국으로 가겠다는 전략 구상
권경복·정치부기자 kkb@chosun.com 북한이 자위적(自衛的) 차원에서 핵무기를 만들었고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지난 10일 외무성 성명을 발표한 이후, 아직까지 청와대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로부터 북한 외무성 성명에 대한 종합 보고를 받았지만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곤혹스러워하는 청와대의 분위기를 보면서 석달 전인 작년 11월 “핵을 외부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고 하는 북한의 주장에 일리있는 측
許容範 워싱턴 특파원 북한 핵문제에서 기본적일 것 같으면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게 한국과 미국의 입장차이다. 한마디로 하면 이렇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이 난리이고, 정작 곁에 있는 한국은 그렇지 않은가. 한국내 일부 인사들이 주장하듯이 북한 핵은 원래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한국 공격용이 아니므로 미국이 신경쓸 일이지 우리 일은 아니기 때문일까.미국에도 북핵문제에 과도하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북한이 핵을 몇 개 가졌다고 무슨 큰 위협이 되겠느냐는 얘기다. 북한이 핵
白承周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북한 외무성이 “핵무기를 만들었고,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2005년 2월 10일은 ‘총성 없는 안보적 공습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이전에 북한 인사들이 10여 차례 비슷한 수준의 발언을 하였지만, 이번 북한 외무성 성명은 발표 주체 면에서 그 의미를 달리한다. 이제 분단시대의 평화를 관리하고 통일을 이끌어 가기 위한 안보전략을, 북핵 보유를 전제로 하여 보강·발전시켜야 할 때다.북한 외무성이 핵의 보유를 공식적으로 주장한 상황에서 평화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극단적으로
북핵(北核) 관련 국가기밀이 담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문건이 무더기로 유출돼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유출된 문건은 지난 1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치의 NSC 일일정보다. “부시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 라이스 국무장관의 인준 청문회 답변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달라고 중국정부가 미국정부에 요청했다”고 중국 외교부 북미국장이 주중 한국공사에게 설명한 내용,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남북한 방문 추진계획 등이 담겨 있다. 대부분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고,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간(多者間) 공조의 미묘한 분위기를
북한은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북핵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성명은 또 “우리는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공언하고 6자회담을 무기한 거부하고 나섬으로써 북핵 위기는 다시 고비를 맞게 됐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은 그동안 많았다. 북한 당국도 간접적 표현으로 핵무기 보유를 넌지시 시사해 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외무성 공식 성명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주장이 실제로 핵보유 선언인지 아니면 핵
全星勳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2월 10일 북한 외무성의 성명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분명하게 밝힌 공식 선언이다. 성명에서 “핵무기고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현재 가동 중인 5MWe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추출, 재처리하거나 핵실험을 공개적으로 실시하는 등의 추가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이제 북한 핵문제를 외교의 영역에만 묶어두는 것은 한계에 달했다. 북한의 핵무기는 한국 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안보위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을 중심으로 한 외교적인 해결 노력을 배가하는
딩웨이(丁偉)홍콩 침례대학 교수1980년대 중반부터 중국 지식인들은 전례없이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치제도와 정치문화에 대해서도 과감히 얘기했다. 그 이전에는 ‘사회주의 전복’으로 간주됐을 도전적 의견들이 1986~89년 사이엔 출판될 수 있었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어떤 이는 절대권력의 부패를 막기 위해 ‘견제와 균형’을 얘기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같은 개념들이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음악처럼 서구 문명의 산물이라 하더라도 보편적인 가치를 가졌다고 주장했다.결국 그 시기는 중화인민공화국 역
최근의 ‘자유지식인 선언’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는 그것을 마치 보수세력의 분열인 양 채색하고 뉴 라이트냐 ‘정통보수’냐의 새로운 논란을 만들어 가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한마디로, 쓸데있는 논란이면서 동시에 쓸데없는 논란이기도 하다.우선 쓸데있는 측면부터 살펴 보자. 본래 좌·우 못지 않게, 좌익 내부의 노선 싸움, 우익 내부의 이념 분화란 으레 있기 마련이고, 한국 우익진영이 이제야 겨우 정통보수냐, 신(新)우파냐의 논란을 하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마저 있다. 보수주의냐 자유주의냐의 논쟁은 정치발전의 1장 1절인 까닭이다
노무현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말 전화통화에서 북핵 문제를 협의했다. 6자회담은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열려야 하고 이를 위해 양국이 적극 협력하자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해 북한이 핵 야심을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있은 지 사흘 만이다. 부시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도 통화했고, 중국 역시 곧 북한에 특사를 보낼 것이라고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전했다.이 정도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는 무르익은 셈이다. 북한으로서도 더 이상 피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이런 전제 아래 앞으로 정
독일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언제나 세계의 눈길을 끈다. 두 나라 두 민족 간의 역사적·도덕적 채권·채무 관계가 이번에는 또 어떻게 정리되고 표현되느냐 해서다.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점령했던 유럽에는 900만명의 유태인이 살았다. 그게 전쟁 후 300만이 됐다. 600만명이 강제수용소의 가스실에서 죽어간 것이다.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뉴스를 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 역시 2일 이스라엘 국회 연설에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개를 숙인다’고 사죄했다.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은 사죄 다음에 이어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