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행정부의 미사일방어망 건설 구상은 크게 보아 두 가지 단계를 통해 진행되어 왔다. 첫째, 1980년대에 레이건 정부는 미국의 영공을 모든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해 내기 위해 우주에 요격체계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계획인 전략방위계획(SDI)을 추진했다.
그러나 엄청난 개발비가 소요되는 이 계획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미·소관계가 다시 데탕트에 들어서고 마침내 탈냉전이 오면서 그리고 미국의 경제상태가 악화되면서 미국 내에서도 정치적 설득력을 상실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음 세기 새로운 첨단무기체계분야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스타워즈의 꿈 그 자체를 버리는 것 역시 정치적 합리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클린턴 행정부는 처음엔 공화당의 스타워즈 개념을 비판하면서 등장했으나 현실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전략방위계획을 계승하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클린턴 행정부가 처음에 이 분야 중점사업으로 내건 구상은 미국에 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위협이 탈냉전으로 해소된 만큼 그 대신 동북아와 같이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과 기지 그리고 동맹국의 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한 TMD건설이었다.
TMD는 스타워즈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미국의 군사적 패권유지가 필요한 지역에 미국 주도의 새로운 방위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스타워즈는 동맹국들의 재정적 참여를 유도하기가 쉽지 않으나 미국의 동맹지역에 전역미사일방어체제를 설치할 경우 동맹국들의 비용분담을 이끌어 내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동북아 전역미사일방어체제는 그 가상의 적(敵)으로 북한, 그리고 나아가서는 중국을 상정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은 미·일 전역미사일방어망의 노골적인 가상의 적으로 분명하게 활용되어 왔다.
공화당정권의 주요 사업이었던 스타워즈가 러시아나 중국이 갖추고 있는 대륙간탄도탄과 같은 장거리 핵무기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한다는 개념에 기초를 둔 것이었다면 클린턴 민주당 정부의 전역미사일방어망 개념은 북한과 같은 중소국가나 중국 또는 러시아의 중단거리 핵미사일들로부터 동북아와 같은 특정지역의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방어한다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탈냉전시대 미국이 방어할 대상을 지역적 불량국가들(regional rogue states)이나 테러집단들로 새롭게 정의하면서 클린턴 행정부는 공화당의 스타워즈체제를 비판하고 북한 등으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전역수준의 군사위협을 강조하면서 전역미사일방어 개념을 공화당에 비해 더 중점적으로 부각시켜온 것이다.
1996년 5월 당시 앤서니 레이크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의 방향에 관한 미국 정부의 시각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오늘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위협은 우리의 군대나 우리의 동맹국들에 대한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공격이다. 그리고 이런 위험에 가장 노출되어 있는 곳이 중동과 아시아다. 그것이 우리가 전역미사일방어체제를 우리의 최고 우선 순위로 삼은 이유다.
우리는 남한에 개량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했다. 우리는 일본과 협력해서 그들의 방위체제를 개량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타이완에 미사일 방어 능력을 제공하기로 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는 이스라엘과도 전역방어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패트리어트 Pac-3, 해군의 Lower Tier, 육군의 THAAD와 같은 신예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방어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미사일 방어체제는 1998년까지는 실전에 배치될 수 있으며, 이보다 더 개선된 해군의 Upper Tier는 몇 년 후에 전역에 배치될 수 있게 된다."
둘째, 클린턴 행정부는 1999년부터는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NMD개발도 적극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 공화당은 레이건의 스타워즈의 꿈이 좌절된 후에도 사실상의 NMD개발을 당정책으로 유지해 왔다.
1998년 9월초에도 미 상원에서 공화당의 주도하에 NMD개발추진을 위한 법안에 대한 투표가 있었다. 이 법안은 59표의 찬성표를 얻었다. 이 법안의 경우 민주당의 반대를 넘어 입법토론으로 나가는 조건이었던 60표에 단 한 표가 모자라 좌절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미 의회가 이 프로그램을 강력히 추진할 가능성이 언제나 남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당시 공화당은 러시아의 정치적 불안정과 함께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실험을 미국이 NMD를 추진해야할 이유로 들었다.
NMD는 TMD와 미국의 영토 자체를 가상적국의 대륙간탄도탄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목표를 갖는 것이다. 이것을 1999년에 들어서는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가 적극 추진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레이건 정권 때의 전략방위계획과 차이점은 스타워즈는 미사일방어체제를 우주에 건설하여 공중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식이었던 데 비하여 클린턴 정부의 NMD는 미사일 방어기지를 지상에 건설한다는 점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그 명분으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수준이 단순히 동북아의 주변인접지역들만을 위협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본토까지 타격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주장을 크게 활용하고 있다.
미국 탄도미사일방어기구(The Ballistic Missile Defense Organization)의 국장인 레스터 라일은 미 국방부가 개발중인 국가미사일방어체제의 "첫째 목적은 불량국가가 발사하는 소수의 ICBM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50개 주를 모두 방어해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러한 위협이 현재화되어 있는 것은 대표적으로 북한이며, 그 외에 그러한 가능성을 가진 잠재적 국가로 이라크와 이란을 지목했다.
참고자료:
'통일시론' 99년 가을호에 실린 이삼성교수의 글에서 발췌 편집
작성일:2013-10-29 17:39:04 203.255.11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