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룡천역 대참사로 신의주 병원에 입원했던 부상자중 일부가 퇴원하기 시작했고, 사고 지역에 전염병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우려됐다.
룡천역 사고 현장과 신의주 병원을 둘러보고 27일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토니 밴버리 세계식량농업기구(WFP) 아시아국장은 이날 시내 유엔 빌딩 컨퍼런스 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 현장과 부상자 입원 병원의 참상을 다시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밴버리 국장은 신의주 평안도 인민병원에는 사고 발생 나흘째이던 25일 부상자가 360여명에 달했으나 27일 오전 200여명으로 줄었고 제 1 병원 수용 부상자 수는 91명에서 81명이 남아있는다는 소식을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신의주 구호센터 관계자들로 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제2병원에는 26명의 부상자만 남고 상당수가 퇴원해 집에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청진 시찰중 사고소식을 접하고 북한 당국에 요청, 현장으로 직행했다는 밴버리국장은 사고 지역의 식수 오염과 전염병 발생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전해 들었지만 이재민들이 26일 비가 추운 날씨 속에 불편한 주거 환경에서 지냈기 때문에 전염병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밴버리 국장은 평양~룡천~신의주 도로변에는 구호물자를 실은 중국 트럭들과 북한 트럭들이 분주히 오가는 것이 목격됐다고 전하고 사고 현장에는 청소와 복구작업이 시작됐으나 군인들의 모습을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했다.
밴버리 국장은 졸지에 가족과 집을 잃은 룡천 주민들이 맨손으로 잔해를 청소하고 있으며 페허 더미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가재도구들을 소달구지에 실어 나르고 있다고 전했다. 룡천 시가지는 약 40%가 파괴된 것으로 추산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의 평안도 인민병원에 입원했던 360여명의 환자중 약 60%를 차지하는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
밴버리 국장을 배석한 WFP 직원 리처드 레이건은 이 병원에 수용된 중상자중 부상 정도가 심한 어린이 환자들은 얼굴 전체가 숯덩이처럼 그을린채 얼굴 피부가 거의 벗겨진 상태라고 전하고 하교길에 유리, 쇠, 돌멩이 등의 파편을 맞은 어린이중 상당수가 두 눈 또는 눈 한개를 실명한채 병상에 기력이 쇠진한 듯 신음소리도 없이 누워있었다고 참상을 전했다.
그는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이 병원에서만 부상자 375명중 15명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밴버리 국장은 신의주의 몇몇 병원에 부상자들이 수용돼 있지만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항생제,스테로이드,진통제 등의 의약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환자용 침상이 없어 서류 캐비닛을 침상 대용으로 사용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밴버리 국장은 지구상 가장 폐쇄적인 북한에서 구호활동을 펴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에 있어서만은 북한의 협조 자세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WFP 평양사무소의 제럴드 부르케 대변인은 "북한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솔직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국제구호기구에 대해 전면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WFP는 북한에서 활동중인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아동기금(UNICEP) 등 9개의 유엔 산하 기구중 직원 45명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WFP는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식량을 배급, 관리하기위해 평양에 본부를 두고 이번 사고현장 인근인 신의주를 비롯 혜산,청진,함흥,원산 등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베이징=연합
작성일:2004-04-27 14:49:42 203.255.11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