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룡천역 열차 사고는 질산암모늄 비료를 실은 화차와 유조차를 근접 거리에 놓았던 게 치명적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질산암모늄은 비료와 폭발물 제조에 들어가는 물질로 상온에서 고체일 때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지만 흡습성이 좋아 경유 같은 가연성 물질을 빨아들이거나, 밀폐용기 속에서 강한 충격을 받으면 폭발한다.
서울대 화학부 백명현 교수는 "질산암모늄 자체는 비교적 안정된 화합물로 200도로 가열해도 괜찮다"며 "그러나 휘발유 등 유류를 조금만 섞게되면 공업용 폭발물이 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질산암모늄은 많이 적재하면 위험할 수 있는 물질이며 조그만 폭발이 일어나도 한꺼번에 연쇄 반응을 일으켜 큰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사고가 발생한 과정을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기선이 유조차와 접촉, 폭발이 일어나면서 새어 나온 유류가 질산암모늄과 섞이면서 말 그대로 `고성능 폭발물'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화 기술담당 이동훈(40) 차장은 "150m 깊이의 웅덩이가 파였다고 하는데 LP 가스는 터지면 대기중에 퍼지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는 없다"며 "질산암모늄은 그 자체로 폭발하는 일이 적지만 외부에서 충격을 많이 주면 폭탄의 작용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찰특공대 이상균(42) 폭발물처리대장은 "철로는 지반이 매우 다져진 곳으로 150m 깊이의 웅덩이가 생기려면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야 가능하다"며 "적어도 기차 3량, 다이너마이트로는 30~50t이 터져야 깊은 웅덩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LP가스나 휘발유도 폭발성은 있지만 연료 물질이 터져서는 그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의 발표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유조차와 질산암모늄 화차가 함께 있지 않았더라면 사고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유조차에서 새어 나온 유류와 엄청난 양의 질산암모늄이 섞이면서 전기 스파크 충격으로 다이너마이트 수십 t의 작용을 한 셈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질산암모늄으로 만든 폭약은 폭발 속도가 느려 순간 충격은 약하지만 단위 중량당 위력은 다른 폭약과 비슷하고 값이 싼데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질산암모늄은 북한에서는 주로 `질안'이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화학비료공장인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서 비료용으로 많이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연합
작성일:2004-04-24 12: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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