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장관급이 자리를 옮긴 1·13 개각은 예상보다 폭이 크다. 경제팀 개편을 넘어 외교총수와 부총리로 승격할 교육장관도 바꿨다. 총선출마자 중심으로 교체할 것이라던 예고와는 상당히 다른 결과이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개각을 하는 김에 내각의 전열을 재정비하자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4개 경제부처의 장관과 함께, 홍순영(홍순영) 외교통상 장관의 전격적인 교체가 특히 눈길을 끈다. 홍 장관의 교체는 외교부에서도 거의 낌새를 채지 못해 그 배경에 대해 여러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고향인 충북 제천 출마설도 나돌지만, 그보다는 최근 권력 핵심에 홍 장관에 대한 비판적인 보고들이 적지 않게 올라갔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외교부가 ‘대북 햇볕-포용정책’에 대해 미온적이라거나 일부 내부 인사가 권력측 기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탈북자 7인이 결국 북한으로 송환돼 러시아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교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 부담이 됐기 때문일 것이란 해석도 있다.

경제팀의 부분 교체는 예견된 것이었다. 청와대 고위인사는 그러나 “경제팀의 교체로 인해 경제의 ‘운용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장관의 교체는 김덕중(김덕중) 장관의 개혁 실천력에 낮은 평점을 준 여권 내부의 ‘보고서’가 중요하게 작용한 듯하다. 김 장관은 개혁의 의지는 충분하나 이를 힘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영호(김영호) 산자, 김윤기(김윤기) 건교, 이항규(이항규) 해양부장관의 기용에는 개혁성과 전문성이란 기준을 적용했다고 한다. 특히 비교적 진보적인 성향의 김 산자장관 기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재경장관과 교육부장관의 동시 교체로 인해 이헌재 재경, 문용린 교육장관이 총선이후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신설될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에 그대로 기용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그것은 정부조직 개편이후 따질 문제”라고, 청와대측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정빈(이정빈) 신임 외교부장관은 56년 조정환(조정환)장관이래 두번째 호남 출신 장관이란 점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김 대통령은 행자부장관에도 호남 출신인 최인기(최인기) 전 농림부장관을 발탁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행자부장관이 총선을 앞둔 ‘선거관리’ 주무장관이란 점에서 야당이 시비걸지 않도록 영남권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었다. 박태준(박태준) 총리 기용에 문제를 제기해온 야당에게 또 다른 쟁점을 줄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럼에도 지역을 떠나 전문성을 중심으로 인선해야 하다는게 김 대통령의 판단이었다고 참모들은 말한다.

김 대통령은 또 이번 인사를 하면서 자민련과의 지분(지분) 문제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태준 총리측 역시 지분 요구를 하지 않았으나 최재욱(최재욱) 국무조정실장 카드만큼은 강한 희망을 나타냈다고 한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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