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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현] 김원봉, 北서 '6·25 南侵 훈장' 받았는데… 대한민국 건국훈장 주나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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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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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갈등' 최전선 된 보훈처
 

안용현 논설위원
안용현 논설위원

지난 1일 보훈처가 '김원봉 독립운동 업적'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한 발표 제목이 "국가 정체성 재정립을 위한 시론"이었다. 정부가 김원봉 서훈 문제를 대한민국 정체성과 결부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발표자는 "남한 정부가 먼저 월북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상훈과 보훈을 개방한다면 통일 대한민국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 정권에 기여한 자라도 숙청 등으로 북에서 배제된 자들은 공적을 평가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일성 곁에서 최고위직을 지내다 숙청된 김원봉에게 대한민국 훈장을 줘야 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그러자 한 토론자가 "대한민국을 공격하고 이적 행위를 한 사람에게 훈장을 줄 수는 없다"며 "(김원봉을 서훈하면) 김일성도 포상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고 반박했다. 국민 통합의 마당이 돼야 할 보훈(報勳)이 이 정부에서 이념 갈등과 대립의 최전선으로 변한 것이다.

◇왜 김원봉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빨갱이'라는 표현과 '색깔론'은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 친일(親日) 잔재"라고 했다. 친일과 '빨갱이'론이 핵심 키워드였다. 김원봉은 여기에 꼭 들어맞는다. 의열단과 조선의용대를 조직한 김원봉의 무장 항일 업적은 모두가 인정한다. 특히 그는 해방 후 미 군정 치하에서 친일 경찰 노덕술에게 모욕당한 뒤 통곡하다 월북한 것으로 돼 있다. 김일성 정권에서 장관만 두 차례 지냈지만 숙청당했기 때문에 진짜 '빨갱이'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친일파 득세와 '빨갱이' 딱지의 최대 피해자가 김원봉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5년 김원봉 소재 영화를 보고 페이스북에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 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잔 바치고 싶다"고 썼다.

◇6·25 북 훈장 받은 김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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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9월 북한 정권 수립 직후 초대 내각 모습. 오른쪽부터 김일성 수상과 박헌영 부수상 겸 외무상, 김원봉(원 안) 국가검열상이 평양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가운데 박헌영과 왼쪽 김원봉은 월북 인사다. /한국학중앙연구회

그러나 문 대통령 말대로 '대한민국 훈장'을 달아주기에는 김원봉의 월북 행적은 문제가 많다. 북 공식 기록만 봐도 1948년 8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 격)으로 뽑힌 데 이어 9월 김일성 정권 초대 내각에서 국가검열상(장관)을 지냈다. 같은 해 11월 미군 주둔에 반대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1952년 3월에는 "미제 약탈자들과 그 주구들에 반대하는 조국 해방 전쟁(6·25)에서 공훈을 세웠다"며 김일성에게 노력 훈장까지 받았다. 그해 5월 노동상(장관)이 됐고 1957년 9월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국회 부의장 격)에 선출됐다. '김원봉 세미나'에 참석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북의 6·25 남침 공훈자에게 우리 훈장을 주자는 것은 공산주의와 싸워온 대한민국 정체성을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6·25 국군 사상자만 수십만이다.

정부가 김원봉에게 주려는 '독립 유공자 훈장'은 건국(建國) 훈장을 의미한다. 독립운동을 건국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독립 훈장은 별도로 없다. '간첩 활동 전력' 논란이 불거진 손혜원 의원의 부친도 건국 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상훈법 11조는 건국 훈장에 대해 "대한민국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고 명시해놨다. 그런데 김원봉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 정권 수립에 공로가 뚜렷한 사람이다. 일부에선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김원봉의 항일 공적을 강조하지만 대한민국을 없애려는 6·25전쟁에서 공을 세운 인물이 김원봉이다. 6·25 전후로 남파 간첩 훈련을 지휘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가 훗날 김일성에게 숙청된 것은 '반(反)국가 단체' 내부에서 일어난 권력 투쟁의 결과일 뿐 반(反)대한민국 행적의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다.

◇김원봉은 '마지막 허들'

정권은 '김원봉 서훈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친(親)정부 인사들로 구성된 보훈처 자문 기구가 '김원봉 재평가'를 권고하더니 보훈처장은 국회에서 '서훈 가능성'을 공개 언급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돌아가며 "김원봉 서훈 추진 비판은 색깔론"이라고 하고 있다. '적대 지역으로 도피한 사람은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는 상훈법 8조는 안중에도 없다. 친정부 공중파 방송은 다음 달 김원봉 소재 20부작 드라마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원봉 띄우기에 총력을 쏟는 양상이다. 그러나 전직 보훈처 관계자는 "김원봉이 뚫리면 남로당 당수였던 박헌영을 비롯해 김일성 정권 핵심들이 대한민국 훈장을 요구할 때 거부할 명분이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했다.

◇보훈 곳곳에서 이념 갈등
 
김원봉 월북 행적 정리 표

보훈처는 독립 유공자 전반에 대해 친일과 빨갱이 잣대를 다시 갖다 댈 계획이다. 독립 유공자 1만5180명을 전수조사해 친일 행위자를 가려낸 뒤 서훈을 취소하고, 좌익 활동 경력자 298명을 재심사하기로 했다. 특히 보훈처 자문 기구는 "보훈 개념의 민주화가 절실하다"며 4·19와 5·18에 한정된 민주 유공자 범위를 6·10 항쟁이나 촛불 시위 참여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만들었다. 보훈 대상은 독립·호국·민주 유공자 세 범주로 나뉘는데 이 정부는 유독 민주에 무게를 둔다. 민주화 유공자를 보상 차원이 아닌 보훈 대상으로 예우하는 나라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자문 기구는 "군사독재 시절 국가 폭력이 심했다"며 그 피해자들도 보훈 대상으로 예우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럴 경우 현재 2만1128명인 민주 유공자가 대폭 증가할 수 있다.

반면 군인이 대부분인 호국 유공자에 대해선 엄격하다. 자문 기구는 "10년 이상~20년 미만 장기 군 복무자의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없애야 한다"고 권고했다. 군 내부에선 민주 유공자 안장을 위해 군인 예우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자문 기구는 보훈 대상자 257만명 중 96%가 호국 유공자라 "편중됐다"고 하지만 원래 보훈은 전몰 군경과 유가족을 돕고자 시작했다. 보훈처도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범했다.

보훈처도 '블랙리스트' 논란… 前 정권이 임명한 보훈공단 이사장 등 찍어내기 의혹
김 前이사장이 사퇴 거부하자 보훈처 과장 찾아와 소란피워

보훈처도 환경부처럼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여 있다. 독립기념관장과 보훈공단 이사장 등 전(前) 정권이 임명한 산하기관장들에게 사퇴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사표를 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여군 단장을 지낸 김옥이 전 보훈공단 이사장도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2016년 정부 공공 기관장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임기가 1년 연장됐는데도 '나가라'는 독촉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전 이사장이 저항하자 보훈처 과장이 찾아와 '소란'을 피운 적도 있다고 한다. 이 과장은 서기관 승진 1년5개월 만에 특별 승진으로 부이사관이 됐다.

후임 보훈공단 이사장에는 문재인 캠프에 있던 서울대 교수가 임명 됐다. 보훈처 산하 골프장 전 대표도 비슷한 경험을 했고 후임 대표는 민주당 선대위 인사가 차지했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2017년 국회 예결특위에서 '담당 국장을 보내 (산하기관장) 사퇴를 종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야당은 피 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검찰의 '보훈처 블랙리스트' 수사가 본격화할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3/20190403036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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