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일) 본보에 실린 「난상토론」 「나는 설움많은 탈북자」를 읽어보면 우리 사회가 탈북자에 대해 얼마나 편협하고 포용력이 부족한가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아무리 같은 동포라 해도 반세기 동안 다른 문화,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그들이 우리와 똑같을 수는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가능한 한 이해하는 태도로 접근해야 온당한데도, 오히려 낯선 곳에서 온 이방인, 나아가 놀림감으로 대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의식 수준의 천박성을 그대로 드러낼 뿐이다.

북한에서는 쓰지 않는 『합네다』 『했습네다』란 말을 마치 북한의 일상언어인 양 흉내내고, 체육대회 때『북한에는 이런 공 없죠?』라고 한다든가, 또는 음식점에서 『이런 고기 먹어봤어요?』라며 마치 생전 고기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 취급하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다. 「탈북자는 노숙자 다음」이라는 그들의 자조적인 말 속에는 우리 사회의 몰이해에 대한 원망이 배어있다.

그들이 「자본주의」를 잘 모르는 약점을 이용해 보상금을 가로채거나 투자를 해서 몇 배의 이익을 내주겠다고 속이고는 돈을 빌려가 갚지 않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여기엔 일부 탈북자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고, 탈북자에 대한 체계적인 「적응교육」시설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지만, 탈북자 주변에는 사기꾼이나 「위장 자선가」들이 언제나 들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외적이긴 하나 일부 탈북자들이 소외감과 고독감 때문에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술」과 「여자」로 날린다는 사례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그들을 냉대하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탈북자에 대한 가장 잘못된 편견은 그들을 「도망나온 북의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태도다. 휴전 후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는 지금까지 1800명 정도에 달하며, 그들 대부분은 범죄와 관계없이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이다. 탈북자 대부분이 남한사회와 북한사회의 차이점을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드는 것을 봐도 그들이 얼마나 자유에 목말라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주부 탈북자는 「아파트 베란다에 빨래를 마음대로 널 수 있는 자유」를 북한과의 단적인 차이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남한 내 민주화세력은 북한을 너무 모른다』며 『상호비판을 받아봐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하고 있으나 경청하는 사람이 없다. 우리가 통일을 염원한다면 탈북자들을 진정으로 포용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1800명도 포용하지 못 하는 처지에 통일은 무슨 통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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