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黃長燁)씨가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이다. 한국에서 이곳에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비행기로 14시간쯤이지만 황씨는 돌고 돌아 6년이 걸렸다. 북한 민주화론자인 그의 요즘 방미는 실기(失機)했을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처럼 발목이 잡힐 이슈를 만들지 않으려는 부시행정부는 이제 북한을 좀 달래 보려고 하고 있다. 또 그의 주장은 이미 아는 사람에게는 대개 알려져 있고, 북한을 떠난 지 오래된 만큼 새로운 북한 정보를 내놓기도 어렵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그의 방미를 막는 바람에 오
폭력의 세기를 넘어/ 문부식의 시간여행쿠바혁명, 그 후 50년-아바나 "카스트로 제외한 모든 쿠바인 변화 희망"쿠바를 생각하면, 언제나 ‘들어라, 양키들아’라는 제목의 책을 떠올리곤 했었다. 미국의 사회학자 라이트 밀스는 1960년 쿠바혁명이 일어난 지 1년 만에 직접 그 나라를 찾아가 생생하게 체험하고 쓴 이 보고서에서 자신의 나라 미국이 ‘굶주린 나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었다.호세 마르티 공항에서 수도 아바나 시내로 가는 차창 밖으로 혁명의 땅을 찾아온 사람들을 마중하는 입간판이 보인다. 여기엔 베레모의 게릴라
‘제주 민족평화축전’에 온 북한 대표단이 참가 대가 220만달러를 약속대로 달라며 평양 귀환을 7시간 늦췄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다시 한번 착잡해졌다. 북한 대표단은 남쪽 주최측이 북측의 예술단 파견 취소로 차질이 생겼다며 이 돈을 깎으려 하자 호텔 출발을 미룬 채 승강이를 벌였다고 한다.국민들은 두 달 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플래카드를 울며 떼어가던 것과는 또 다른 남북교류의 이면을 보며 여러 생각을 떠올렸을 것이다. ‘민족화합’을 외치는 민간 축전의 뒤에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도
송두율씨가 귀국 한 달 만인 지난 22일 저녁 구속·수감됐다. 그간 국정원과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송씨의 친북·이적 활동에 대해 법원 역시 “검찰의 범죄 혐의 소명이 충분하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으며, 높은 처단형이 예상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그러나 송씨가 구속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의혹과 궁금증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송씨의 구속을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이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귀국을 강행했느냐’ 하는 점이다.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검찰이 송두율씨에게 전향을 애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권위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을 매우 언짢게 만드는 행태다. 송씨가 자신의 친북활동에 대해 철저한 반성을 하고 새로운 성찰의 삶을 살든 아니면 여전히 모호한 경계인 논리로 자신의 기존영역을 고수하든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선택일 뿐이다. 검찰은 송씨의 선택을 참조해 그에 대한 사법처리의 방향을 결정하면 그만이다. 송씨가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인다면 관련 규정과 관례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을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제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모처럼 두 나라 사이의 우정과 협력을 기대해볼 수 있게 만든 자리였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을 “미국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라며, 한국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미국이 북핵관련 6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정상회담에서 으레 오가는 이런 덕담(德談)까지 새삼스럽게 여겨지는 까닭은, 그간의 한·미 동맹관계가 너무도 불안스럽게 흔들려왔던 탓이다. 우리 내부의 반미 흐름, 그 속에서 터져나온 두 나라
/金知澈(사)한국색채학회 회장 세종대학교 예술대학 교수각종 게이트에 어김없이 연루되고 시급한 민생현안 처리에는 철저히 무관심하며, 멱살잡이와 머리채 잡기로 편가르기에나 전념하는 정치권에 대해서 대다수 국민들은 오래전부터 냉소적이거나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평생 개과천선할 리 없는 이런 3류 정치인들의 색깔 논쟁으로 장안이 시끌하다.정치인들이 말하는 색깔이란 무엇이며, ‘색’은 무엇이고 ‘깔’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색이란 인간의 안구(眼球)에 지각되는 빛의 물리적 수정결과이기 때문에 ‘빛’과 ‘색’을
/李翰雨 논설위원 hwlee@chosun.com“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불신임하겠다!” 18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35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정부가 추가파병 방침을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노무현 대통령을 불신임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정부가 교육개혁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유행하던 ‘정권퇴진운동’이 불신임 내지 재신임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조만간 노동계 또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
요즘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서 ‘카스트로 때리기’가 유행이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 평의회 의장이 최근 반체제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탄압하는 것에 항의하는 운동이 프랑스의 좌파 지식인과 예술인, 시민 단체 주도로 일어나고 있다. 국제 언론자유 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최근 쿠바 망명자 단체와 함께 파리의 롱 푸앵 극장에서 ‘억압에 반대하고, 자유에 찬성하는 쿠바 민중과의 연대감을 위한 밤’ 행사를 개최, 780석의 객석을 꽉 채우는 성황을 이뤘다. 1959년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한 뒤, 쿠바의 사회주의 정권은
송두율씨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친북 활동에 대해 한마디 사죄도 하지 않은 채 앞으로 여전히 ‘경계인’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해 국민들이 그를 포용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북한 노동당을 탈당하는 이유를 ‘균형감 있는 경계인으로 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송씨가 자신의 구체적 친북 활동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불기소 같은 조치가 있을 경우 대한민국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법질서는 스스로 와해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송두율 사건과 관련해 “엄격
金玄浩/논설위원전향(轉向) 문제를 놓고 송두율씨가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조국’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난 조국이지만 국적을 포기하고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 온 한국, 노동당 가입으로 선택을 분명히 한 이념의 조국인 북한, 그리고 법률적 조국인 독일, 이 셋의 경계지대에 그는 지금 서 있다. 조국이 셋이나 된다는 사실은 송씨의 ‘행복’이다. 일제시대 사회주의 계급운동에서 전향한 지식인들이 돌아갈 조국이 없어 대부분 친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던 비극을 생각한다면 송씨는 행복을 만끽해도 좋을 것이다. 그에게
80년대 초 미국 뉴멕시코에 우주인 ET가 하이웨이에 나타났느니, 개가 티셔츠를 입고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다는 제보가 언론 방송에 답지해 보도 항공기가 뜨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알고 보니 두 다리 잘린 베트남 참전용사가 고고한 미대륙 횡단 마라톤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보브 위랜드라는 이 용사는 오로지 두 팔만으로 4454㎞의 미대륙을 3년8개월6일 만에 주파해낸 것이다. 88서울올림픽이 있던 해 봄에는 로스앤젤레스 마라톤에 출전, 풀코스를 74시간8분26초 만에 주파했다. 하루 전날 심판도 없이 출발, 1마일에 2시간꼴로 달려 경
承仁培1990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냉전은 끝났다고들 했다.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와 더불어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역사적 승리를 거둠으로써 동서 간 체제경쟁은 이제 끝났다는 주장이었다. 미국의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를 ‘역사의 종언’이라고 정의했다. 그후 10여년. 2003년의 지구촌은 새로운 ‘냉전’의 양상으로 양분되고 있다. 그것은 더 이상 ‘체제’의 냉전은 아니라 새로운 ‘이념’의 냉전, ‘생각과 문화’의 냉전이다. 그것은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경쟁이며, 이들로 대변되는 부와 빈, 개발과 환경, 렉서스(글로벌리제이
李鍾贊/전 국정원장독일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나름대로 남북한 공히 그의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아온 송두율씨가 귀국,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가슴속 깊이 숨겨왔고, 때로는 고소까지 해가면서 결백을 주장하던 그의 친북 행각이 백일하에 드러나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학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성찰이다. 그리고 남에게는 관대하더라도 자신에게 더 철저할 수 있는 기본이 갖추어져야 올바른 지식인의 태도다. 그러나 송씨는 정직하지 않다. 지식인으로서 기본부터 흔들렸다는 이야기다. 송씨는 유럽의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이 송두율 사건에 대해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데에는 송씨를 두둔하려는 뜻이 알게 모르게 담겨 있을 것이다. 강금실 법무장관의 “그의 입국은 결과적으로 우리 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같은 뜻으로 읽힌다.현 정부 핵심에서는 일찌감치 송두율 문제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고, 두 장관의 발언은 그런 기류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이런 측면과는 별개로, 특히 이 장관의 발언 속에는 분단시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이 장관 자신의 인식이 배어 있는 것 아닌
KBS PD협회가, 송두율씨를 미화한 KBS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수구세력의 KBS 흔들기’와 ‘색깔론 시비’라고 들고 나온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이 단체는 대응책으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정치개혁과 신문개혁 여론을 확산하겠다”고 결의함으로써 국민과 국가의 재산인 전파를 마치 자신들의 개인 재산인 듯 착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KBS PD협회의 언동은 정권과 ‘코드’를 맞춰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가의 정통성을 무너뜨리며 민족의 활로 개척을 가로막는 KBS의 지금 행태를 반성하기는커녕 정치운동으로 확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全相仁 /한림대교수·사회학공든 탑도 어느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지만 재독(在獨) 사회학자 송두율씨의 경우는 불과 열흘 남짓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의 9월만 해도 그는 ‘해외 민주인사’에다가 ‘통일문제의 세계적 석학’이었다. 그러나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정체가 드러난 상태에서 자신의 친북 활동에 대한 사법적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의 10월은 그에게 너무나 잔인해 보인다. 굳이 ‘내재적 접근방법’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송두율씨는 37년 만의 귀국을 금의환향(錦衣還鄕)으로 기대했을 것임
/전여옥·방송인문제는 항상 돈이다. 이번 재독학자 송두율교수의 경우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말한다. 기업으로부터 이런 저런 돈을 받고서 ‘정치헌금’이라고 말한다. 결코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영국속담에 ‘공짜점심을 절대로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중에 그 값을 세배, 네배는 에누리없이 치러야하기 하는 것이 ‘사회’이며 ‘세상’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먼저 터득한 것도 ‘공짜는 없다’라는 사실이었다. 한 비지니스맨이 한
주중(駐中) 한국대사관 영사부가 몰려드는 탈북자들을 돌보는 데 한계를 느껴 비자 발급을 포함한 영사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북핵문제에 쏠려있는 동안에도 탈북 행렬은 그치지 않고 있으며, 한국대사관에도 거의 매일 탈북자들이 들어와 결국 업무마비까지 초래한 것이다.영사업무 중단은 중국인들의 한국 출입에 적잖은 불편을 끼치게 돼 자칫 양국 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하루속히 업무가 정상화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정부가 탈북자들의 제3국 출국 절차를 처리하는 속
‘송두율 사건’은 지금 우리나라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특정 정치세력이 정권을 장악하면 모든 유사(類似) 권력기관들은 그 정치세력을 향해 일렬로 줄을 섰다. 그러나 최근 ‘송두율 사건’과 현직 대통령 친인척 및 주위인사의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는 정치권력이 세상을 자기들 멋대로 주무를 수 있는 시대가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송두율 사건’의 전말을 보면, 정치권력의 운전석(?)에 앉았음직한 누구인가가 세상이 이쯤 됐으면 송두율씨가 귀국해서 과거를 털고 한국 사회에서 당당히 한몫을 할 때가 됐다고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