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京錫 서울조선족교회 목사금년이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이 되는 해여서 여기저기서 1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벤트성 행사만 눈에 띌 뿐 우리나라가 50만 고려인을 진정한 동포로 껴안으려는 근본대책은 보이지 않는다.지금 고려인의 경제 형편이 비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즈베키스탄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려워 러시아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지만, 이들의 법률문제를 돕는 최소한의 일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법률적·경제적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고려인들이 한민족으로서의 주체성조차
李泰東 서강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 선언문에서 전체 사회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단정했다. 그들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혁명을 통해 부르주아 계급을 축출하고 집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집권세력이 타락해서 부르주아로 변신하면 또다시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혁명을 일으켜야 하며,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면 종국에 가서는 이상사회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를 경험했다가 실망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권위적인 독재자에 해당하는 대형(大兄)이 등장하는 그의 대표작 ‘1984년’에서,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정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통령·대법원·헌법재판소 등 국가기관, 집권당과 야당, 그리고 각종 사회단체가 가세한 국가적 대형 논쟁으로 번져가는 국가보안법 개폐(改廢) 논의는 바로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보법이 폐지돼도 우리 사회에 아무 탈이 없다거나 더 나은 발전이 이뤄질 거라면 국보법은 폐지돼야 마땅하다. 반대로 국보법이 폐지된 이후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거나 사회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면 국보법의 핵심조항은 어떤 형태로든 유지돼야 할 것이다. 이런
북한은 민족화해협의회 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 재개를 바라고 통일에 관심이 있다면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가로막는 보안법을 철폐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어 “보안법 철폐를 반대해 온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공화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으며 우리와 상종할 체면도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북한의 국가보안법 철폐 주장은 수십년 동안 쉴새없이 이어져 왔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나 국정원 폐지 등은 당장 실현이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이걸 주장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그러나 국보법 폐지 주
노무현 대통령이 5일 TV방송을 통해 국가 주요 현안들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경제상황과 과거사 문제, 한ㆍ미관계와 국가보안법 문제 등에 대한 기존 인식이나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는 것이 확실한 듯하다. 노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대한민국이 드디어 문명 국가로 간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여야 정당과 각종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이어 대통령까지 폐지 편을 들고 논쟁에 가세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이 “국가를 위태롭게 한 사람들을 처벌한 것이 아니라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압도적
대법원은 엊그제 판결을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주 헌법재판소 결정에 이어 국보법의 필요성과 의미를 강조한 것이다.대법원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북한은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판결은 또 국보법이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막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미하엘 가이어 주한독일 대사가 엊그제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독일은 주변국이나 북미대륙의 파트너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한국은 거의 홀로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들로서는 바늘로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점차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요즘의 불안감이 우리만의 걱정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이미 그렇게 비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가이어 대사는 “한국도 통일을 기원하고 있지만 관련국들과의 관계는 독일처럼 강력하지 못하고 우호 관계에
북한 군 함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시 우리 해군의 대응 지침을 규정한 합동참모본부 작전 예규(例規)가 최근 바뀐 것으로 밝혀졌다. 변경된 작전 예규는 북(北)의 NLL 침범 시 경고 사격 이전에 제3국 선박 단속이나 북한 선박 구조 목적으로 NLL을 침범했을 때엔 통신을 유지하면서 일시 활동을 허용하고 북 함정이 NLL 무력화 의도가 없는 경우 시간을 갖고 신중히 대응하도록 하는 조항을 끼워넣은 것이다. NLL 침범 시 무력 시위 퇴거 불응 시 즉각 경고 사격 재 불응 시 격파(조준) 사격으로 되어 있던 지금까지의 명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덕에, 일본은 북한 문제에 관한 주요 행위자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따라서 일본이 북한과의 수교 회담에서 취하는 조치들은 안보 문제에 관한 미국의 관심사와 직결되며, 그 역(逆)도 마찬가지다. 미·일 간 정책 협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미·일 정책 협조 대상에는 일·북 수교 협상의 성격 문제도 있다. 아직 일·북 수교 회담이 성공적 결과를 낳기엔 까마득해 보이지만, 장차 미·일 사이에 토론 주제가 될 만한 하나의 이슈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화해에 수반
1960년대 초, 채 열 살이 되지 않은 고영자라는 이름의 한 예쁜 소녀가 가족의 손에 이끌려 일본에서 북한으로 가는 북송선을 탔다. 그녀의 아버지는 제주도 출신의 유도 선수였다. 10년쯤 지나 이 소녀는 고영희로 이름을 바꿔 북한 최고의 공연단체인 만수대예술단의 무용수로 활약하게 된다. 그녀의 미모는 30대의 북한 ‘황태자’ 김정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정일은 그녀의 연습실까지 들락거렸고, 파티장에서 그녀의 겉옷을 벗겨주기도 했다. ▶고영희가 22세 되던 1975년부터 파티장에서 김정일의 옆자리는 언제나 그녀 차지였다. 그리고
고건 전 총리는 자신이 대통령권한대행을 하던 지난 4월 북한 용천 폭발사고가 났을 때 한반도 정세가 걱정이 돼 한잠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만약 김정일 정권이 갑자기 붕괴돼 북한에 권력 공백 상태가 일어났을 때 중국이 개입해 북한에 ‘친중(親中) 괴뢰정권’이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판단과 함께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중국의 북한지역 장악 가능성이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잠 못 이루며 걱정한 현실문제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독립유공자들과의 오찬에서 “좌우 대립의 비극적인 역사 때문에 독립운동사 한 쪽은 일부러 알면서도 묻어두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과거 독립운동 시기 선열들이 가졌던 이념과 사상이 어떤 평가를 받든 간에 역사는 사실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법통과 헌법을 유지·수호해야 할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교수의 말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정부는 대통령의 이 발언이 있자마자 좌익(左翼)계열 독립운동가를 적극 발굴해 심사하고 포상할 후속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庾龍源 국방전문기자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대기자 밥 우드워드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계획 수립과정을 심층취재해 지난 3월 펴낸 ‘공격 계획(Plan of Attack)’이라는 책에는 한반도 유사시 작전계획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취임 초기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 연합 작전계획 5027’에 대해 브리핑을 들은 뒤 충격을 받아 “어안이 벙벙해졌다”고 밥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는 것이다. “극비계획이라는 것이 몇 년 지난 구식이었고 그 지역(한반도)으로 대규모 병력을 수송하는 기계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
權大烈 논설위원북한 체제가 붕괴되거나 정변에 휩싸인다면 그 힘의 공백을 당연히 대한민국이 채우리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통일 공간이 열린다고 남북한 땅이 반드시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진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언론에서 크게 다루진 않았지만 최근 인터넷에 급속히 확산돼 파문을 일으킨 글이 있다. 무명(無名)의 필자가 중국 정부 학술고문을 겸하는 베이징(北京)대학 정치학 교수의 강의를 듣고 정리했다는 것인데 요약하면 이렇다.‘북한 정권은 10년 이상 존속할 수 없다. 붕괴 이후 친중파 군부(軍部)가 정권을 장악하게 되
중국의 한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이 ‘전략과 관리’라는 외교 전문지를 통해 북한의 세습체제와 핵 개발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가 속한 기관이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글이 실린 잡지가 후진타오(胡錦濤)체제의 ‘신사고(新思考) 외교’를 대변하는 글을 자주 실어 왔다는 점에서 신세대 중국 지도부의 북한전략 변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무엇보다 북한의 ‘성역(聖域)’이라 할 수 있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세습체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극좌(極左) 정치와 정치 박해를 대대적으로 저지르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KBS의 시사프로그램 ‘미디어 포커스’가 14일 방송에서 배경 음악으로 북한의 군가인 ‘적기가(赤旗歌)’ 멜로디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중의 기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시체가 굳기 전에 혈조(血潮)는 깃발을 물들인다”로 시작되는 ‘적기???북한 당국에 의해 ‘역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혁명가요다. 김일성은 “혁명가요에 있는 바와 같이 ‘비겁한 자여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 기를 지키리라’ 하는 것은 우리의 변함없는 결의입니다. 우리는 제국주의를 반대하여 끝까지 견결히 투쟁하여야 합니다”라고
洪晟弼북한인권시민연합 기획이사·전 이화여대 교수동서진영의 냉전이 극에 달했던 1960년대에, 미국과 소련의 함선 간에 친선을 위한 교환 승선의 행사가 치러졌다. 축사와 이어진 파티 후 귀환시각이 다가오자 소련측은 결원이 생긴 것을 알게 됐다. 소련측 주방장 한 사람이 미국 함선의 선실 아래에서 온몸을 배에 묶고 자유를 위한 망명을 요청했던 것이다. 화해의 장소가 돌연 치열한 냉전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조야는 들끓기 시작했고, 정부는 지극히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했다. 망명을 인정하면 오랜만에 해 보려던 소련과의 화해 노력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엊그제 “남북관계 소강 상황의 기저에 (김일성) 조문, 탈북자 국내 이송이 있는 것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데 이어,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탈북자 문제를 NGO에서 하다가 잘 안되면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탈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이리저리 말은 돌려 했지만 결국 요지는 탈북자 문제가 자신들 생각대로 남북관계를 푸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으니 벗어 던져 버리겠다는 선언인 것이다.정말로 정부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남북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 김정일 체제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안보보좌관이 맡아 온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에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지명하고 NSC 사무처로 하여금 정 장관이 통일 외교 안보 업무를 원활히 조율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경제부총리가 경제 부처를 관장하는 것처럼 내각을 분야별 팀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사회분야도 시간을 두고 팀제 운영을 검토할 것이며 그 중심이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될 것처럼 말했다.결국 경제 이외 분야를 대권 주자인 정동영 김근태 두 장관 중심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것인데,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
곽효환시인·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100년 전에 태어난 작가들이 오늘날 어떤 의미가 있을까. 버거운 질문이지만 굳이 의의를 찾자면 한 세기가 넘는 이력을 축적한 우리 현대문학을 개척하고 일군 문학인들의 삶과 문학을 조명함으로써 현대문학을 온전히 체계화하고 나아가 그들의 삶과 문학에 오늘의 그것을 비추어 본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어쩌면 그보다는 셰익스피어, 괴테, 푸슈킨 등 문호들의 탄생과 사거(死去)를 기리는 문학행사가 일찍이 시작된 서구사회와 이를 세계 각지에서 축제화하고 또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익숙한 풍경에서 더 쉽게 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