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서강대 경제학과 4년“잊을 수가 없어요. 잊을 수가 없어요. 옥수수 짚단 아래 처절하게 찢겨진 채….” 18년 전 소년은 그렇게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웅변을 했다.1986년 6월 25일, 당시 10살이었던 나는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변을 토해냈다. 우렁찬 목소리로 또박또박 ‘반공’을 외쳤다. 웅변할 때 숨은 어디서 쉬어야 하고, 강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것도 신경을 써야 했다. 어린 나이에 참 고달픈 경험이었다. 웅변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쳤다.이승복이 부활했던 것이다. 교과서에서
언론인국보법 폐지, 언론법 개악, 사학법 개악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기둥뿌리를 뽑자는 것이다. 국보법 폐지로 김정일에 대한 최후의 방파제를 제거하고, 사립학교법 개악으로 종립(宗立) 학교들을 통째로 빼앗고, 언론법 개악으로 조선일보·동아일보를 죽여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를 빈 깡통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 텅 빈 황야에 새로운 점령군이 진주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점령군―그것은 곧 ‘대한민국은 애당초 태어나선 안 될 친일·친미 민족반역 세력의 분열주의 정권’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일 것이다.공공부문은 이미 그런 사람들
“내가 한국에 가겠습니다.” 아이젠하워 후보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 대통령 선거전에서 이 연설 한마디로 결정적 승기를 잡아 압승했다. 2차대전 영웅 아이젠하워는 한국전을 조기에 끝내기 위한 방한 약속만으로 전쟁에 넌더리를 내던 유권자들을 끌어당겼다. 이 연설은 LA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 미국의 10대 정치명언’ 9위에 올랐다. ‘10월의 충격(October Surprise)’의 대표적 사례로도 꼽힌다. ▶‘10월의 충격’은 미국 대선 막바지인 10월에 터져나와 판세를 흔들어놓는 변수를 이른다. 80년 대선에서 레
金亨基사회부장오늘 조선일보 독자들은 처음 보는 참혹한 사진들을 접했을 것이다. 온몸을 칼에 찔리고 돌덩이로 짓이겨져 뇌수까지 터져나온 올망졸망한 세 어린이, 팔로 얼굴을 가린 채 피투성이가 돼 숨진 남루한 차림의 엄마. 바로 36년 전 이맘때 강원도 산골 외딴집에서 북한 무장공비 5명에게 학살돼 소오줌통에 버려졌던 이승복 일가의 사진이다.당시 수십 군데 칼을 맞고 구사일생 목숨을 건진 이승복의 형 이학관씨의 증언은 몸서리쳐지게 생생하다. “숙제하고 있는 승복이 옆에 앉더니… ‘니 그러면 북한이 좋냐 남한이 좋냐’ 물으니까, 승복이가
黃台淵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DJ의 햇볕정책은 길손의 외투를 벗기는 내기에서 햇볕이 강풍을 이긴다는 이솝 우화로부터 ‘따뜻한 강제’의 함의(含意)를 따왔다. 이 정책은 ①튼튼한 국방·안보 ②흡수통일 배제 ③남북 교류·협력 촉진을 3원칙으로 삼는다. 첫째 원칙은 무력 도발에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순수 군사논리로 대응하는 ‘정군(政軍)분리’ 수칙으로 보완되고, 셋째 원칙은 ‘정경(政經)분리’ 수칙과 ‘탄력적 상호주의’로 보완된다.햇볕정책은 둘째·셋째 원칙이 없다면 ‘강풍’정책으로 퇴행한다. 반대로 첫째 원칙을 결한 유화책은 ‘적’을 믿고
서울중앙지법은 1968년 무장공비들에게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가 참혹하게 살해된 이승복군 사건이 역사적 진실임을 인정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가 ‘조작’이라고 주장한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에서는 법률 해석과 적용의 타당성만 판단하므로 이승복 사건의 진실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지난 10여년 간 이승복군과 가족들의 명예는 이승복 사건에 ‘반공 조작극’이라는 색깔을 칠해온 좌파들의 선전선동에 무참하게 짓밟혀왔다. 언론개혁이라는 위장간판
중국 외교부는 26일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지원하는 단체들을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외교부의 선언과 동시에 중국 경찰은 탈북자들의 비밀 숙소를 급습해 65명을 체포했다. 이러한 사태 전개는 탈북자 문제가 현재의 대응책으론 수용할 수없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북한인권법 제정으로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을 공식화한 것이 탈북자들과 지원단체들에겐 정신적 힘이 되고 있다. 반면 중국으로서는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는 탈북자들의 외국 공관 진입을 바라보고만 있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강경 대응은 어
남북 군사분계선의 철책선 세 군데가 잘려진 것이 발견돼 군이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중부전선 일대에 내려진 ‘진돗개 하나’는 적이 침투했거나 침투했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을 경우에 발령되는 최고 수준의 군 경계태세이다. 군 당국이 절단된 철책선을 통해 북한 무장간첩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철책선에 구멍이 난 사실은 26일 새벽에 처음 발견됐지만 실제로 절단된 것은 오래 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우리 군의 경계 태세에 허점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군사 분계선의 철책선은 국가 안보를
魏聖富민주청년포럼 부의장·前민주당 국장최근 대통령이 “옛날 독재 정권을 돕거나 방관했던…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했으면 하는 생각도 없지 않으나…”라고 한 벌언과, 이어 국무총리와 여당 의장의 ‘독재자는 용서해도 정권 비판 언론은 용서 못한다’고 한 파괴적 망언, 여당의 이른바 4대 개혁입법 추진과정 등을 보면서, 과거 민주화운동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심한 자괴감(自愧感)을 느끼기에 감히 호소하고자 한다.“대통령의 말대로 20여년 전 생사를 걸고 위험스러운 민주화운동을 했던 세대 자체를, 대통령이 나서서 편협과 오기의 집단으로 더 이상
출판국장지난주 새 비행기 7E7기종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만난 미국 보잉사 간부들은 한국 시장을 낙관하고 있었다. 한국인에게 으레 던져주는 찬사인 줄 알았더니 “비행기 판매 시장도 역시 중국보다 크다”며 기대를 표시했다.이처럼 외국기업 대다수는 새 정권 출범과 함께 가속화되고 있는 ‘노무현 불황(不況)’을 한국 경제가 극복할 수 있는 가벼운 위기(minor crisis)라고 생각한다. 좌파성향이 강한 정권 아래서 일시적으로 고초를 겪을지라도 길게 보면 한국인들이 이겨낼 것이라고 말한다. 원유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나, 오일 쇼크도 경쟁국
검찰총장도 우려하는 여당의 국보법 폐지안국가보안법 필요하다는 검찰총장의 고언여당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대신 형법을 보완한다는 법안을 제출한 데 대해 법을 집행하는 검찰총장을 비롯 각계의 걱정과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여당은 이런 걱정과 우려에 대해 형법의 ‘내란죄’를 여기저기 끌어붙여 각종 안보 위협 행위를 지금과 비슷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것 처럼 설명하고 있다. 북한 공작원의 간첩 행위도 내란죄로 처벌하고 북한 공작원을 숨겨준 것도 내란죄로, 북한 노동당 행사 참석도 내란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간첩은 간첩죄로, 은닉죄는 은
정부가 출연한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정부에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할 것을 건의했다. 통일연구원 정책건의서는 유엔 인권위에 북한인권 결의안이 상정될 경우 그동안 불참하거나 기권해 온 정부 입장을 바꿔 찬성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북대화에서도 인권문제를 다루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개별 연구원의 건의일 뿐이고 그 건의서를 보지 못했다”면서 “정부의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정 장관의 말이 궁금한 것은 유엔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나오면 계속 기권하는 것
馬仲可한림대학 중국학과 교수공산주의자들은 일단 당과 국가의 1인자가 되면 즉시 주변에서 자기와 다른 이른바 이기(異己)분자에 대한 숙청을 감행한다. 1934년의 스탈린이 그랬고, 1950년 12월부터 김일성이 감행한 십여 차례의 숙청이 그랬다. 숙청은 무자비하여 아무리 그의 공로가 혁혁하다 해도, 아무리 그가 과거 자기의 최측근이었다 해도, 숙청 당하는 자는 대부분 처형된다. 이러한 당내 정치투쟁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역사청산’이다.당내 역사청산은 두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당내 1인자가 제시하는 사관(史觀)을 절
언론인요즘 일부 지식인들은 나라 전체가 ‘강경 우파’와 ‘수구 좌파’로 양분되고 있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세상을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판으로 짜야 한다고 역설한다. 필자도 1987년의 민주화 직후부터 그런 소망을 기회 있을 때마다 내비치곤 했다.한반도에서는 그런 중도의 판도는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다. 기성 보수와 기성 극좌의 완강한 패권주의 탓이 물론 컸을 것이다. 하지만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점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우파진영에서는 ‘혁신우파’라 할 만한 집단이 기성 보수의 주도권을 빼앗기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대신 형법에 ‘내란목적단체 조직죄’를 만들어 보완한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반국가단체 관련 조항이나 북한에 드나드는 것을 처벌했던 잠입·탈출죄, 북한체제 선전을 막기 위한 찬양·고무죄, 공작금 수수를 벌하는 금품수수죄 등을 모두 없앴다.여당은 국보법이 없어져도 정도가 심하면 형법상 내란죄나 다른 법으로 처벌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안 전문가들은 “북한 관련 안보는 손 놓으라는 얘기”라고 허탈해 하고, 대검 공안부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야 할 만큼 대북(對北) 안보에 충격을 주고 있다.남파 간첩조차
姜仁仙워싱턴 특파원미국 대선후보 TV토론이 3차에 걸친 치열한 ‘말의 결투’ 끝에 막을 내렸다. 북한 핵 문제는 외교정책을 다룬 1차 토론과 외교·국내정책을 함께 다룬 2차 토론에서 모두 쟁점으로 등장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 고수를,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미·북 직접대화를 제안했다.한국에서는 두 후보가 보여준 북핵 해결 접근방식의 차이와 대선 결과에만 관심을 갖지만, 우리가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할 문제는 두 후보가 공히 강조하는 북핵 해결 의지와 문제의 시급성이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누가 승리하든 북핵문
밴 히프미국 국방연구소 소장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칭찬과 야유가 함께 쏟아진다. 하지만 찬성론자든 반대론자든 많은 이들이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복잡한 민주 절차가 얽혀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의회의 영향력은 도외시한다.하지만 의회는 정책에 대한 감독·승인권과 재정·무역 부문에 대한 독자적 권한 행사를 통해 외교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극단적인 형태 중의 하나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부과한 전면적인 무역 금지다. 2003년 초 이라크 상황을 관망만 하고 있던 나라들에 대해 무역협정 비준을 보류했던 것도 한 예다
姜京希파리 특파원베를린 장벽 붕괴(11월 9일) 15주년을 앞둔 베를린에서 대조적인 두 사람을 만났다.한 사람은 서독의 보수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칼 펠트마이어 기자, 또 한 사람은 동독의 공산당 기관지였던 노이에스 도이치란트의 페터 키르샤이 기자였다. 둘 다 백발이 성성한 60대의 대기자들이었다.서독 기자의 삶은 통일 후에도 그리 변한 게 없었다. 반면 동독 기자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베를린 태생인 키르샤이 기자는 어느 날 갑자기 집 앞에 베를린 장벽이 쌓이는 걸 봤다. 막힌 장벽의 한쪽에서 30년 가까이 살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문제에 이어, 과거사 기본법을 발표했다. 여당의 국보법 보완 방안은 반국가단체 규정과 찬양 고무 등의 핵심 조항을 없애는 것이고, 과거사 법안은 조사 대상에 좌파 항일 운동까지 포함시키고 해방 이후 공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을 조사하자는 것이다. 이들 법안의 실질적 내용은 좌파들의 입을 풀어주고 과거 좌파들의 공(功)을 발굴하면서 우파들의 잘못을 파헤쳐 매장하겠다는 것이다.여당은 좌파의 문제도 다룬다고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엊그제 관훈토론회에서 “근 60년 동안 좌익 용공 부분은 없는 부분까지
/허용범·워싱턴특파원 heo@chosun.com11일 미국 워싱턴의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 최근의 논란을 반영하듯 주제는 단연 북한인권법이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전원이 이 문제를 물었다.“이 법이 북한의 조기붕괴를 의도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열린우리당 최성 의원), “연간 2000만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는 단체들의 명단은 파악했나”(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정부는 이 법이 회기 내에 통과되지 않거나 자동 폐기되길 기대한 측면이 있느냐”(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북한이 반발하는 것은 별개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