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차남인 김정철(24)을 지명했다는 외신 보도들이 잇따라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난달 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정철이 만찬에 참석한 것 등을 근거로 후계자 확정설을 보도했다. 슈피겔은 정철의 만찬 참석은 북한의 차기 지도자를 만나보려는 후 주석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의 시사월간지 ‘포사이트’ 최신호가 보도한 ‘북, 중국에 이미 정철을 후계자로 공식 통보’ 기사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정말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를 정했을까. 정했다면 누구로 했을까. 김 위원장에겐 세 아들이 있다. 성혜림(2002년 사망)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김정남(34)은 2001년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추방당한 뒤 후계 대열에서 탈락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후계자를 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없지 않지만, 정한다면 고영희(2004년 사망)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일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정철과 정운(21)이 그들이다. 국가정보원도 10월 초 국정감사에서 정철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정운에게 “리더십이 있다”고 평가했다는 설 등이 흘러나오면서 정운설도 만만치 않다. 김 위원장은 현재 63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연구위원은 “만찬 참석만으로 후계자 지명이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미 2002년 ‘김정철 사업체계를 수립하자’는 구호가 나온 것을 감안하면 만찬 참석은 후계구도와 관련해 상당히 의미있는 징후로 볼 수 있다”며 체제 안정화를 거쳐 2010년쯤에는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근식 경남대교수는 “후계자 지명이 가능하려면 당에서 나름대로 업적을 내면서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22일 “김정철이 만찬에 실제 참석했는지를 확인 중”이라며 “후계가 확정됐느냐, 정철과 정운 중 누구냐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작성일:2005-11-23 06:04:46 203.255.111.242